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행자 6. 비엔나 커피하우스

[캬페지기]

비엔나의 커피하우스는 단순한 카페가 아닙니다. 유럽 문화의 심장부에서 예술과 철학이 숨 쉬던 거실 같은 공간이었죠

비엔나 커피하우스: 예술가들의 살롱

비엔나 거리엔 수많은 커피하우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몇몇은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닌, 예술과 사색이 흐르던 무대였습니다. 말러, 슈베르트, 슈트라우스는 물론, 괴테와 프로이트까지 이곳에 자주 들렀습니다.

특히 **카페 차허(Café Sacher)**와 **카페 첸트랄(Café Central)**은 유명한 예술가들의 아지트였습니다. 검은색 양복 차림의 웨이터가 실버 트레이에 올려다 주는 커피 한 잔은 단지 음료가 아니라, 비엔나의 시간을 마시는 행위였죠.

커피 향 속 베토벤의 고집, 슈베르트의 서정

베토벤은 청력을 잃어가던 시기, 조용한 뒷자리에서 종이와 펜을 들고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그는 무뚝뚝했지만 커피는 정확히 ‘60알의 원두’를 고집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단호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죠.

반면, 슈베르트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 이곳에서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라 불리는 즉흥 연주회를 열곤 했습니다. 웃고 떠들고, 그리움을 악보에 담던 그의 서정이 커피 향과 함께 피어났습니다.

비엔나 커피 한 잔은, 음악이다

비엔나 커피하우스에 앉아 멜랑콜리한 클래식 선율을 들으며 마시는 ‘아인슈페너(Einspänner, 크림이 올려진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닌 삶의 한 문장이 됩니다.

한 모금 머금고 있으면,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의 여운이 잔 안에서 출렁이는 듯하고, 멀리서 들리는 첼로 소리에 베토벤의 흔적이 스며드는 느낌이 듭니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는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당깁니다. 과거처럼 예술가들이 글을 쓰고, 토론하고, 음악을 만들던 자리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그 흔적과 향기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요


1. Café Central (카페 첸트랄)

- “정치와 예술이 머물던 거실”
고풍스러운 아치형 천장과 대리석 바닥,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 트로츠키, 프로이트, 히틀러(!)까지 드나들던 곳.
슈베르트의 조국, 베토벤의 도시에서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간 이들이 머물렀던 역사적 공간.
추천메뉴: 애플 스트루델, 멜랑지 커피.

2. Café Sacher (카페 자허)

- “달콤한 유산, 자허토르테의 성지”
빈 오페라하우스 맞은편. 오스트리아 황실의 디저트, 자허토르테(Sachertorte)의 원조.
클래식 공연 전후로 예술가들과 귀족들이 자주 찾던 우아한 살롱.
추천메뉴: 자허토르테 + 휘핑크림, 빈 커피.

3. Café Sperl (카페 슈페를)

- “영화처럼 느긋한 오후”
영화 <비포 선셋>의 배경지. 슈베르트의 ‘내 친구들과의 오후’가 들려오는 듯한 목재 인테리어.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 손 편지를 쓰는 청년…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추천메뉴: 에스프레소 + 슈페를 스타일 케이크.

4. Café Demel (카페 데멜)

- “황후 엘리자베트가 사랑한 맛”
합스부르크 왕실의 공식 디저트 공급처. 예술가보다 더 섬세했던 황후가 즐겨 찾았던 카페.
베토벤이 이 거리를 걸었고, 요한 슈트라우스가 근처에서 왈츠를 작곡했을지도 모른다.
추천메뉴: 바움쿠헨, 핫초콜릿.

5. Café Hawelka (카페 하벨카)

- “현대 문인과 예술가의 안식처”
전후 비엔나 문학계의 심장. 20세기 후반 예술가들의 보헤미안 감성을 품은 카페.
빈티지한 분위기 속, 지금도 문학과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 인기.
추천메뉴: 버터 바닐라 번(Vanillebuchteln), 필터 커피.

각 카페마다 음악과 예술, 그리고 역사가 살아 숨 쉽습니다.
이 커피하우스 투어는 단순한 미각 여행이 아닌, 예술가의 시선으로 걷는 비엔나의 시간 여행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