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출도 “도전 FTA!”
도전 대상으로 한-EU FTA를 정했다. FTA가 발효되면서 한국산 조미김에 부과됐던 18.4%의 고관세가 철폐됐는데, 이는 한국산 조미김을 수입한 바이어가 현지 내수시장에서 중국 등 경쟁사 제품에 비해 40% 가까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U 지역은 첫 진출은 어렵지만 일단 뚫고 나면 상당한 수출 성과가 기대되는 시장이라는 점 또한 감안했다. 원산지 기준만 충족시킨다면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김’(영문명칭 Laver) 생산·수출 세계 1위 국가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바닷가의 바위옷 같다고 해서 ‘해의’ 또는 ‘해태’, ‘건해태’, ‘해우’ 등 다양한 명칭을 갖고 있는 김은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만 생산·소비되어 왔으나 아시아 음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전세계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김은 이미 한국에서 가장 비중 있는 해조류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김 생산량은 약 42만t으로 해조류 전체 생산량의 38%를, 생산액 역시 약 3,236억 원으로 64%를 점유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마른 김 생산량은 1억속 이상으로 일본의 8,000만~9,000만속, 중국의3,000만~5,000만속보다 많다. 이에 따라 김 산업은 2014년 생산 1조5,000억원, 수출 2억7,000만달러에서 2020년 생산 3조원, 수출 5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은 참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수산물이다. 한국농수산품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불과 5년 전인 2010년 1억 달러였던 김 수출은 2012년 2억3,100만 달러에서 2013년 2억5,170만 달러, 2014년 2억7,440만 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6월 누계 기준으로도 수출액이 1억4,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3,000만 달러보다 늘었다. 2014년 엔저 영향으로 전체 수산물 수출이 감소한 반면 김 수출은 전년대비 9% 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수출 종류별로는 조미김 1억300만 달러, 마른김이 4,400만 달러로 조미김 수출 비중이 컸다.
특히 김 수출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체적인 김 수출 규모가 커졌다. 2010년 kg당 11달러이던 김 수출단가가2014년에는 17.64달러로 약 60%나 올랐다. 2011년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유출사태, 중국산 저가식품 유출 등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맛도 좋고 믿을 수 있는 한국 김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고 있고 드라마와 음악, K푸드 등 한류 열풍도 승수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 김이 수출되는 국가의 수도 79개국에 달하는데, 미국, 일본, 태국, 중국, 대만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수출의 81.7%를 차지하고 있다.
설립 4년 만에 해외 9개국 수출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에 소재한 E사는 지난 2009년 3월 설립돼 서해안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최고의 원초만을 엄선해 품질 좋은 들깨와 참깨를 직접 착유해 위생적인 가공방법과 50년 전통의 재래김 제조기술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조미김 전문 업체다. 업력은 6년에 불과하지만 2011년 미국에 첫 수출(1만3,000 달러)을 시작한 이후 2014년 누적 수출액이 100만 달러를 넘었으며, 수출국가도 필리핀, 싱가포르, 폴란드 등 9개국으로 늘어나는 등 충남 수산물 수출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도 농협 하나로마트와 롯데마트, 동원 F&B, 두원푸드 등 굴지의 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E사가 해외시장에 나선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였다. 내수시장 규모가 크긴 하지만 여름 장마철은 김 생산 비수기인데다가 소비도 줄어든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고용을 줄였다가 가을부터 봄까지의 성수기에 생산이 늘어날 때 인력을 고용하는 패턴이 이어진다. 이럴 경우 생산직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 때문에 업무에 전력을 다할 수 없으며, 회사로서도 생산 효율성 하락 및 지속적인 품질 유지 어려움 등을 감내해야 한다. 즉, 1년 내내 생산라인 가동할 수 있는 판로를 마련해야 하는데, 내수 수요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공장의 지속적인 가동 및 수익창출을 위하여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던 차에 2011년 1만3,000달러 규모의 김스낵을 미국에 수출했다.
세관 지원 통해 FTA 원산지 업무 개시
‘수출의 맛’을 본 E사는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회사 자체적으로 수출을 진행할 수 있도록 충남경제진흥원 FTA활용지원센터 등 도내 유관기관들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무역실무 연수를 받았다.
E사가 수출 전선에 뛰어들었던 시기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관심이 달아오를 때였다. 김은 수출국가들로부터 고율의 수입관세를 적용받는 품목이라 현지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수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FTA 혜택만 받을 수 있다면 중국은 물론 일본 제품들보다도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E사는 FTA를 업무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도전 대상으로 한-EU FTA를 정했다. FTA가 발효되면서 한국산 조미김에 부과됐던 18.4%의 고관세가 철폐됐는데, 이는 한국산 조미김을 수입한 바이어가 현지 내수시장에서 중국 등 경쟁사 제품에 비해 40% 가까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U 지역은 첫 진출은 어렵지만 일단 뚫고 나면 상당한 수출 성과가 기대되는 시장이라는 점 또한 감안했다. 원산지 기준만 충족시킨다면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2014년 3월 E사는 한-EU FTA 인증수출자 지정을 받기 위해 서울세관에 YES FTA 컨설팅 프로그램 지원을 요청했다. YES FTA는 관세청이 중소기업이 FTA를 활용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는 사업이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해 그해 734개사, 2012년 477개사. 2013년 402개사, 2014년 574개사에 이어 2015년에는 546개사가 혜택을 받았다.
YES FTA 지원팀은 E사를 방문해 기존 수출국가와 수출예정 국가의 FTA 세율을 분석하고 이를 활용한 가격협상 및 수출물량 증대 방법과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원산지 전담자를 지정해 임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한편, 관세청이 국제원산지정보원을 통해 중소기업에게 보급하고 있는 인터넷 원산지 관리 서비스인 ‘FTA-PASS’(http://www.ftapass.or.kr)를 설치해 원산지 업무 자동화시스템 구축을 지원했다.
실제 원산지 업무에 들어가기 위해 제품 생산에 투입된 원재료 목록을 정리한 ‘재료명세서’(BOM, Bill of Material)를 작성해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E사의 원재료 공급 구조는, 마른김의 경우 시청·군청 등으로부터 양식 면허 허가증을 받은 어민이 생산한 물김을 어촌계 수협을 통해 사들인 마른김 제조공장으로부터 구매했다. 참기름, 들기름, 맛소금 등은 다른 협력사들로부터 구매했다.
이들 협력사들로부터 원재료가 순수하게 한국에서 생산됐다는 원산지 증빙서류만 받으면 되는데, 협력사들은 비협조적이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FTA 활용에 따른 실익이 없을뿐더러 인력과 경험 부족으로 자체적으로 증빙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FTA의 혜택을 받으면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따른 매출증가, 고용 확대 등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자 협력사들도 서서히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고, 원산지 관리를 함께 진행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복잡한 원산지결정기준 해결
이어 원산지 결정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조미김에 대한 원산지 결정기준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EU FTA협정 상 조미김의 원산지는 4단위 세번변경기준(CTH, Change in Tariff Heading)과 부가가치기준(MC법, iMport Contents Method - EXW 상품가격에서 비원산지재료의 가격이 일정비율 이하)을 결합한 ‘CTH + MC30’이었다. 세번변경기준과 완제품 가격에 비원산지 재료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완제품인 조미김의 4단위 HS코드(2106.90)과 원재료인 마른김(1212), 옥배유·참기름·들기름(1515), 맛소금(2501), TRAY(3923), 박스(4819) 등이 모두 달라 CTH를 충족했고, 원재료 비중이 큰 마른김이 역내산이었기 때문에 MC30기준 역시 충족했다.
HS코드 판정 혼란 땐 FTA 수입국 사례 따라야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시키고 나니 이번에는 품목분류, HS코드에 대한 해석 문제가 불거졌다. 총 10자리로 구성되는 HS코드는 국제적으로는 6자리까지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마다 해석이 달라 관세율 또한 바뀔 수 있다. 이는 동일한 물품에 대해서도 각국마다 문화나 정치, 경제적 요소에 따라 품목분류에 대한 시각이 다르기 때문인데 과거에도 한국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능이 내장된 휴대전화를 개발했을 때 한국에서는 일반 휴대전화(관세 0%)로 분류한 반면, 유럽에서는 TV(14%)로 분류해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조미김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2106.90으로 분류한 반면 EU에서는 2008.99로 분류해 품목별인증주수출자 신청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주식이 밥이다 보니 김을 싸먹거나 식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HS코드에 김이 따로 있지만, 식문화가 다른 미국과 유럽의 경우 별도의 김의 HS코드가 없어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럴 경우 세관에서는 FTA체결국으로부터 혜택을 받기 위해 수입국의 HS코드를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수출 전 수입국에서 어떤 HS코드를 사용하고 있는지 샘플을 보내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사는 서울세관의 도움을 받아 2014년 5월 품목별 인증자수출자 인증서 획득 시 EU 세번으로 추가 인증을 획득했고, 다음달 EU지역 수출시 처음으로 원산지증명서를 자체 발급했다. 2011년 한-EU FTA에 이어 2012년 발효된 한-미 FTA는 미국이 한국의 김 수출대상 1위국가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FTA 발효와 동시에 한국 김에 대한 수입관세 6.4%가 철폐되어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E사는 FTA를 활용한 덕분에 연이어 해외시장에 진출해 1년 내내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되었고, 매출 확대와 더불어 수출과정에 드는 비용도 줄여 수익성이 높아졌으며, 고용 안정과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향후에는 한-중 FTA 등 신규 FTA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물김수매확인서’ 추가, 원산지 증빙 서류 간소화
한편, 관세 철폐 품목의 경우 수입국의 원산지 사후검증 요구 가능성이 크므로 세관에 사전검증을 요청하는 등 검증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에 E사는 세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FTA 애로사항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FTA 피해산업으로 인식되어온 농수산식품 업종에 대해 특화된 원산지관리시스템인 ‘농축수산물 FTA 원산지증명서비스’(관세청-국제원산지정보원)과 ‘FTA Agri 서비스(산업통상자원부-KTNET)의 보급을 확산시켜 줄 것을 정부와 관계당국에 요청했다. 또한 원산지 증빙서류 간소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FTA 활용을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정부는 2015년 3월부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발급이 발급하는 ‘농산물이력추적관리등록증’과 ‘농산물우수관리인증서’ 및 ‘친환경농산물인증서’ 등 3종은 해당 서류만으로 FTA원산지증빙서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서류절차를 대폭 간소화 했다. 이어 5월에는 원산지증빙 서류에 ‘지리적표시등록증’, 9월에는 수산업협동조합(지역조합 포함)에서 발급하는 ‘물김수매확인서’가 추가돼 김 수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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