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점심도 먹고 수다를 떠는 모임이 있다. 몇 번을 만날지도 모를 나이 들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만이라도 만나 얼굴이라도 보고 이야기라도 나누자는 모임이다. 모이면 정치이야기에서부터 젊은 시절 이야기, 부부갈등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 아무개가 사망했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다 나온다.
친지 한분이 하는 말이 며칠 전까지 카톡으로 안부가 오고 갔는데 작고했다는 문자가 왔더라고 하면서 우리도 살아있는 게 산 것이 아니라고 한다. 초상 이야기가 나와서 상가에 갈 때 왜 부의(賻儀)라고 쓰는지 그 뜻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아무도 대답이 없다. 다들 나이로 보면 80대 중후반이니 옛날에 어렸을 적 서당(書堂)에서 한문을 배웠을 나이 들이다. 그런데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상가에 갈 때는 남들이 쓰니 덩달아 한자로 '부의 (賻儀)'라고 써가지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한글은 소리글이다. 무슨 말이든 소리 따라 글로 다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한자는 뜻글이라 글자 한 자 한 자에 뜻이 담겨있다. 우리글에도 순수한 우리말 우리글이 있고 우리말 한자어(漢字語)가 있다. 예를 들면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이런 말은 소리 따라 한자어로 쓸 수 없는 순수한 우리말 우리 글이다. 우리 글을 한자어로 풀어서 부(父 아비부) 모(母 어미모) 자(子 아들자) 녀(女계집녀)라고 쓰고 있는 것이다. 한자는 이렇게 글자를 풀어봐야 무슨 의미 인지 알 수가 있다.
상가에 갈떄 부의라고 쓰는 부(賻) 자는 합성어이기 때문에 글자를 하나씩 떼어서 풀어야 쉽게 이해가 된다.
맨 먼저 쓰는 패(貝) 자는 조개패자로 조개를 의미한다. 옛날에는 조개껍질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패물로 사용했다. 패물은 요즘 보석 같은 가치가 있기 때문에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보(甫) 자는 클보자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준다는 의미다. 세 번째 쓰는 촌(寸) 자는 마디촌자로 손을 오므리면 손가락 구부러지는 것이 한마디라고 한다. 길이가 짧거나 분량이 적다는 뜻이다.
부(賻) 자는 상가에 필요한 물품(貝)을 보태서(甫) 조금(寸)이라도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지금 문상객들은 현금시대이지만 옛날 문상객들은 쌀이나 팥죽, 양초, 백지, 만사 등 상가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지고 갔다
의(儀) 자는 사람인(人)자에 옳을의(義)자와 합성어다.
지금은 병원에 입원하면 의사들이 사망일을 예측해 자손들이 대비하기도 하지만 옛날에 초상은 예고 없이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상주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출상 때까지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 노릇을 한다는 뜻으로 부의라고 쓰는 것이다.
필자는 내친김에 한 가지 더 물어보았다. 우리 나이 세대들은 대부분 회갑 잔치에 초청장도 많이 받고 60세가 되면 초청도 한 세대들이다. 회갑집에 갈 때도 수연(壽宴) 또는 수연(壽延)이라고 쓴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壽宴이라고 쓴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회갑잔치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잔치연(宴) 자를 많이들 쓰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회갑의 의미는 잔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옛날에는 의술도 빈약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영양실조 등으로 인한 여러 가지 질병 때문에 60세까지 사는 사람이 드물었다. 옛날에는 40세만 되면 노인 취급당해 농사 일청에도 끼워주지 안 했다. 그러다 보니 60세가 되면 극노인에 속했다. 장수한 부모를 위해 자녀들이 친인척이나 마을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했다. 회갑잔치는 부모가 장수했다는데 의미를 둔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오래 끌어 왔다고 해서 끌연(延) 자를 써서 壽延이라고 쓰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렇듯 한자는 글자 한 자 한 자에 뜻과 의미가 있으니 한자를 쓸 때는 잘 알고 써야 한고 했다. 친지들은 학교에서 한자 시간에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그런 걸 다 알았느냐고 묻는다. "젊은 사람들한테 나잇값을 하려면 그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야 어른 대우를 받지 않겠느냐"라고 해 한바탕들 웃었다. 다음 달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만 약속을 지킨다는 나이들이 아닌성싶다. 요즘 100 시대라면서 카톡을 보면 '건강' 문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