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축구협… ‘파행행정’ 털고 변화의 길 찾아라!
[스포츠투데이 2004-05-13 11:45:00]
‘변해야 산다!’
대한축구협회가 이틀 만에 기술위원장을 바꿨다. 지난 10일 상임이사회를 통해 내정됐던 조영증 파주NFC 센터장이 12일 비판 여론에 못 이겨 고사의사를 밝히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직권으로 이회택 부회장을 신임 기술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인가. 정회장은 “기술위원회가 문제의 온상인 것처럼 비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현 체제에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또 이 신임 기술위원장도 “지난 월드컵 때에는 기술위원장이 특별히 일을 했다기보다는 운이 좋았던 셈이다”고 말해 비판여론에 수긍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결국 기술위원장 교체가 축구계 안팎에서 일고 있는 ‘협회 쇄신론’을 수렴하려는 의지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축구협회 체질 개선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를 알아본다.
▲기술위원장과 축구협회장 간 ‘핫 라인’ 가동
2002월드컵 4강 신화의 이면에는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과 정몽준 회장의 ‘핫 라인’이 있었다. 당시 이 전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운영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조중연 전 전무,김상진 전 부회장 등의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정회장과 상의했다. 즉 기술위원회 결정사항에 대해 협회 간부들의 개입을 원천 차단한 채 철저한 책임의식을 갖고 일을 빠르게 추진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월드컵 이후 곧바로 사라졌다. 이 전 기술위원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김진국 전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매번 전무,부회장과 1차적인 협의를 우선시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복지부동’하는 간부들의 입장을 적극 반영시키면서 코엘류 지원을 효과적으로 해내지 못했다. 또 기술위원장의 책임의식도 사라져 코엘류 사임 후 눈치만 보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했다.
▲고위층의 명확한 업무 분담
올초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중연 전무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조부회장은 전무 시절 대표팀 운영을 책임지면서도 차범근,허정무,코엘류 전 대표팀 감독이 잇달아 경질되는 과정에서 꿋꿋이(?) 살아 남았다. 매번 조 전 전무의 책임 회피와 무능함이 도마에 올랐지만 정회장의 ‘비호’ 아래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조부회장이 대표팀 운영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지난 2002 월드컵에서 유독 기적적인 성공을 이뤘던 점은 이전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문제는 이미 행정 능력의 한계가 드러난 조부회장이 승진 후에도 전무시절과 비슷한 수준의 전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부회장은 전무시절 업무의 상당 부분에 대해 아직 결정권을 갖고 있으며,경험이 부족한 노흥섭 신임전무는 중요사안을 매번 조부회장과 상의하고 있다. 김진국 전 기술위원장은 조부회장을 ‘축구의 달인’으로 칭하면서 매사에 조부회장의 의중을 중요시했다. 하루빨리 조부회장의 입김을 줄이고,실무 최고책임자인 전무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