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산시청에서 10시부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아산지역 발굴 유해 봉안식(64구 추정)을 진행하고 당시 책임기관인 구온양경찰서 앞에서 노제를 지내고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안치하였습니다.
대표 인사
오늘 이 행사는 한국전쟁 시기, 아산 배방 성재산과 염치 새지기에서 희생된 민간인들의 유해를 발굴 수습하여, 세종 추모의 집 ‘임시봉안시설’로 옮겨 안치하기 위한 상례입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지 70여년 만에 진행되는 영결식이라 할 수 있으나, 고인들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족회 회원 전체가 상주로서 고인들을 아산에서 떠나보내는 봉안식으로 이름하였습니다.
저희 유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위로해주시고 민간인 학살 진실규명에 힘을 보태주시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희생자 발굴을 주관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조사를 맡아 성심을 다해주신 한국선사문화연구원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참혹한 현장에서 두 손 묶인 유해들의 삐삐선을 풀어주시고 수많은 총알을 제거해주시고 한분 한분 수습해주신 발굴단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 유해발굴은 작년에 있었던 시굴에 기초하였습니다. 그동안 아산지역 민간인 희생자 전수조사와 시굴사업에 많은 도움을 준 아산시와 아산시의회, 직접 현장에서 고생하셨던 시굴조사단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희생자의 한을 풀고 유족의 피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언제나 손을 내밀어주신 아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 분들, 유족 당사자로써 발굴현장을 찾아주시고 힘을 보태주신 유족회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희는 부모형제, 친인척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른 채 부역혐의자 가족이라는 누명을 쓰고,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의 어두운 그늘에서 숨죽여 눈물을 흘려왔고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설화산 폐금광과 이번 발굴을 통해 최소 300여구 유해가 발굴되었으나 아직 이름조차 모르고, 그 몇 배나 되는 희생자가 여전히 지하에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저희 유족들은 대부분 허리가 굽었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날 자유와 민주라는 이름 아래 희생된 이들에 대한 진실규명을 제대로 이루고 화해를 할 때만이 오늘날 자유민주주의가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가와 아산시가 남은 유해발굴과 발굴된 유해 신원확인에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저희 뿐 아니라 나라와 민족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민들이 모두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추모공간도 필요합니다. 부디 도와주시고 함께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저희를 위로해주시기 위해 찾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축문
유세차(維歲次) 계묘(癸卯) 3월 24일, 서기 2023년 5월 13일
저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아산유족회는,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끌려가신 님들을 찾아 72년을 헤매인 끝에, 지난 3-4월 배방 성재산 기슭 교통호 어둠과 염치 새지기 비탈 암흑에서 님들을 찾아 모시고, 오늘 세종추모의 집으로 향합니다.
님들의 두 손을 묶은 통한의 삐삐선을 풀고 뼈에 박힌 원한의 총탄을 제거했으나, 아직 님들의 존함과 연세, 피붙이들과 살던 곳을 밝히지 못하고, 또 다시 언제일지 모를 훗날을 기약하며 님들을 임시 안치하려니 너무나 송구스럽고 한스럽기만 합니다.
저희들은 어린 나이에 님들을 통곡으로 보내고도 하소연할 곳도 없이, 모진 세상이 찍은 낙인으로 숨죽여 울며 세월을 견디는 동안 머리가 희고 허리가 굽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너무 늦었음을 용서하시고, 이제 저희들 걱정을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소서.
아산유족회는 님들이 학살당한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회복과 신원확인이 되어 가족의 품에서 영면하는 그 날까지 한 형제, 한 집안으로 여기며 함께하기로 다짐하였습니다.
님들이시여, 세대를 이어온 한이 풀리고 서로 용서하며 민족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삼가 저희 정성과 공경, 효성을 담아 소박한 술과 음식을 받들어 올립니다.
상향(尙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