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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최고最高의 시 【308】 연인을 앞에 두고 연인을 생각하는 버릇 - 권현형 ■ 2019년 4월 1
연인을 앞에 두고 연인을 생각하는 버릇 권현형 집에 들어가기 싫어 지구를 배회하며 자전하는 어른처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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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앞에 두고 연인을 생각하는 버릇
권현형
집에 들어가기 싫어
지구를 배회하며 자전하는 어른처럼
그림자는 목이 길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버릇일까
시간을 앞에 두고 시간을 상상하는 버릇
연인을 앞에 두고 연인을 상상하는 버릇
슬픔이 건들거리는 걸 보니 가을인가보다
연인과 시간에게 미안해하며
나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건축물의 진입로와 골목,
관계의 각을 빠져나왔을 때
비로소 생이 실감난다
모든 사랑이 과거였음이 실감난다
양자역학이나 AI, 우주의 수많은 행성들
파노라마처럼 번지는 빛과 파멸을 이해하느라
두통이 찾아왔으므로 전생에 대한 상념에 빠지지 않았다
결국 숫자 0을 발견한 수학자가 옳았음을
긴 세월에 걸쳐 내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연인을 앞에 두고 연인을 그리워하는 버릇 때문에
계간 『미네르바』 2018년 겨울호 발표
[출처] 다시 읽는 최고最高의 시 【308】 연인을 앞에 두고 연인을 생각하는 버릇 - 권현형 ■ 2019년 4월 17일 e-메일|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