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분위기 '키엘'
피부 고민 해결에 초점 용기에 재료·성능 빽빽이 설명 흰 가운 입은 직원이 상담
고객을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지 말라
여드름이든 피지든 개인별 해결책 제공 샘플 미리 써볼수있게 年수백만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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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엘 매장에는‘미스터 본’으로 불리는 해골 모형이 서 있다. 고객들에게 피부나 골격에 대해 좀 더 잘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키엘제공
163년 역사의
미국 화장품 브랜드 키엘(Kiehl) 매장은 러쉬와는 다른 방법으로 깜짝 스파크를 불러일으킨다.
입구엔 사람 크기 해골 모형이 전시돼 있고, 직원들은 약사처럼 하얀 가운을 입고 고객들을 맞는다. 컬럼비아대 약대를 나온 존 키엘이 창업할 때부터 이 회사가 간직해온 '약국 화장품'이란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키엘의 셰릴 비탈리 CEO가 한국을 찾았다. 배우 줄리아 로버츠처럼 훤칠한 키에 함박웃음이 인상적인 그녀는 다른 브랜드와 키엘이 차별화되는 점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우리는 작은 약국에서 출발했습니다. 고객들이 피부 고민을 안고 찾아오면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치료제를 제공하던 것이 시작이었죠. 키엘을 구성하는 핵심축 가운데 하나는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에요. 의대에서 교육을 받은 약사·의사들로부터 나온 전문적인 피부과 지식이죠. 둘째는 고객 중심주의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고객들의 다양한 피부 트러블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고민해 왔고, 거기에 대한 처방을 내리려 노력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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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엘은 유명 모델을 활용한 광고를 하지 않는다. 용기 디자인도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다. 또 화장품 용기에 제품의 재료와 성능을 깨알 같은 글씨로 상세히 설명한다. 키엘은 매장 직원들을 '키엘의 고객 대변인'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고객에게 단순한 제품 설명 수준을 넘어 고객의 피부 상태에 따라 맞춤형 상담까지 해 준다.
마치 약국처럼 가지런히 제품이 정렬된 키엘의 매장 한쪽엔 생뚱맞게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가 반드시 놓여 있다. 키엘 계승자 애런 모스의 아이디어다. 앤티크 오토바이를 수집하는 게 취미였던 그는 여자 친구나 아내를 따라 화장품 매장에 와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남성 고객을 위해 오토바이를 비치하자고 제안했다.
키엘이나 러쉬 같은 브랜드는 제임스 H. 길모어의 책 '진정성의 힘'에서 진정성 마케팅의 다섯 요소로 꼽은 자연성·독창성·특별함·연관성·영향력을 모두 활용한다.
‘보랏빛 소’, ‘이카루스 이야기’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세스 고딘씨는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란 책에서 키엘 매장을 방문한 경험을 회상한다. 수수한 용기에 깨알같이 적힌 제품 설명, 약사 가운을 입고 있는 판매원들 풍경에서 ‘뭔가 진실이 담겨 효능을 믿을 수 있는 순수한 화장품’이란 인상을 받았고, 그 결과 애초 사려던 화장품 외에 면도 크림과 비누까지 사 들고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키엘이 겨냥한 지점은 바로 이런 진정성이란 가치다. 지금은 피부과 전문의나 약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적지 않지만(프랑스의 ‘아벤느’ ‘비쉬’와 한국의 ‘닥터 자르트’ 등), 키엘 창업 당시만 해도 전문 의약 지식을 바탕으로 탄생한 화장품 브랜드는 키엘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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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엘CEO 셰릴비탈리
―고객에게 맞춤형 상담을 한다는데 어떻게 합니까?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요?
“일단 가장 관심을 쏟는 분야에 대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누구나 한두 가지씩은 고민거리를 갖고 있게 마련이거든요. 거기에 집중하는 겁니다. ‘고객님의 피부는 얼마나 건조한가요?’ ‘혹시 유분이 너무 많아서 고민은 아니신가요?’ ‘피지나 여드름 분비 때문에 걱정이세요?’라는 식으로요. 그건 매번 고객에 따라 달라져요. 우리는 그들 하나하나에 맞춰서 개별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고, 고객들을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키엘은 여러 면에서 러쉬와 비슷하다.
〈러쉬 기사 참조〉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도 그렇다. 에이즈 퇴치 캠페인, 그린란드 환경 보존 활동, 희귀 질환 아동 돕기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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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엘은 약국에서 출발한 화장품 회사답게 판매원이 약사 가운을 입고 고객들에게 효능을 설명하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블로그 Il posto ideale
그러나 러쉬와 크게 다른 점들도 있는데, 그중 하나는 샘플을 많이 활용한다는 것이다. 애런 모스씨 딸이자 4대 CEO였던 제이미 모스씨는 품질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사기 전에 직접 써보세요(Try before you buy)’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무료 샘플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도 고객이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이 뭔지 확인할 수 있도록 100여 가지가 넘는 샘플을 직접 테스트할 수 있고, 나눠주기도 한다. 비탈리 사장은 “매년 몇백만개의 샘플을 제작하며, 이는 키엘의 전체 비용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키엘은 전환점을 맞았다. 스미스소니언 국립 미국사 박물관 관계자가 뉴욕 출장길에 키엘 매장에 들른 것이다. 그는 뒤에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키엘의 제품을 영구 보존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100여점의 제품이 박물관에 보존됐다. 이를 계기로 키엘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함께 중국 의학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같이하게 된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공동 연구를 한 계기는 무엇이고, 제품에 어떻게 반영됐나요?
“중국 의학에 대해 연구한 것은 사람들의 피부 트러블 연구에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그 연구는 지금까지도 여러 제품 개발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칼렌듈라(calendula) 토너’예요. 이름 그대로 금잔화로 만든 토너(화장하기 전에 피부 결을 정돈해 주는 화장품)죠. 당시 이런 자연물에서 추출한 화장품은 독특한 것이었고, 신기원을 열었다고도 볼 수 있어요.”
키엘은 또 피부과 전문의들과 협업한 ‘더마톨로지스트 솔루션스’를 개발했는데,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하버드대·컬럼비아대와 협업했다 해서 일명 ‘아이비리그 스킨케어’로 불린다.
―전문가와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제품에 전문성을 접목시키고 결합시킬 수 있는 최상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식견을 넓혀주고 깊이를 더해줘요. 우리는 귀 기울이는 것에 대해 매우 포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