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새벽 눈썹달
칠월 중순 일요일이다. 장마인데 비가 내리지 않아 열대야와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다. 그간 몇 차례 근교 숲을 누빈 산행에서 영지버섯을 제법 따 베란다에 말리고 있다. 내가 약차로 달여 먹을 양으로는 많아 넘쳐 형제나 지인들에 나눌 예정이다. 통상 사계절 가운데 봄날은 인근 산자락을 누빈 산나물 채집으로 발품을 팔고 여름 숲에 들면 참나무가 삭은 그루터기 영지를 딴다.
일전 선성산 둘레길에 이어 불모산과 용제봉 숲으로 들어 영지버섯을 찾느라 땀을 제법 흘렸다. 가랑잎이 삭아 부엽토가 된 숲 바닥을 거닐면서 두리번두리번 고사목 둥치를 살폈다. 발품을 판 성과는 있어 우리 집 남향 베란다에는 몇 개 놓인 화분 곁 시렁에 잘라둔 영지가 쌓여 마르고 있다. 한여름 숲에서 삼림욕을 겸한 발품을 더 팔아 자연산 영지버섯을 더 찾아볼까 한다.
한밤중 잠을 깨 대만의 명성 있는 언어학자가 치매가 걸린 남편을 간병한 ‘아주 느린 작별’을 읽었다. 저자가 겪는 노후의 삶에서 내가 맞을 내일도 그려봤다. 열대야에 준하는 밤 기온은 새벽에도 후덥지근했다. 아침밥을 이르게 간단히 때우고 등산화 끈을 묶고 지팡이를 챙겼다. 네 시 반에 현관을 나서 아파트단지 뜰로 내려서니 외등이 켜져 있고 거리에는 가로등 불이 밝았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 따라 걸어 퇴촌삼거리에서 창원천 상류로 올랐다. 퇴촌 어린이공원 운동 기구에 매달려 몸을 잠시 풀었다. 가고자 하는 용추계곡은 날이 덜 샌 어둠으로 야생화 사진 촬영에 빛이 부족할까 봐 시간을 미적댔다. 공원에서 창원천 상류에서 도청 뒷길을 따라 창원중앙역 앞으로 갔다. 역사로 갈 일이 없이 철길 굴다리를 빠져나가 용추계곡으로 들었다.
용추계곡은 산행객이 자주 드나들어 돌부리는 마모되다시피 반질반질했다. 물봉선과 맥문동이 자생하는 길섶에는 파리풀이 군락을 이뤄 자라 꽃을 피웠다. 파리풀은 허브 식물로 통하는 방아풀을 닮아도 산나물이 아닌 유독 식물이다. 어둠이 사라지는 여명에 산새보다 먼저 나비가 날아와 꽃잎에 앉았다. 파리풀 꽃은 무성한 잎줄기가 무색하리만치 좁쌀처럼 자잘한 꽃을 피웠다.
출렁다리를 지난 용추5교 길섶은 맥문동이 군락을 이뤄 자라는데 한여름부터 보라색 꽃을 피워 가을에 까만 열매를 달아 겨울에 산새 먹이가 될 테다. 용추골에서 한여름 주인공 야생화인 물봉선도 한두 송이 피기 시작했다. 선홍색 물봉선은 물가에 자라고 흰색은 돌너덜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란색 물봉선도 있는데 창원 근교에서는 북면 고암마을 뒤 구룡산 서편 기슭에서 봤다.
용추고개로 오르는 우곡사 갈림길에서 포곡정을 향해 나아갔다. 돌이끼가 붙은 바위 절벽 아래를 지난 석간수가 흐르는 계곡에서 노루오줌꽃을 만났다. 이른 봄 새순이 돋을 때는 산나물로 삼는 야생화다. 데크를 따라 오르는 길섶에는 요염한 입술을 보는 듯한 하늘나리꽃이 흔하게 보였다. 그늘진 숲에서 잎줄기는 연약하게 자라 존재감이 없다가 꽃을 피울 때는 하늘로 향했다.
너럭바위로 흐르는 물줄기는 수량이 줄어든 쉼터에서 계류를 따라 공룡 발자국을 지나면서 하늘나리와 노루오줌꽃은 연이어 봤다. 도중에 여름 야생화로 볕이 바른 산지에서 보는 며느리밥풀꽃을 두 가닥 만나 반가웠다. 옅은 보라색 꽃잎인 피멍이 든 듯한 전설이 애잔하다. 양곡이 부족한 시절 밥을 짓던 며느리가 뜸 든 여부를 확인하다 시어머니 학대로 죽어 혼령이 된 꽃이다.
포곡정에서 진례산성 동문으로 올라 남문 언저리 숲에서 영지버섯을 두 무더기 찾아 계곡을 빠져나왔다. 귀로에 ‘여름 새벽 눈썹달’를 한 수 남겼다. “한 달여 뒤따르는 음력은 오월 하현 / 초여름 칠월 새벽 동녘을 바라보니 / 여명에 뜨는 눈썹달 산마루를 넘는다 // 가로등 불빛 아래 창원천 상류 올라 / 용추골 피어나는 야생화 탐방 나서 / 물봉선 제철 꽃 피워 허리 굽혀 낮췄네”26.07.12
첫댓글
히야~
새벽 4시 반에 기상해서
자연학습원으로 출근이라...
정말 대단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