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달에 생각나는 어떤 며느리◇
매년 10월은 ‘노인의 달’(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1997년에 보건복지부에서 노인(65세 이상)에 대한 공경과 감사의 마음을 새기기 위해 제정한 법정 기념일(달)이다. 노인의 달에 어떤 가난한 한 노인에게 아들보다 더 현명한 어떤 며느리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가난한 노인은 4대 연금(공무원 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20년 이상 납입한 고호봉자의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나 뿐인 자식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써버린 할아버지의 노후는 너무나 초라했다. 평생을 같이 살자던 아내를 일찍 떠나보내고 매달 통장으로 들어오는 몇 푼 안 되는 기초노령연금을 쪼개 쓰는 할아버지는 친구들 만나기도 눈 치가 보여 자주 외출도 못했다. 오래전 캐나다로 이민 갔던 절친했던 친구가 잠시 귀국했던 날, 할아버지는 그 친구 와 잠시나마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막 출근하려던 아들에게 말했다. "아범아, 혹시 10만원만 줄 수 있겠니?" 아들은 한숨을 쉬며 답답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버지, 손 자가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요. 애들에게 쓸 돈도 항상 모자란 것 알고 계시잖아요. 자주 이렇게 돈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아들은 마음에는 걸렸지만 어쩔 수 없다고 자기 합리화하며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하고 그냥 출근해 버렸다. 그런데 부엌에서 그 모습을 지켜 봤던 며느리가 아들이 대문을 나서자마자 보다 못해 아파트 양지바른 벽에 기대 어 아무 말 없이 하늘만 바라보는 시아버지께 다가가 주머니에 꼬깃꼬깃 감추어 놓았던 돈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 얼마 안 되는 이 돈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드시고 싶은 거 사 드시고, 대공원에도 가고, 하고 싶은 대로 하 세요". 연신 눈물이 쏟아지려는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고마워서 말도 잊은 채 어떻게 할지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날 저녁 퇴근한 아들은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어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가 밖에서 흙장난이라도 했는지 옷도 남루하고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거실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더욱 짜증이 났다. 남편은 왜 아이의 얼굴이 이렇게 더럽냐고 아내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 이튿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아이 꼴이 점점 추해져가고 있었다. 새까만 손등이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드레하던 아이의 모습이 거의 거지꼴로 변 해가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참다 못해 며칠 후 퇴근한 남편은 벌컥 화를 내며 아내에게 고래 고래 고함을 쳤 다. "하루 종일 집에서 뭣을 하길래 아이를 씻기지도 않고 이렇게 거지 꼴을 만들어 놓았어?!" 남편의 화가 난 소리를 듣고 있던 아내가 차분히 말했다. "지극정성으로 곱게 키워봐야 당신이 아버지께 냉정히 돈 10만 원을 거절했듯 저 아이도 우리가 늙어서 10만 원 달래도 안줄 거 아니에요? 당신은 뭣 때문에 그런 아이를 그리 깨끗이 키우려고 해요? " 아내의 말에 기가 질려버린 남편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아버지의 방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보자 방으로 들어 오라고 했다. 아버지는 "회사 일이 고되지 않느냐?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라“고 타일렀다. 아버지의 더 없는 사랑의 말에 아들은 그만 방바닥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아무리 좋은 가문이라도 여자 한 사람 잘못 들어오면 그 가문은 당대에 망하고, 아무리 가난한 가문이라도 여자 한 사람 잘 들어오면 그 가문은 흥하고 나라도 잘 된다’고 했다. 한 집안의 ‘흥망성쇠’(興亡盛衰)와 ‘영욕’(榮辱)이 여자 의 손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독일의 속담에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키울 수 있으나 열 아들은 한 아버지를 봉양키 어렵다" 는 말이 있다. 부모는 자식이 배부르고 따뜻한가를 늘 신경 쓰지만, 부모의 배고프고 추운 것을 자식들은 별로 마음에 두지 않는다고 한다. 자식들의 효성이 아무리 지극해도 부모의 사랑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이 제는 부모가 자식들에게 섬김을 받는 게 아니라 짐이 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부모에 대한 효는 가정과 사회를 바로 세우고 나라를 튼튼하게 하는 기초다. 효도를 할 때 그 가정도 아름다워진다. 자녀들 이 올바르게 자라면 그것이 가정과 사회를 든든히 세우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은 변치 않는다. 부모는 자식을 시샘하지 않으며, 자식을 위해 고난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식 때문에 잠을 못 이루며, 자식 때문에 일찍 일 어나고, 자식 때문에 눈물도 흘린다. ‘孝는 百行의 根源’(小學)이라 했다. 한 사람이 능히 한 나라 사람들을 감동시키 고, 또 능히 천하의 사람들을 느끼도록 하나니, 천하의 至誠이 아니면 어찌 이에 이르리오. 사람이 느끼면 하늘도 또한 느낄 것이니라.”
燕山 趙 喆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