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출발 전부터 태풍온다고 해서 수목금 일정이었던게 목금토로 일정 바뀌었음 목포에서 제주로 가는 배에선 문제 없었어
수학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토요일 오후에 제주에서 목포로 다시 돌아가는 배를 탔어
그때 그 배엔 남고 1개, 여고 2개 학교 + 수십수백의 민간인들이 탔었음 배에서 남고여고 서로 번호따고 아주 기냥 사랑을 실은 배였음ㅎ
선생님들은 약간 긴장한 얼굴이었던 것 같아 새로운 태풍이 동남아쪽에서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던데 우린 아슬아슬 피해갈 수준이어서 그냥 출항하지만 서둘러야 한다고 했던가 그랬음
배는 출항했고 2시간 정도까진 순조로웠어 근데 점점 파도가 거칠어지긴 하더라 서있을 수 없을 만큼 갑판은 밤이고 파도도 세니 너무 위험해서 나가지 말라고 선생님들이 입구에 서서 통제했었음
할것도 없으니 각 반마다 배정된 실내 방에서 애들이랑 "파도 너무 세지 않냐, 이러다 침몰하면 어캄? 전화됨?ㅋㅋㅋ" 이러고 수다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내방송이 나왔어
"안녕하세요 선장(?)입니다, 출항 당시만 해도 멀리 떨어져 있던 태풍이 갑자기 속도가 빨라져 저희 경로를 정통으로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현재 더 이상 운행이 어려워 시동을 끄고 표류하겠습니다. 위험하니 갑판...어쩌고 저쩌고"
계속 말하는데 "표류"에서 애들이 웅성거림이 심해져서 더이상 들리지 않았음 안내방송이 끝나자 갑자기 전기가 다 꺼지고 전 객실에 빨간불이 들어왔어
애들은 소리지르고 패닉에 빠져서 울고 난리도 아니었음 배는 점점 기우는게 심해져서 앉아있었는데도 이리저리 굴러다닐 정도였어 밖에 복도에선 선생님들이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있었어
열린 문 사이로 애들이 돌아다니는거 보고 나도 나가봤어 선생님들은 각 반 애들 체크하고 구명조끼 확인하고 있더라고 돌아다니면 안됐지만 나는 뭔가 이대로 있으면 안될 것 같길래 선생님께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 하고 갑판쪽으로 올라갔어
올라가서 갑판 문을 보니까 쇠사슬로 칭칭 감아서 자물쇠까지 채워놨더라고 아 이거 뭔일 나도 못나가겠구나 싶어서 열린 문을 찾으러 돌아다녔어 그러다가 다른 학교 선생님을 만나고 잡혀서 방으로 돌아왔어
방에 돌아와보니 애들은 휴대폰 붙들고 전화하려고 난리치고 있었고 나도 그땐 카톡이란게 없을때라 문자로 엄마한테 연락보내려고 했었는데 문자도 안가더라
그렇게 다들 소리지르고 울고 굴러다니고 한시간쯤 지나자 잠잠해졌고 태풍이 지나갔으니 다시 출발하겠다, 현재 위치는 진도 쪽이라 목포항 예상 도착시간은 밤 11시쯤이다 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어
조명이 원래대로 돌아왔고 배에 시동거는 소리가 들리더라 우리 안도했고 선생님들도 다시 인원파악하고 분주해지시더라고 목포항 도착까지 바닷길은 너무나 조용했고 우린 다들 지쳐서 잠을 잤어
밤 10시 40분쯤에 목포항 도착해서 휴대폰을 켜보니 엄마랑 아빠한테 전화랑 문자가 엄청 와있는거야 바로 전화해서 태풍만나서 좀 늦어졌다고 하니까 엄마가 안그래도 지금 다들 모여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무슨소리지 하고 보니까 원래 9시에 목포항 도착해서 밤 10시 반쯤에 학교 도착 예정이었거든
그런데 태풍온단 소리에/도착할 시간에 맞춰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모두 그때 바다 위 표류하고 있을때라 연락이 안됐고 모든 학부모들이 부랴부랴 학교로 온거지
학교장도 밤에 학교 와서 "배 위성전화로 통화했고 태풍 무사히 지나서 다들 목포로 오고있다, 신안까지 왔다가 1시간 표류하며 진도까지 떠밀려가 2시간 정도 늦어질 예정이다"라는 소식을 전했던거지
그래도 부모님들은 내자식 목소리 들을때까지 안심할 수 없었나봐 목포항에서 내리는 학생들은 부모님 전화 받느라 여념이 없었고 선생님들은 학생들한테 얼른 부모님들께 연락드리라고 소리치고 있었어
그렇게 정신없이 배에서 내려 버스타고 학교로 돌아와보니 밤 12시 반.... 학교 주변과 운동장은 300대 가량의 차들로 아주 장관이었어 버스가 들어가니까 부모님들이 막 차버리고 따라서 뛰어 오시더라
350명의 학생들과 약 500명의 가족들, 선생님들, 대략 1000명 정도가 울며불며 상경하고 나도 그 난리통에서 겨우 엄마 찾아서 차타고 돌아왔음... 시내버스도 끊겼을때라 부모님이 못오신 애들은 선생님들이 각자 차량에 방향 나눠서 애들 내려주고 못탄 애들은 선생님들이 택시비 쥐여서 택시태워 보내줬다더라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수학여행 갔다온 애들은 맘고생 했을거라며 학교에서 월요일 휴교시켜줌ㅎㅎ
이후 2014년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때 정말 무서웠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심장이 몇번을 벌벌 떨리는지...
쇠사슬로 묶는건 잘못됐지만 (학생들이라 통제가 힘들어서 한듯) 날씨 안 좋을 땐 배 안에 있는게 맞음 배 흔들려서 추락하면 어쩌려고; 이제 퇴선해야 하는 상황인데 배 안에만 있으라고 하는게 잘못된 거지 ㅠㅠ 그리고 날씨 땜에 흔들려서 무서웠겠지만 배는 생각하는 거 많큼 쉽게 안 넘어간다 생각 ... 근데 저렇게 국내만 다니는 배도 위성전화를 썼었구나 너무 옛날이라 그런가
첫댓글 와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일반인들도 얼마나 무서웠겠어 그래도 잘 와서 다행이다
왜 나가려고 함? 선생님들 고생하셨네
하이고ㅠ 무섭다 다행이다ㅠ
부모님들 마중나와잇단거 눈물나 ㅜㅅㅂ
세월호 사건도 있고 자칫하면 나가야지 싶어서 찾아봤나보지 ㅜ 그래두 선생님들이 인솔 잘 했네 ㅠㅠ 다 같이 무서우셨을텐데
ㄴ 글보면 세월호 이전이야
근데 세월호때 말잘듣고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죽고 갑판쪽으로 나간 사람들은 살지않았어? ㅠ
아니 위험한데 왜자꾸 갑판쪽을 가려고 하는 거임..? 전원 무사해서 다행이긴 한데
옛날 같았으면 갑판에 왜 나갔을까 했을텐데 세월호 사건 생각하면......마음 복잡해지네ㅠㅠㅠㅠ
패닉 왔다잖아 주위에서도 울고 소리치고 했다는데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웠겠지 뭐.. 더군다나 미성년자 때 얘기고
그래도 더 큰일로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세월호때도 방 안에만 있으라고 했는데 말 안 듣고 갑판 올라간 사람만 살았어.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도 안에서 대기하라고 했는데 말 안 듣고 억지로 문 열고 탈출한 사람만 살았음. 자기 목숨 달린 일이니까 진짜 안에만 있는게 맞는 건지 확인해보고 싶었겠지
아유 눈물난다 글만봐도
어른들 지시 얌전히 따랐다가 어떻게됐는지 세월호 때 다 봐놓고도 수칙 안따랐다고 호통질을 하네...목숨 목전에 두고 당연히 우왕좌왕 할 수 있지
저게 세월호 전인거 알겠는데 왜 나가냐고 호통치는거 이해 안돼 세월호때 방송듣고 방 안에 있던애들 다 죽었어 대구지하철때도 기관사 말 듣고 앉아있던 사람들 다 죽었어
큰일날 뻔 했네
다른말이지만 카톡 2010에 나왔는데.. 아무튼 당사자는 많이 무서웠겠다.
글에 2011년도라 그래서 적어봤어 ㅎㅎ.. 그때쯤 갤s2도 나왔던거같아서
나 그때 고딩이어서 정확히 기억하는데 카톡은 나왔지만 아직은 3g폰이 많앗어서 카톡 쓰는사람 10명중 1-2명도 안됏엇음
나 중딩때인데 10년에 카톡 쓰는사람 많이 없엇음ㅜ11년부터 꽤 퍼진걸로 기억
나 그때 고1이었는데 진짜 서서히 스마트폰으로 넘어왔었음
카톡할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됨
스마트폰 쓰는사람 거의 없었음... 2010년도에 내친구중 두명만 처음 삼성스마트폰 사서 저거는 사용자가 많아야하는 폰인데 왜케 비싼걸 샀지?? 함
근데 태풍이면 갑판으로 올라가는 게 더 위험한게 맞지 않나 비바람에 파도에 나갔다가 바다에 떨어지는 게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말 지지리도 안듣네 하이고..
근데 만약에 밖에 안 나갔다가 배가 그대로 넘어가면 안에있는 사람들은 못나오고 갇힌채로 물이 차오르는 거잖아그냥...ㅠㅠㅠ 나라도 나가고 싶었을 것 같아
인솔자 입장에선 피마른다... 저러다 나가서 떨어지고 혼자 실종됐으면 내 책임인거지... 직원들이 잘 막아놨으니 망정이지...안내방송에 위성통화까지 제대로 돌아가는 배였는데도
세월호가 안내와 지시에 따라야 안전하게 산다는 원칙을 걍 다 부숴버림 사람들은 통제 더 안되고
근데 이건 배가 박살나거나 화재가 아니라 얌전히 있는게 맞는듯 상황마다 다르니까 아무래도
선생님들 대단하시네 ㅠ
바다가 젤 무섭다ㅜㅜ
쇠사슬로 묶는건 잘못됐지만 (학생들이라 통제가 힘들어서 한듯) 날씨 안 좋을 땐 배 안에 있는게 맞음 배 흔들려서 추락하면 어쩌려고; 이제 퇴선해야 하는 상황인데 배 안에만 있으라고 하는게 잘못된 거지 ㅠㅠ 그리고 날씨 땜에 흔들려서 무서웠겠지만 배는 생각하는 거 많큼 쉽게 안 넘어간다 생각 ... 근데 저렇게 국내만 다니는 배도 위성전화를 썼었구나 너무 옛날이라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