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오백마흔네 번째
지금이 검찰공화국이라고요?
어느 정치인이 요즘 우리나라를 검찰공화국이라고 했습니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많이 차지했다는 말이겠지요. 대통령이 검찰총수를 지냈으니 주변에 검찰 인사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지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에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이 떠올랐습니다.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했던 10대 3명이 사건 며칠 만에 범인으로 체포되었습니다. 이들 중 2명은 지적 장애자였습니다. 그들은 살인 현장에는 가지도 않았다고 아무리 외쳐도 돌아오는 건 경찰봉뿐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진범 중 한 명이 검사를 찾아와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진범(?)이 잡혔다는 이유로 검사는 그를 돌려보냈습니다. 그 바람에 누명을 쓴 세 사람은 17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그 사이 죄를 인정하지 않는 소년들을 기소했고, 다른 검사가 잡은 진범을 넘겨받고도 자신의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지 않았던 검사는 국내 굴지 로펌의 변호사가 되었고, 재판을 맡았던 배석 판사는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소년들의 억울함에는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던 당시 국선변호사는 판사가 되었습니다. 모두 승승장구 출세한 것입니다. 어디 이 일뿐이겠습니까? 검찰공화국은 진즉부터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진범들 가운데 한 명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세 사람을 찾아와 용서를 빌었고, 용서받았습니다. 용서는 아무나 빌지 않습니다. 또 아무나 용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포옹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당시 범죄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났습니다. 그래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그 사람들은 사죄해야 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검찰공화국이니까요. 지금도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