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선이 끝난 후부터 한국 사회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도 대선이지만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은 된 일이기도 하고 코로나가 이제 독감수준화되는 과정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있다보니 국민들도 많이 느슨해지고 방역당국도 힘이 빠질 데로 빠진 상태이다. 왜 안그러러겠는가. 2년이상 그야말로 강행군을 했으니 이제 너무 지쳐 그냥 누워버리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걸리고 싶어 걸리겠는가. 그냥 재수가 없어 걸리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일단 걸리면 복잡해 진다. 온 집안이 난리를 치게 된다. 격리에다 상태가 심하면 어딘가 병원에 격리수용되어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그 도시안에 있는 병원에 수용 안되면 인근 도시 병원으로 강제로 옮겨져야 한다. 그리고 가정은 한동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게된다. 그러니 이런 상황속에 생기는 것이 그냥 코로나 검사 받지 않고 적당히 약 먹으면서 집에서 버티는 것이다. 방역당국으로부터 이래라 저래라 격리 수용시킨다 이런 절차를 받기 싫어 지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런 상황속에 벌어지는 것이 바로 감기약 사재기 현상이다. 나도 오늘 집 사람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인근 약국을 찾았다. 감기약이란 감기약은 없었다. 그냥 없다는 것이다. 주변 열군데 약국을 찾았지만 같은 대답이다. 아마도 한동안 감기약 구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약사의 말이 들려온다. 물론 병원에서 처방을 하는 약들은 있겠지만 오늘이 토요일이고 내일이 일요일 그러니 이틀 동안은 꼼짝없이 약도 없는 상태에서 고통속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기약이 없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위에서 말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지금 대선후 텅빈 것 같은 행정공백이 야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사재기를 해도 그렇지 감기약이 동난 것은 내가 태어나 수십년동안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다. 어느 누구는 말한다. 이런 뭔가 요상한 행정공백을 우려해 사람들이 스스로 자구책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물론 정권 교체기가 한두번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코로나 상황속에 처음으로 맞는 정권 교체기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이런 시기에는 행정이 일시적인 공백상태가 될 수 있으니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친다는 보호본능이 총발동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인들 왠간해서는 사재기 잘 안하는데 이번은 정말 특이하면서도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각자도생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게 한다. 정권이 바뀌고 인수기간을 거치는데 그동안에 일선 도-시-구청들은 그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 차원에서 잠시 손을 놓아도 각 지자체가 움직이니 그다지 행정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르다. 일단 정권이 바뀌니 행정기관의 장차관들이 손을 놓을 수 있다. 그러면 아래 실국장들도 마찬가지다. 과장계장들도 어수선한 가운데 일손이 잘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일선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이제 6월 1일 지방선거가 두달앞으로 다가왔다.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어느 지자체 공무원이 신바람나서 열심히 일하겠는가. 그러니 지금 이런 감기약 고갈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기관은 정부기관대로 일선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손놓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야기한 요상한 상황이다. 감기약 고갈사태가 말이다.
이런 감기약 고갈 사태가 시사하는 바가 참 많다. 한국은 어짜피 전시 시스템속에 놓여 있는 나라이란 것이다. 각자도생을 해야 하니 비록 식량은 사재기를 하지 않지만 감기약 만은 철저히 챙겨야겠다는 조바심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니 행정기관의 윗사람들도 대부분 바뀔 것이고 정부의 영이 제대로 서려면 새 정권들어서고 장차관 임명하고 한참 동안 지나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은 이제 몸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선 지자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 도-시-구-군청 직원들도 한동안 손을 놓을 것이니 이런 상황속에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국민과 시민 군민 스스로 각자도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이다. 이런 상황속에 세상물정에 밝지 못한 국민과 시민은 감기에 걸릴 경우 이래저래 희생이 되고 만다. 감기에 걸려도 약이 없어 이런 저런 고통을 겪는 사회속에 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이 대한민국의 2022년 3월 19일 현재의 현주소이자 리얼한 정치 사회상이 아닐 수 없다.
2022년 3월 1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