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체험기
뒤늦게 닿은 장마와 함께 칠월이 시작된 올해 하반기다. 교직에서 정년을 맞아 올해로 다섯 해에 들었다. 현직 시절도 주말이나 방학이면 산야를 누비거나 도서관을 즐겨 찾아 자연인이면서 학생이었다. 퇴직과 동시에 가르치는 직은 내려 놓고 학생 신분으로 돌아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임한다. 지나간 올해 상반기에도 허투루 넘긴 시간이 없이 촘촘하게 짜인 나날을 보냈다.
대한 입춘 절기부터 탐매를 비롯해 들꽃 완상을 자주 나섰다. 열차 교통으로 섬진강을 몇 구간 나눠 트레킹을 다녀왔다. 구포에서는 산성행 마을버스로 금정산을 올라 범어사로 하산했다. 삼랑진을 거쳐 부전에서 동해선 전동차로 탁 트인 바다와 모래밭을 거닐었다. 창녕함안보에서 남지 철교를 건너기도 했다. 을숙도에서 하굿둑을 건너 다대포해수욕장과 몰운대 솔숲도 거닐었다.
봄철 내내 구룡산이나 양미재 숲에서 머위와 참취를 뜯어 일용할 찬거리로 삼고 이웃과도 나눴다. 진전이니 진북으로 가서 여항산과 서북산 임도 길섶 야생화를 구경하고 산나물도 채집해 왔다. 교직 말년을 보낸 거제 국사봉으로 올라 곰취잎도 따 왔다. 작년부터 지인의 배려로 북면 신동리 텃밭도 가꾸게 되어 열무를 거두었고 풋호박과 들깻잎을 따 찬거리는 자급자족하고 있다.
올봄부터 김해로 나갈 일이 주 이틀이었다. 인제대학에서 글로컬대학 사업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교양 강좌에 참여했다. 지난해 가야사 공부에 이어 남명 조식 선생의 학덕을 기리며 상소문을 읽고 덕천서원 답사와 함양 일대 서원과 고택을 둘러왔다. 사학과 배 교수를 알게 되어 한국 인물사 탐구 청강생으로 한 학기 내내 강의실 뒷자리에서 풋풋한 젊은이들과 시간을 잘 보냈다.
이런 일정 속에서 도서관은 여기저기 순례하듯 다녔다. 대산 평생학습센터 작은 도서관의 월 한 차례 독서 동아리는 의미 있는 자리이고 다름 모임이 기다려진다. 비가 오는 날은 자연스럽게 실내 수업으로 전환 시켜 열람실에 머묾이 상례다. 북면 무동 최윤덕 도서관은 텃밭에서 가까워서 좋다. 앞으로 폭염경보가 자주 내려질 여름 날씨도 자연인 발길은 도서관으로 향하지 싶다.
전반기 다양한 일과에서 손에 꼽을 뿌듯한 체험 활동도 있었다. 창원 농촌활성화센터가 주관하고 대산 나눔문화센터 강의실에서 수업이 이루어졌다. 오월과 유월 주 2회 모두 열 차례 도예 교실에 참여했다. 북면 월계리에서 갤러리 공방을 운영하는 강사로부터 여남은 수강생이 진지하게 배웠다. 나는 시내 거주해도 매번 가장 먼저 입실해 맨 앞자리에 앉은 모범 문하생이었다.
여강사는 삼십여 년 전 도예 입문해 상당한 수준에 이른 분이었다. 강사가 공방에서 찰흙과 도예 공구를 개인별 세트로 준비해 자리에 나가면 되었다. 수강생들은 첫 수업부터 호기심이 있고 만족도가 높았다. 강사가 주제를 안겨주면 수강생은 창의성을 발휘해 잘 따랐다. 찰흙을 흙가래로 공글러 층계를 높여 쌓다 원만하지 못하면 강사가 순회 지도를 나서 어려움이 해결되었다.
지난 유월 하순 열 차례 도예 수업을 마친 마지막 시간이었다. 첫 작품으로 빚은 화병과 밥공기와 국그릇은 재벌구이 유약을 발라 완성되어 흐뭇했다. 이후에도 반찬 그릇과 화분을 빚었고 커피잔과 손잡이 없는 머그잔도 빚어 그늘에 말렸다. 수강생이 빚은 작품들은 그늘에 말린 뒤 강사 공방으로 옮겨 가마에 구워냈다. 초벌로 구워내 유약을 발라 두벌구이로 도기가 탄생했다.
칠월 초순 수요일이다. 도예 작품이 완성되어 사부님 북면 월계리 공방을 찾아갔다. 서투나마 내 손끝에 빚은 작품을 대면했다. “지역민 교양 강좌 열 차례 도예 교실 / 여남은 수강생들 제각각 솜씨 발휘 / 매시간 진흙 주물러 진지하게 빚었다 // 공글린 흙가래를 둥글게 쌓아 올려 / 그늘에 며칠 굳혀 가마에 구워내니 / 일상에 요긴하게 쓸 도기 몇 점 생겼다” ‘도예 체험’ 전문. 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