|
호남 지성들의 각성과 역할로 호남의 미래를..
호남 길을 열자! 대토론회
일시 : 2014년 11월 14일(금) 오후 3시
장소 : 순천대학교 박물관 2층 시청각실
주관 : 향남문화재단, 무등공부방
박소정 - 오늘 이 자리는 호남 지성들이 모여 지금 시대를 헤쳐 갈 역할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사전에 보면 지성인이란 이렇게 쓰여 져 있다. ‘지성인에게는 상상하고 창조하며 검토할 자유와 함께 비판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질문을 제기하고 현상을 비판하는 것이 지성인의 가장 근원적인 기능 가운데 하나다’라고 나와 있다. 여기에 모인 우리 모두 각계각층에서 지성인으로 살아왔는가? 한번쯤 질문해 볼 일이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향남문화재단 현고 이사장님의 여는 말이 있겠다, 현고 이사장은 얼마 전 ‘자랑스러운 전남인상’을 수상하였다.
향남문화재단 현고 이사장 인사말
사실 오늘 토론회는 우리 호남 사람들이 가는 데마다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 경제적,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만큼 낙후된 현실, 밖에서 활동하려면 비빌 언덕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중앙 종단에서 6년 반 동안 활동하며 경험을 비추어보면, 일을 하려면 대의명분이 비슷하고 실현가능성이 비슷하면 아는 사람에게 준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일하기가 어렵다. 지역사회 공직에 있는 분, 도정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중앙정부를 상대로 활동하려면 어려움이 많다. 각성이 요구되는 때다. 지역발전을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는가? 지역사회가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가? 각자의 모색이 이 토론회를 열도록 했다. 박소정 선생이 “호남 길을 열자~” 고 하는데 길이 뭐예요? 1차적으로 경제력을 향상하고 발전을 위한 길이 어디 있나요? 지역 간 갈등이 많은데 지역사회 통합과 사회발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길을 찾고 삶의 질, 지역의 문화, 안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우리가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두 가지-자본주의와 선거민주주의 속에 갇혀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없으면 시체다. 선거민주주의에서 인구수가 적다는 것은 정치적 자기결정의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인구는 줄고 경제력으로 약화되는 것이 현실 문제인데 지역경제 발전을 고민해야하고 호남이 이렇게 낙후되고 사회적 배제가 보편화되기 까지 뭐했나? 그 책임의 일부, 대부분이 우리 자신에게 있다. “니 때문이다”가 아니라 우리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어느 누구의 서운함을 벗어 우리 안에서 모색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원고를 보니까 기회가 오면 큰 소리로 소리쳐 외치고 싶은 말들이 용해돼 있다. 이 광장에서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 공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무등공부방 대표 강정채 총장
광주에서 활동하지만 담양에서 살고 있다. 오늘 왜 이런 모임을 했나? 느낌, 표현, 방법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어느 방법 하나가 모두를 카바할 수 없지만 함께 공유하고 같이 나가고 박수쳐주고 손잡아 주는 일을 해야 한다. 호남 비참해졌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런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밖이 원인인가 안이 원인인가? 두 가지 중 어디가 큰 원인인가? 길을 열자고 제목을 정한 이유는 밖에서 막으면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안에서 막혀있으면 들여다보고 뚫고 나가자는 뜻일 거다. 호남이 잘살자는 이야기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이 같이 잘 살자는 이야기다. 오늘은 호남이 이 나라, 이 시대에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하나 토론해 주면 좋겠다. 오늘 한 단락이 아니라 오늘을 시작으로 계속 이어나가고 우리 사회가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첫모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향남문화재단에서 장학금 수여
향남문화재단은 광주전남 11개 대학 총장들이 참여하여 만들어 졌고 이날 5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호남 정신과 지역문화 연구자 5명 각 200만원
천정배 전 법무장관 참여의 말
작년 초부터 호남에 내려와 살고 있다. 호남의 소외를 극복하고 낙후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고 했는데 한발 먼저 현고스님과 강정채 총장님이 나서주셔 고맙다. 비분강개 하는 마음이지만 감정으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어떻게 낙후를 극복할 것인지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저도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기조발제
“지금, 한국의 현실에 호남 벗들에게 다시 바란다.”
전)민주화 기념 사업회 정성헌 이사장,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강원도 인제에서 왔다. 오늘 먼 길 왔으니 주어진 시간이 조금 초과하더라도 이해해 달라. 삼척 원전문제 먼저 보고 드리겠다. 이번에 직접민주주의를 삼척시민들이 했다. 37만의 작은 도시인데 삼척 선관위에서 안한다고 해서 시의회, 시장, 시민들이 한 달 정도 협의하고 선거하는 과정이 있었다. 자원봉사 720명이 나서 투표인 명부를 만들었는데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힘들었다. 42000명 투표인 명부를 만들었고 68%가 투표에 참여한 결과 원전 유치에 반대한 사람이 85%, 찬성한 사람이 14.5%다. 비용이 8900만원 들었다. 보통 4억 5천 만 원 든다고 하는데 8900만원 든 셈이다. 놀란 것이 자기 문제가 되니까 720명이 자원봉사로 나섰다. 그 작은 도시에서 자원봉사로 720명이 나선 것이다. 과정에서 얼굴 붉히고 싸운 일도 없었다. 차분하게 진행됐다. 환경 운동 하는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해서 오지 말라고 했다. 오고 싶으면 살펴보고 가고, 돕고 싶으면 돈만 보내라고 했다. 그래서 외부세력에 대한 말 한마디도 없었다. 모든 과정을 주민 스스로 했다. 삼척 주민 투표를 마치고 여러 군데 언론매체들이 인터뷰를 와서 기자들이 물었다. “정부는 투표 결과에 어떻게 대응할 것 같은가요?” 물어서 “현명한 정부라면 이 투표결과를 계기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것이고 보통의 정부라면 원전 정책을 수정할 것이다. 현명하지 않는 정부라면 법에만 매달릴 것이다”고 답변했다. 정부는 현재 세 번째의 반응을 하고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투표 후 삼척 시민과 공무원 50명을 조사했다.
한국사회에서 호남의 친구들에게 바란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랑 북한 동포들이 다 잘해서 잘 풀리면 좋겠는데 호남 분들이 먼저 앞서서 가면 저도 뒤쫓아 가겠다. 저 개인은 호남과 각별하다. 카톨릭 농민회 활동할 때 10년 동안 호남 담당했다. 면단위가지 다 다녀서 동네마다 안다. 89년도에 그 덕을 봤다. 국가보안법 조사받을 때 대공수사부 지하에서 20일 조사받았는데 수사관 다섯 명 중 4명이 호남인이었다. 제가 호남을 잘 아는 걸 알고 대단한 대우를 받았다. 자기 고향을 아는 사람이라고 좋게 대우한 것이었다. 호남을 담당했던 일이 잘했구나 싶었다. 지금부터 호남에 바란다는 마음으로 말씀드리겠다. 작년에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찾아 왔길레 제가 그랬다. “몇 년 간 정권교체란 말 말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일할 수는 없나? 구국의 마음으로 국회의원 하면 오히려 민주당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니들이 정권 맡아라고 할거다.” 지금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 구국의 일념이 중심이 돼야 한다. 그 마음 바탕이 약할 때 정권교체는 꿈도 꿀 수 없다. 시민들은 표 안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해주었다. 저는 지금 식으로 하면 제대로 안된다고 본다. 운동이 나라를 구할 수 있나? 운동도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망국 직전까지 갈 것이다. 앞으로 10년이 우리나라를 좌우한다. 2045년이면 분단 100년이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일이 뻔한데 그것을 이룰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10년 안에 추락할 것이다. 10년 안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른 때와 전혀 다르게 살아야 한다. 비상한 각오로 애써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1987년 6월 항쟁 때 6월 15일까지 명동성당에 있었다. 대전에서 5만이 모였고, 전국에서 움직였다. 6월 27일 나는 광주에 있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는 것, 위기를 극복하는 첫 상황은 복합다중하고, 전면적이고, 총체적 위기가 우리 앞에 있다는 사실이다. 제일 위기는 위기가 심화되는데 위기를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50%다. 그것은 현재보다 더 나빠질까 불안한 심리의 반영이다. 될 만한 사회는 위기를 직시하는데 현재 우리 사회는 위기가 아닌 체 하고 있는 상태다. 전면적으로 위기가 심화되는데 정권교체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가?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민주화의 결과를 적절한 타임에 5년 담임제로 결정하고 6공화국 정치적 과제를 역행해서 이 모양이 된거니까 지금 우리가 가야할 일은 새로운 7공화국을 여는 운동으로 가야한다. 전부 떨쳐 일어나 거리로 나서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7공화국을 어떤 식으로 만들고 싶은가? 각계각층과 지역에서 원하는 사회를 만둘어 가는 모습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세상은 자기 지역에서 실현해야 한다. 7공화국에서 해야할 일은 다섯 가지라고 본다.
첫째로는 국토를 살려야 한다. 최고의 위기는 생명위기다. 복지를 중요하게 이야기 하지만 국토의 기맥을 살리는 일이 되지 않으면 지금 이야기 하는 경제 이야기는 소용없는 이야기다.
둘째로는 우리 자식들을 살려내야 한다. 지금 학생들이 멍하게 있는 상태다. 초,중,고 640만 학생 중 130만 명이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이다. 그런 애들이 사고가 많다. 세상이 내몰아 중독자가 된 것이다. 남 생각 전혀 안하고 자신의 입시와 취업걱정 뿐이다. 지금 이 상황은 교육개혁으로는 안 된다. 천지개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셋째로는 토대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바다, 산, 들, 농토에서 식량 자급하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바다까지 225만 평방미터에서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다. 에너지 자급 30년짜리 만들고 식량자급계획 20년짜리 만들고, 외국에 나가있는 57000개 기업을 1500개는 옮겨야 한다. 북한으로 5000개 보내고 남한으로 2만개 돌아오게 해야 한다.
네 번째는 남과 북이 통하는 평화공동체, 국토살림, 경제살림, 민족살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이 주도해서 운동의 큰 깃발을 휘날리며 7공화국을 국민의 힘으로 열어야 한다. 우리가 가야할 길, 그 길을 여는 선봉에 호남의 형제자매들이 나서주어야 한다.
7공화국에서 이룰 세상을 자기 지역에서 먼저 이루자.
87년 6월 항쟁은 서울 대도시에서만 했으면 실패했을 것이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다. 성공의 큰 이유는 당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가 90개 시군에 걸쳐 전국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전투경찰이 대도시는 막을 수 있다. 그러나 90개 시군에 있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다. 지역이 중요하다. 지방분권 고도자치로 지방살림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통일 정권이 무난하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실천해야 한다.
제가 사는 인제군은 32000명이다. 인제군은 생명사회 10개년 계획이 세워졌다. 10개년 계획인제군민이 살고 싶은 10계명으로 민이 주도한 인제군 발전계획이다. 1년에 3~4개월 이야기 하다보면 인제군민들이 원하는 것 다 나오더라. 농업, 농민 어찌 재편성할 것인가? 모여 앉아 충분하게 이야기 하면 다 나온다. 처음부터 전문가 불러 강연 들을 것이 아니라 먼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충분히 이야기 하면 된다. 초안이 나올 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전문가가 개입하면 이야기 안 된다.
인제, 양주, 고성, 금강은 앞으로 40만 명 정도의 시장이 열린다고 보고 준비하고 있다. 분단 상태가 오래 되어 통일 문제 신경 안 쓴다. 우리는 그때를 대비해서 북한에 나무가 없으니 인제군에서 나무 잘 기르고 있다. 내금강으로 묘포장을 만들어 200만주씩 심고 있다. 10년 계획에 물과 에너지 계획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소수력 발전 반대했는데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소수력발전도 협의하고 있다. 인제는 건물이 14000채다. 20년 계획을 세우면 태양광, 자연에너지로 전기 쓰도록 다 바꿀 수 있다. 물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농업계획은 산과 물을 활용해 식량자급을 계획하고 있다. 유사시에 강원도 골프장에 씨앗을 심을 수 있도록 대비한다. 현재처럼 도시가 농촌을 착취하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지역에서 누려야 할 세상, 청사진을 그려서 주민운동으로 해내고 군수와 함께 의논해서 지도자 교육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무원 3명, 민간인 35명이 했다. 1년 동안 공무원과 시민이 같이 공부하면 서로 통한다. 내년에는 공무원 20명 선발해서 100명 정도 지도자를 양성할 계획이다.
7공화국은 시민이, 지역에서 실현해 나가야 한다. 그 꿈의 최선봉에 큰 깃발로 호남이 서주길 당부한다.
향남문화재단 현고 이사장이 호남정신과 지역문화연구가들5명에게 각 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호남의 진로 재설정 - 이종범 조선대 교수
길이 사람을 넓히는 것 아니다. 사람이 길을 넓힌다. 하늘의 길, 땅의 길, 사람의 길이 있다. 다 하나로 통한다. 하루하루 먹을거리 볼거리가 세계화 되었다. 우리 겨레는 두 차례 세계화를 겪었다. 우리나라는 훈민정음으로 상징되는 고유문명을 발전시켜 온 나라로 세계에 유래가 없다. 두 번째 세계화는 식민지로 인해 맞은 서구적 세계화다. 우리글과 말을 잃게 되는 상황이었다. 1930년 대 태어난 사람은 스스로 황국식민인지 알았다고 한다. 고유문명이라고 하면 옛 학문 형편없이 여기고 자존심이 망가진 시절을 살았다. 아시아의 수준 높은 문명을 만들어 온 겨레가 이웃나라에게 당하고 민족해방운동도 세계사에 유래가 없다. 해방을 우리가 가져왔냐 어쨌냐를 떠나 유래 없는 일이다. 그 후 전쟁을 격고 남과 북으로 나뉘고 지금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새로운 한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내년이면 광복 70년이다.
우리 겨레의 소망, 민생, 바람이 어려운 시절에 와있다. 세계 사정도 녹록치 않다. 전에는 서구중심, 기독교 일색으로 서구의 계몽, 사회변화 프레임에 억눌렸고 초강대국 미국 중심으로 운신 폭이 좁았는데 지금은 느슨하다. 이슬람은 이슬람대로, 아시아는 아시아대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저마다 고유의 프레임을 찾아 나서고 있다. 세계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전과 같이 일방적인 서구프레임은 아니다. 헤쳐 나가면 될 수 있다는 여백이 생겼다. 다변화된 세계 체제에 살고 있다. 동아시아는 한자 문명권으로 문화수준이 높았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갖고 있었던 것은 다행인데 과거와 같이 미국의 개입을 요구하는 상황은 아니다. 일본이 전쟁을 반성하는 사람은 있지만 아시아 군사대결을 불러올 상황이다. 구미선진제국의 사냥개가 돼 적당히 해먹었으면 되는데 정도의 반성은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매국노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남북공조 주장해야 되는데 대북공조를 하고 있으니 부끄럽다. 철저하게 갈등, 증오정치를 부추기고 있다. 호남의 궤적을 돌아보면 호남은 새로운 사상운동의 요람이었다. 역사책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국사책에도 나오는데 호남 땅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만 나오지 않을 뿐이다. 19세기말 동학은 호남에서 일어난 거대한 실천운동으로 세계사에 유래가 없다. 17세기 호남의 모습이 아련하다. 선종불교로 의식각성을 하고도 훈요십조 같은 것이 쓰여 졌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호남의 비상을 위해 두 가지 핵심어가 있다. 첫째는 ‘가치’다. 만들고 싶은 미래가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살아있는 활물인 정치를 통해 드러난다. 역사 속에서 살펴보자. 의병정신을 말하는데 그건 온전한 가치가 아니다. 가치가 발현되는 모습이다. 그 이면의 모습, 실천 저변에 깔린 것은 호남의 인문 정신과 역사정신, 공동체 정신이다. 정직한 패자를 보듬는 의리정신으로 계백장군을 꼽을 수 있고, 호남의 향약운동에서 덕업은 권하고 과실은 규제하고 예속으로 사귀고 자기 고향을 책임지는 향촌운동이 깊숙하다. 이런 가치들을 호남인이 서로 드러내야 하는데 전통 가치만 잡고 있는 것 이상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이 필요하다. 오늘에 어떻게 그런 가치를 발현할 것인가? 담론이 필요하다. 평화를 말하고 싶다. 진정한 평화가 되려면 인권을 바탕 삼아야 한다. 생명의 문제는 천부 인권의 문제다. 하늘로부터 명령받은 천명은 열매 맺고, 공평하고 정성이 깃들면 그 하늘은 작위가 없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사람의 일은 하늘을 따르는 것이다. 정성은 공경이다. 공경하는 과정에서 하늘의 공평한 모습을 믿는다. 인의예지가 작동할 때 신(信)이 있다. 믿음으로 묶여야 하는 것이다. 수은 최제우는 거듭 정성, 공경, 믿음을 주장했다. 엄청난 각성이었다. 信이 되려면 스스로 낮추고 비우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의 욕심, 오만, 이런데서 주어지는 살인, 속임수가 나온다. 겸허는 받들겠다. 모시겠다는 정신이다. 인문, 역사, 협동이라는 가치에 대해 생명, 믿음, 모심, 이런 가치를 부둥켜안아 세상의 모범을 세워 호남이 바뀌어야 한다.
두 번째 키코드는 ‘변화’다.
변화는 “주인 됩시다”는 정신이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은 자기 혼자서 되는 것이 아니다. 구동존이(求同存異) - 같은 것을 찾아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것이 아름답다는 운동이 필요하다. 적당하게 나눔 운동 해야 한다. 조금 전 정성헌 이사장이 말한 7공화국 운동은 먼 시기가 아니다. 지금 함께 시작하자. 호남에 갇혀서는 길을 열수 없다. 세상과 함께 해야 한다. 호남학이 필요하다. 호남학은 아시아 평화학이라는 틀에서 모색돼야 한다. 호남의 약한 고리가 학술공동체다. 호남의 학술공동체를 제안한다. 호남철도도 필요하다. 그러나 나머지 모든 인재, 정신분야, 문화자본, 정신역량을 통해 우리 스스로 담론을 만들어가자. 토론문화가 중요하다. 자기 성찰을 계속 해나가고 스스로 설계해 나가는 역량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마음은 이러한 노력이 산발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이 조직화되면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올 것이다.
“호남의 리더들에게 바란다. 다시 개벽의 주역으로 우뚝 서자”
박맹수 원광대 교수
고향이 벌교로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해룡초등학교 다녔다. 외가가 순천이다. 나이가 드니까 고향생각이 많이 난다. 저는 5.18 때 계엄군이었다. 38사단 지하벙커에서 단원이었다. 5. 18 상황이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당시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의무복무로 ROTC 갔다가 아픈 경험을 했다. 당시에 상부의 명령과 지시를 저항하지 못했고 모든 것이 통제되어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비겁자, 가해자가 돼 제대하고 교무노릇을 해야 되는데 광주가 걸려 견딜 수가 없었다. 후배들이 야학하자고 해서 전북대 후배들과 ‘삼동야학’을 만들어 5년 동안 일했다. 사회복귀해서 전 모씨를 죽여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젊은 청년의 마음으로 살면서 공부하다가 광주의 비극이 개인의 사악함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린 약한 고리에서 나온 일이라는 사실에 눈을 떴다. ‘한국학 중앙정보원’에 들어가 학계의 최고 권위자인 정창렬 교수님을 은사로 모시고 지도를 받았다. 그때 얻은 진실이 “실패한 역사를 제대로 살 때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격려 말씀 속에서 연구했다. 학자를 비유할 때 ‘관전’이라는 표현을 한다. 관은 배롱나무 관을 쓰는데 그 구멍으로 본다는 뜻일 것이다. 깊은 인생의 깨달음이 아니고 삶속에서 터득한 한국근현대사를 제 나름대로 대롱으로 들여다본 좁은 안목으로 다섯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이 자리에서 이런 말씀 드릴 처지는 아니다. 아직도 광주에 진정으로 못 들어오는 입장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호남이 겪은 소외, 좌절, 깊은 아픔을 여러분만큼 실감하지 못한다. 광주 송정역 즈음에 서서 있는 것 같다. 전라남북도를 통괄하는 이 지역의 문제가 이 지역에만 있나? 오늘 이 지역의 문제는 세계의 문제다, 호남의 길을 열려면 세계적인 과제가 어떻게 도출되는지 총체적으로 바라볼 때 제대로 길을 열 수 있다. 호남의 위기는 한국의 위기고 동아시아의 위기다. 지구가 1세기 후에도 존속할 것인가?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초등학생도 이야기 하는 문제다. 호남 땅에서 새로운 사상을 이야기 하자면 증산도, 동학을 이야기해야 한다. 인류 5만명의 문명이 저녁에 접어들었다. 9월 11일, 3월 11일, 4월 16일 이 세 가지 숫자가 오늘 인류가 만들어 낸 문명의 끝자락이 어디에 왔는지 보여주는 숫자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나타난 여러 가지 현상, 저는 세월호 이후 한동안 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제가 죽였다는 생각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어린 생명이 죽어가는 3일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구의 위기, 생명의 위기는 호남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 진도라는 지역은 역사적으로 전쟁의 바닥이다. 뭍 생명이 스러져 가는 것을 보며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처절하게 느꼈다. 지금의 위기는 복합 다중의 위기다. 위기는 가장 약한 고리, 모순이 중첩된 땅에서 나온다.
2. 복합다중의 위기는 천지개벽 수준이 아니면 극복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익숙해 있는 사고방식, 행동방식으로는 풀릴 수 없다. 천지개벽 수준의 근본적인 대전환이 없이는 풀리지 않는다. 하늘과 땅이 맞닿아 모든 걸 갈아엎어 새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럴 정도의 근본적 대전환이 우리에게 요구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니까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지역에서 상서로운 선구적인 사례, 백년 결사 이야기, 60년 전쟁, 전 세계가 몽골 제국에 의해 재편성, 끝까지 저항한 나라가 고려다. 그 와중에 조계산과 만덕산이 있다. 그 시대 개벽의 길을 여는 선구적 실천으로 커다란 새로운 운동이었다.
3. 근현대 호남지역의 역사적 전통 안에 이미 ‘개벽의 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동학으로 넘어오면 우리 동학군은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 싸우는 것을 으뜸으로 쳤고, 행진하며 지나갈 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했다. 학자가 나온 곳은 주둔하지 말며 도망가는 자 쫓지 말고 하는 내용이 나온다. 사람들이 동학을 투쟁과 저항으로 아는데, 그것이 아니다. 동학은 살리기 위한 운동이었다. 이태의 남부군에 보면 지리산 일대 해방구가 왜 건설되었나? 못살았기 때문에, 지주들의 착취에 한 목숨 지탱 못해서 살기 위해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그 속에서도 남녀 간의 사랑이 있다. 80년 8월 광주 공동체가 주는 메시지는 개벽의 길이다. 지금까지 와는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한 선구적인 실천, 그 속에 희망이 있다. 그런 부분 체계적으로 실천하고 사상으로 품어 안는 선구자 많다. 수운선생은 동학의 최고 이론을 운적암에서 남겼다. 민초들의 소망을 퇴계학과 결합한 것이다. 좌절과 실패의 고통 속에서 그것을 에너지로 만들어 전 생명, 이 문명 전체를 구원하려는 대철학이 이 땅에서 솟구쳐 나왔는데 문제는 한국 학계에서는 별 볼 일 없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한국은 동학 운동, 중국은 5.4 운동을 꼽는다. 그런데 동학이 한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나?
4. 남녁을 중심으로 드러난 개벽의 길이 지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학의 핵심은 뭍 생명을 살리자는 것이다. 호남 땅에서 구원의 철학, 사상이 싹트고 있다. 세계적인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죽을 때 다음과 같이 예언했다. “20세기는 위기의 시대인데 로마가 망할 때보다 훨씬 근원적인 위기다. 위기를 돌파해내는 세대가 나오는데 동방에 있다. 그 일을 수행할 민족이 동양에 있다.”
폴케네디도 “21세기는 동아시아가 주도할 것이다.” 동아시아를 강조하니까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인지 물었다고 한다. 정치, 군사, 외교로 봐서 중국? 중국은 사상, 정신, 철학으로 인류 전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일본이 입꼬리가 올라가며 ”일본이겠지요?“ 하자 일본도 아니라고 했다. 그럼 한국? 잘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이었다. 그 전의 전체조건이 남북의 평화통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교토포럼 공공철학 연구소 소장인 김태창 박사는 “한국의 사상, 철학 속에 세계를 건질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5. 개벽의 주역이 되자
호남에서 솟아날 개벽의 핵심 의미는 ‘문명 전체의 전환’ 이다. 문명 전체의 근본적인 전환이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발상의 대전환을 다섯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는 생명운동이다. 둘째는 21세기 사회의 특성은 글로내컬(Glo-Na-Cal : Global-Natural-Local)이라고 한다. 전일적 사고로 실상을 봐야한다. 세 번째는 호남지역이 지닌 결핍과 소외는 새 세상을 이루는 강력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답을 줄 수 있다. 네 번째는 패자의 기억들은 씨 뿌리고 가는 사람을 원한다. 다섯 번째는 최후의 승리는 철학을 통해서 드러난다. 호남에서 세계적 수준의 철학을 만들어내자.
호남 인재들의 미래 어디서 찾을 것인가
주 동 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1. 영남은 인삼 뿌리, 호남은 무 뿌리?
박근혜 대통령의 광주·전남 지역공약사업 관련 내년도 예산반영률은 전국 최하위입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별로 6~8개 분야 대선공약을 제시했고 광주에는 7개 분야에 총 4조6,296억 원을 투입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광주시가 신청한 내년도 예산 3,840억 원 가운데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것은 신청액의 23%인 865억원에 그쳤습니다. 전남 역시 7개 분야에 총 8조262억 원을 투입할 것을 공약했지만 내년도 예산은 전남도가 신청한 8,580억 원의 10%(837억 원)에 불과합니다. 경북 구미시의 경우 내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만 403억 원의 예산이 배정된 것과 비교해보면 서글퍼집니다.
대구는 7개 분야 12조8,319억 원의 공약사업 예산 가운데 내년도 반영액이 신청액 대비 89%인 4,294억 원이며 경북도 7개 분야 44조8,064억 원의 공약예산 가운데 신청액 대비 65%인 3,895억 원이 반영됐습니다. 경남의 경우 7개 분야 8조8,906억 원을 공약해 내년 예산에 신청액 대비 93%인 2549억 원이 반영됐습니다.
인사편중 문제도 심각합니다. 사실 예산차별 현상도 결국은 행정부 등 정부 주요 부처 등 힘 있는 곳을 특정지역 출신들이 장악한 데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 국가 의전서열 10위까지 호남 출신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 감사원장,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권력기관장에도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습니다. 행정부 17개 장관 중 호남 출신은 노동부 장관 한 명 뿐이고 중앙금융기관장의 경우 영남 독식 현상이 몇 십 년째 유지되고 있습니다.
국민 권익 보호와 정의 구현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사법부에서도 인사 편중은 예외가 없습니다. 고위직인 지법원장 및 고법원장의 경우 2014년 9월 현재 영남 출신이 28명 중 16명으로 57.1%에 이릅니다. 특히 간부급 법관은 향후 대법관 및 대법원 주요 보직 후보자라는 점에서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위직이 아닌 전체 법관으로 확대해 살펴보면, 2014년 수도권 출신이 34.2%(2768명 중 946명)로 가장 높았지만 영남 출신이 33.4%(922명)로 비슷한 수준이며 호남은 19.0%, 충청은 8.5% 순이었습니다. 일반직보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영남의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능력보다 영남 인재 위주의 편중인사가 이루어진다는 방증입니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균연봉 1억 원이 넘는 ‘신의 직장’이자 준정부기관인 한국거래소는 2008년 이후 본부장급 이상 주요 보직자와 사외이사 42명 중 20명(47.6%)이 영남권 출신인 반면 호남 출신은 4명(9.5%), 수도권 11명(26.2%), 강원·충청 출신은 7명(16.7%)입니다.
호남은 대한민국 농업과 어업의 중심지로 알려졌지만 이 업무를 다루는 정부부처는 영남 출신 일색입니다. 2013년 김선동 의원은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인사에서 장·차관급 7명 중 6명이 영남 출신이며 신설된 해양수산부 장?차관 급은 아예 PK가 독차지했고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4명 중 3명이 영남인사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에는 특정지역 인사만 기록돼 있다는 비판도 있으며 지역편중으로 인한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농수산업 기반조성사업과 각종 정책사업 선정에서 지역 편중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영남 독식 및 호남소외 현상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남독식 현실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은 ‘능력에 따라 인사를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생기는 현상’이라고 반박합니다. 영남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유능해서 좋은 자리에 오르는 걸 어떻게 하느냐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비교우위 논리는 호남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호남을 포함해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영남에 비해서 현저한 열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능력론’으로 귀결하게 되면 매우 무서운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영남 출신이 다른 지역 출신에 비해 애초부터 능력이 우수하다는 얘기는 이들 영남 출신과 대한민국 다른 지역 출신들이 출생 당시부터 유전적 특질이 다르게 태어났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라디언’ ‘외국’ ‘해외’ ‘홍어’ ‘전라민국’ ‘까보전’ 등 모욕적 발언들이 호남은 애초부터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과 인종이 다르다는 식의 음해를 깔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영남 출신들의 비교우위 논리가 왜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부 영남 출신들이 출신 지역에 따른 성골, 진골을 따지고 심지어 자신들이 흉노족의 후예라는 가설을 강조하는 것 역시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 출신에 비해 태생적으로 우월하다는 인종주의적 편견을 깔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영남 출신 우수 인재가 많아서 이들을 중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매우 파렴치한 아전인수 식 억지가 깔려 있습니다. 공직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은 해당 인력이 공무원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경험을 축적했느냐 입니다. 즉, 공직 생활 초기부터 알짜 보직이나 노른자위 부서 위주로 근무했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더 중요한 경험과 지식, 실적을 축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부터 영남 출신들에게 유리하게 인사를 해놓고 이것을 사후에 합리화하는 논리가 “우수한 사람을 쓰다 보니 영남이 많아지는 것”이라는 억지인 것입니다.
원인과 결과가 뒤집히고 본말이 전도된 해괴한 궤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영삼 이후 역대 영남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내세워온 저런 논리는 결국 우리나라 행정부 등 공권력이 영남패권의 이익 실현을 위한 도구이며, 이들이 국정을 운영하는 핵심 철학이 바로 영남패권에 기반한 인종주의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공직사회는 그나마 덜한 편입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경우 출신 지역과 학교 등이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민간기업의 경우 이러한 검증 절차가 전무합니다. 당연히 영남 편중과 호남 차별이 훨씬 심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습니다.
기업 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30대 그룹 중에서 사장단에 아예 호남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재벌사는 삼성, GS, 한화, 롯데, 한진 등 5개였습니다. 30대 그룹 전체의 사장단에서 영남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42%로 서울(28%), 경기/인천(9%)을 합친 것보다 5%p 더 많습니다. 30대 그룹 전체 사장단에서 호남 출신의 비율은 6%로 충청(11%)의 절반 수준이며, 강원도(4%)보다 약간 더 많습니다. 그리고 영남 출신은 호남 출신의 딱 7배입니다. 7배, 이 정도면 그냥 평범한 수준인 겁니까?
범위를 500대 기업으로 넓혀봅시다. 500대 기업 전문 경영인 526명 중 출신지가 확인된 373명을 살펴본 결과 영남 출신이 140명, 호남 출신이 34명이었습니다. 영남이 호남의
4.1배이군요. 30대 그룹에 비해서는 호남 소외가 덜하니 그나마 감지덕지해야 할까요? 그래도 먹고살 쥐구멍은 남겨주셔서 감사해야 할까요?
이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기업으로 갈수록 영남 편중과 호남 소외가 심해진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뭘 의미할까요? 위에서 말한 인종주의 사고방식 즉 ‘역시 영남 출신들이 똑똑해. 영남 출신을 많이 채용할수록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규모가 커지는구만.’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겁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 이래 우리나라 재벌들이 국가의 자원 배분에서 어마어마한 특혜를 받아서 성장해왔다는 엄연한 현실을 생각해보면 저런 인종주의적 사고방식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영남 출신의 비중이 큰 것은 우리나라 역대 영남 정권의 핵심 보직과 실권을 틀어쥔 영남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노골적으로 영남 출신 재벌들의 이익을 옹호해왔고, 이들 재벌은 다시 인사 관리에서 자기 고향 출신들에게 특혜를 베푸는 부족주의적 운영을 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입니다.
중소/중견기업 등은 어떨까요? 통계는 찾지 못했지만 상당한 시사점을 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 중견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도중 한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는 현실적으로 호남 출신 인재 채용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꺼내자 다른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도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동의했다고 하더군요.
그 이유가 더욱 충격입니다.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공기관, 정부부처 등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갑(甲)의 고위층이 영남 출신인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실무진도 영남인 경우가 많고 결국 그들을 ‘갑’으로 상대하는 을 기업의 담당자가 호남 출신인 것은 매우 불리한 요소라는 겁니다. 사람 하나 쓰는 것도 이것저것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호남 출신은 아무래도 고민된다.’는 건데, 이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2. 어떤 청년의 죽음과 사회적 학살
이 문제와 관련해 무척 슬픈 사건이 기억납니다. 2009년 3월 10일 보도된 사건으로, 29살 꽃다운 청년 정 모씨가 한강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기사입니다. 고려대 정외과 98학번이던 정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결국 2006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알바로 생활하며 고시원에서 살아가다가 삶을 비관해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기사는 취업난으로 고통 받는 청년 세대의 실상을 그린다고 했지만 저에게는 기사 중에서 다른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년의 고향이 전남 담양이라는 언급이었습니다. 기사 내용으로 봐서 담양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고려대 정외과에 진학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 청년은 학습 능력과 발전 가능성이 뛰어난 인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만일 이 청년이 전남 담양이 아닌 가령 경상도 어느 지역 출신이었다 해도 저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우리 속담에 ‘서 발 장대를 휘둘러도 거칠 것이 없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너무 가난하여 집안에 세간이랄 것이 거의 없거나 외로운 모습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저는 자살한 정 모씨의 상황이 저 속담 그대로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청년에게 학비를 지원했거나 최소한 빌려줄 친인척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인 것입니다.
대학 학비가 비싸다지만 요즘 돈으로 주위 친인척 몇 사람이 힘을 모아 2천만~3천만원 정도만 지원했어도 저 청년은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사회의 괜찮은 인재로서 살아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빌린 학자금도 갚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지원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왜? 바로 서 발 장대를 휘둘러도 거칠 것 하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돈네 팔촌까지 뒤져봐도 저런 돈을 지원할만한 경제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 저 청년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심층적으로는 저 청년을 둘러싼 집안과 일가친척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보여줍니다. 바로 호남 사람들 태반이 처해있는 현실인 것입니다. 서 발 장대를 휘둘러도 사돈네 팔촌까지 거치는 것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이 청년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인 타살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이 호남 출신들 거의 대부분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닌 언제든지 현실화할 수 있는 위협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거의 사회적 학살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1980년 광주민주항쟁 당시 희생자 규모는 수백 명 이상이지만 박정희정권 이래 호남 소외와 경제적 낙후, 객지 생활의 어려움 등으로 사망한 숫자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광주항쟁 당시의 희생자의 몇 백, 몇 천 배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박정희정권 이래 호남 지역의 두드러진 인구감소 그리고 서울 지역 저소득층 가구주의 압도적 다수가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이 이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대책이 여와 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호남 내부에서도 진지한 고민과 발언이 별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TK대통령에 PK비서실장이 ‘영남 출신이 유능해서 쓰겠다는데 왜 시비냐?’는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현 정부에는 더욱더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호남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주도적으로 나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무엇보다 먼저 호남 사람들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얘기입니다만, 제가 지역차별과 호남 혐오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났을 때 호남 출신들이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그런 활동은 호남 아닌 다른 지역 사람이 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문제인데도 자신의 노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이 생각, 이걸 노예근성 아니면 뭐라고 표현해야 합니까?
단순히 방법론적인 고민이 아니라 저렇게 하는 것이 더 정의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시민의 당연한 권리인 정치적 의사 표현조차 호남 사람이 하면 부패하고 타락한 수구 토호의 행동이라는 뒤틀린 논리 구조가 버젓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호남 사람 스스로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발언하고 항의하는 것이 부정하고 부패한 행동이라는 겁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자신의 권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정의로운 행동이고 호남 사람들이 최소한의 권익을 지키는 것은 호남 토호고 수구이고 부패세력인 겁니까?
새정치민주연합이 잇따른 선거패배로 자신들의 문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청회 등을 할 때마다 “호남 지역구 3선 이상은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거나 “당의 지지기반을 넓히려면 호남과 단절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나오는 것도 바로 호남 사람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자기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발언이나 행동조차 금기시하는 자기검열과 패배의식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겁니다.
여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이 문제는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커지는 괴물이니 그냥 모르는 체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입니다. 이것은 사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거의 공식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대통령선거 득표전략의 연장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방식은 벗어나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호남 소외나 모욕이 조금이라도 개선됐거나 최소한 현상유지만 되어도 군말 없이 받아들일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호남을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로 따돌림 하는 행동은 이제 일베 사이트에서만 보이는 모습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최대의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에 올라오는 기사에는 호남을 모욕하는 인간 이하의 댓글을 줄줄이 달리곤 합니다.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온갖 모욕에 대해서도 침묵해야 하고, 호남 사람들이 미는 대통령 후보는 호남 출신이 아닌 PK여야 하고, 자신들의 최소한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자기검열과 패배의식을 벗어나야 합니다.
득표전략 차원에서 호남의 소외와 차별, 모욕을 감수하면 많은 부작용이 생깁니다.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호남의 일방적인 지지를 받는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의 권익 옹호를 위해 행동하지 않고 심지어 그런 행동 자체를 금기시하고 방해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져 나오는 대변인 성명에 호남에 대한 차별과 모욕에 항의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거니와, 심지어 호남차별을 공론화하는 것조차도 반대하는 것 등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묻지 마 지지, 몰표를 주다 보니 새정치민주연합 안에 신상필벌과 실사구시라는, 정당 조직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원칙마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끊임없는 공천 잡음은 바로 신상필벌의 훼손을 드러내며, 밑도 끝도 없이 신자유주의가 만 악의 근원이라는 주장에다 ‘사람이 모든 것의 우선’이라는 감성팔이식 정책 정책대안의 부재가 실사구시의 부재를 증거 합니다. 이런 현상은 잘하나 못하나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래도 우리 호남당이라는 호남 사람들의 착각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추세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은 호남당이 아니라고, 호남과의 연관을 부인하는데 호남은 이들 세력의 정치적 부실 어음을 끝없이 자신들의 현금 자산과 교환해주고 있습니다. 그 현금 자산이란 바로 호남이 가지고 있는 민주화와 개혁, 경제위기 극복, 지역 균등 발전 등의 상징성입니다.
호남의 소외와 차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즉 △호남 지역의 산업과 경제력의 발전 △공공 및 민간 분야의 공정한 인사 정착 △호남을 향해 퍼부어지는 인종주의적 혐오 척결 등이 그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거를 수 없는 심각한 숙제입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해 시급한 순서대로 해결해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호남의 고립을 피하고, 영남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 시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과제를 선택하여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성과를 통해 얻은 신뢰와 명분을 통해 그보다 더 상위 단계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호남의 세 가지 해결과제 가운데 인종주의적 혐오 발언의 척결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숙제입니다. 인사차별이나 산업정책의 소외 역시 호남 혐오 현상 위에서 합리화되는 측면이 강합니다. 또한 이 문제는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결코 필요성과 대의명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인사 상 불이익 철폐나 산업부흥 등은 다른 지역 시민들의 이익과 충돌될 가능성이 높고, “호남에게만 혜택을 달라는 거냐?”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단일한 타겟을 정하고, 그것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공적/사적인 자리에서 호남을 혐오하고 비하하는 언행에 대해 최소한의 법적 제재장치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이것이 이루어지기 전에라도 그러한 언행을 하는 개인에 대해 집단적으로 항의하는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종합토론 - 강정채 총장
거짓과 위선이 개입해서 우리 사회를 망치는데 정치가 이런 것을 빼줘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가 앞장서고 있다. 불행한 것은 믿고 따라야할 정치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너무 커서 우리 사회가 힘들어지고 있다. 정치권력에 대한 욕심, 사회가 욕심 부리는 쪽으로만 간다. 우리 사회의 우경화, 일본, 중국, 인도, 미국도 마찬가지다. 거짓이 만연하고 전쟁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 호남과 비호남의 갈등은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권력에만 욕심 있고, 정치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다. 이런 문제는 가진 사람은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 지역 내에서도 잘살고 있는 사람들은 눈감고 있다. 이런 토론 열자고 한 것도 못사는 사람, 핍박당하는 사람에게서 해결의 열쇠가 나와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나 생각을 나누고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해결방법을 찾아서 옆 사람 손잡고 보듬고 가자.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은 우리에게서 나온다. 한 번에 혼자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이 함께 해나가야 한다.
박소정 - 지식인들 직무유기하지 말고 호남의 길을 열도록 힘을 모으자.
함께 구호 ~ 다시 새기는 호남정신! 다시 찾는 호남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