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가 익어가는 과수원이 그리워지는 아침 칠월 비 내리던 아침 어릴때 살던 고향 과수원집에는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누나들 틈에 끼어 청포도 과수원집에 몇번 가봤는데 누나들 손에는 몇되의 보릿자루가 들려 있었다
청포도를 먹으면서 누나들은 나를 다구치곤 했었다 너 집에가서 청포도를 먹었다는 이야기와 과수원집에 갔었다는 이야기며 보릿자루 이야기를 하면 큰일 난다고 누나들은 고개를 까닥 거리는 나를 못믿워 다구쳤다 요것은 성질이 고지 곧대로라 일러 바칠수가 있다고 못믿어워 했던 누나들--보릿자루와 청포도와 바꾸어 먹었단 사실도 한참후에 안 나였으니---누나들이 항상 못 믿어워 했던것도 한참후에 알았었다
그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칠월이면 내 고향이 무척 그리워진다 강가에서는 은어를 낚는 낚싯군들 -- 고향길 양옆에 줄지어 늘어선 버드나무-- "봉대방천"의 뚝길" "서시내' "양젱이' "흑셍이" 노랫말 처럼 꿈엔들 잊으리오 그 푸르른 산 그리고 들판 드높기만 하던 가을 하늘
얼마전에 고향에 가봐도 그리던 고향이 아니더란 말이 실감이 난다 내가 아는 사람 나를 알고있는 사람 하나도 없더니 5일장터에서 고라니 박센을 만나 반갑다고 인사를 했더니 누구신지요 되묻는다 "고라니 박센" 아니시요? 아하~네 제 아버지 되십니다 어쩜 고라니 박센 모습 그대로 닮아 일에 찌들었던 고라니 박센 옛 모습 그대로다 아 네~! 선친의 안부물으니 몇해전에 돌아가셨단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고--" 옛시인의 싯귀가 새로워진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이면 나는 고향이 그렇게 그리워진다 보릿자루 들고 다니던 누나들도 이제는 뵈올수 없다 고향에 찾아가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 그 누구도 없다 청포도 과수원으로 가는 길 신작로 길이 아스팔트 포장길로 변해 있다 내 고향 칠월 이맘때 비오는 날이면 떠오르는 고향의 그시절 지금도 그 과수원에는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가고 있을까? 늙어가는 내 모습을 거울속에서 바라보면 "인생 무상" 그 소리가 절로 난다 눈앞에서 잡힐것만 같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고향 그 고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