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외진 곳에서 애벌레 한 마리가 `우화`를 하고 있다. 땅을 기어다니는 벌레가 하늘을 얻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저 징그러운 벌레의 몸속에 그토록 아름다운 날개가 숨어 있었다니. 탈바꿈은 천지가 개벽하는 것만큼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나비는 혼자의 힘으로 벌레에 갇힌 `시간의 탯줄`을 끊고 있다. 제 허물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하면 앞으로 벌어질 미래는 없다. 짧고 강렬한 순간이 지나면 그는 `나비`라는 근사한 이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파리 뒤에 숨어 풋내나는 이파리를 갉아먹던 애벌레는 이제 달콤하고 향긋한 꿀을 삼킬 수 있다.
하지만 환경과 기후의 변화로 벌 나비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비행 속도는 느리고 날개는 커서 눈에 띄기 쉽고, 가벼운 몸 때문에 반격 수단도 빈약한 최약체 곤충 중 하나로, 먹이사슬의 아래 동물이라고 한다. 사마귀나 새, 개구리 등 천적은 사방에 있다. 먹이사슬에서 최약체인 나비는 반격할 가시도 뿔도 없다. 환경보전의 문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벌 나비는 환경지표이다. 아름다운 날개를 탐내는 표본 수집가들은 나비를 잡아 가슴에 표본침을 꽂고 표본상자에 넣어 소장한다. 생각하면 한없이 애틋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