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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책을 말하다에 나올 책이라는군요.. ^^
그냥 저번에 기형도 시인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걸 보고 관심이 가서 올려봅니다.
개인적으로 원래는 왼손잡이었어야 하는데도 어머니의 배려로 인해 ㅡ.ㅡ 글씨만은 오른손으로 쓰게 하셨다는...
여전히 전화나 젓가락, 도구 연장등을 쓸땐 왼손을 이용하는데 숟가락은 오른손에 들고 밥먹곤 합니다.. 후후..
양손잡이가 되어버림..
왼손과 오른손 : 좌우 상징, 억압과 금기의 문화사
주강현 저 | 시공사
2002년 01월
■ 소개
왼손잡이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대표되는 억압과 금기의 상징을 파헤친 책이다. 이단, 주변, 터부, 금기, 왕따, 소외, 마이너리티, 특이함, 다름, 다른 현상, 비정상, 신성함, 희생양 등의 문제를 민속학자의 시각에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작게는 가위질을 하거나 컴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자동차의 변속기를 조작하는 행위 등에서 왼손잡이의 불편함이 시작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소수 집단, 언더그라운드, 마이너리티, 약자에 대한 지속적인 차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져왔는지 치밀한 고증과 논리를 통해 밝히고 있다. 모든 왼쪽을 위한 변명인 셈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손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국가의 왼손들』에서 정치인, 고급 관료 등의 '국가 귀족'을 '국가의 오른손'으로, 중하급 공무원들과 일반 시민을 '국가의 왼손'으로 구분하면서 '국가의 왼손들'이 '국가의 오른손'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 주강현은 '오른손 무한 권력의 시대'에 '왼손의 연대'를 촉구하는 것은 문화적 열성, 마이너리티에 보내는 경의의 표시이며 양극단을 뛰어넘어 문화다원주의를 희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동원된 학문 분야만도, 고고민속학, 역사민속학, 도상학, 그리고 지리학에서 공간과 장소, 아동교육학에서의 왼손잡이 문제, 미술사의 좌우 대칭, 건축학적 공간 개념, 유전학과 진화론의 연관성, 복식사에서의 패션의 양상, 언어학상의 의미, 종교학에서의 성속 구분, 철학에서의 음양오행, 한의학에서 몸에 대한 남좌여우(男左女右)의 양상, 문화적 통제와 헤게모니, 정치학적 좌우 논쟁 , 좌우 도형의 문화 상징 등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망라되어 있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주강현
경희대에서 '두레 연구'로 문학박사(1차), 고려대 문화재학과에서 고고학과 민속학 협동 연구로 박사(2차) 과정을 수료했다. 경희대 박물관 연구원, 현대미술연구소 연구원을 거쳤으며, '역사민속학자'로서 여러 대학에서 한국민속학, 민속예술론, 북한문화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사)우리민속문화연구소 소장, 문화관광부 문화재 전문위원, (재)해양문화재단 이사, 그밖에 통일문화학회 공동대표, 문화관광부 남북문화교류위원, 한국역사민속학회 이사,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해양문화 및 북한문화 전문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BS 기획 특강 '주강현의 우리 문화'를 연속 강의한 바 있다.
현재, 일산 정발산 자락에 鼎鉢學硏을 세우고, 현장 조사와 學硏의 자료에 파묻혀 우리 문화의 원형을 탐구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역사민속학을 중심으로 해양문화학, 민속미술사, 통일문화학, 역사지리학, 민족고고학, 성풍속사, 문화정책학 등 학문 분야의 벽을 뛰어넘어 다양한 축으로 학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1)(2)』(1996-7, 한겨레신문사), 『한국의 두레(1)(2)』(1996-7, 집문당), 『주강현의 우리 문화 기행(1)(2)』(해냄, 1997), 『조기에 관한 명상』(1998, 한겨레신문사) 등 다수가 있다.
■ 목차
차례
서문 : 불이(不二), 우리식, 유사무서(有史無書)의 민속 전통
서장 : 왼쪽을 위한 변명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미륵반가사유상의 손
왼손잡이 여인의 '절대 고독'에 관하여
왼손, 왼손잡이, 마이너리티 문화 상징
연구노트 : 애매모호한 민속 전통의 중층적 서술
1. 왼쪽과 오른쪽, 육체의 비밀
이 엄청난 모순에 관하여 : 대칭과 비대칭을 오락가락하는 야누스 인간
역시 문제는 몸이다 : 좌간우폐의 비대칭에 담겨진 육체의 우주관
애매모호한 진화, 애매모호해진 인간의 몸
직립보행을 하게 된 석기장이의 손
단순한 유전의 결과물일까
오른손의 우월성 : 에르츠에게 바치는 헌사
오른손 강화 훈련, 엄마들의 노련한 음모
2. 오른손 지배권력의 문화적 헤게모니 : 좌우 구분의 비밀
오른쪽 지배권력 : 무한 통제의 장기 지속
원초적 통제 : 언어 정치의 폭력성
몸에 대한 통제 : 좌임에서 우임으로
의례에 대한 통제 : 제사정치의 제도화
사상에 대한 통제 : 좌도와 우도에서 좌익과 우익으로
과학기술의 통제 : 기차만큼은 왜 좌측 통행일까
3. 왼쪽과 오른쪽, 대칭과 분할의 민속지
쌍분분할(1) : 도상 대칭의 원초성
쌍분분할(2) : 도상 대칭의 원초적 복잡다단함
쌍분조직 : 사회 역사적 공간 대칭의 원초성
동양에서의 좌우지변, 특히 중국의 경우
4. 왼쪽과 오른쪽, 동쪽과 서쪽
좌우와 동서의 변증
좌우동서 혼란의 사회 역사성
농촌에서 대칭과 비대칭의 공존
궁궐과 사찰에서 대칭과 비대칭의 공존
도시에서 대칭과 비대칭의 공존
'통속적'인 통속 대칭
5. 비밀의 문은 언제나 왼쪽에
신비한 문지방과 요술쟁이 난쟁이 : 터부를 위반한 자, 그 자신이 터부가 된다
왼새끼의 비밀 : 생명탄생은 왼쪽에서부터
성의 비밀 : 아들이냐 딸이냐,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왼손과 왼발의 상대적 거리
왼손잡이 신화창조, 새로운 희망 읽기
좌와 우를 넘어, 유토피아를 넘어
■ 책 속으로
원초적 통제 : 언어 정치의 폭력성
중세 국어에서 '올?-'는 옳다는 의미, '외다'는 '그르다'는 의미다. 즉 '옳다'의 반대는 '외다'이다. '외다'는 '물건을 좌우가 뒤바뀌게 놓아서 쓰기 불편하다'는 뜻도 지닌다. '왼일'이란 그릇된 일, 잘못된 일을 뜻한다.
인도와 유럽의 여러 언어에서도 오른쪽이라는 말은 강함, 성스러움, 행복, 아름다움 등을 표현하는 데 반하여 왼쪽은 약함, 속됨, 불결, 무능력, 추악 등을 표현한다. 그리스어에서 왼쪽을 의미하는 Aristeros는 원래 '보다 좋다'라는 뜻이며, 완곡법으로 사용된다. 이 말이 왼쪽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동안에 다시 나쁜 의미를 나타내게 되었다. 이처럼 그리스어의 왼쪽이라는 말의 의미만 보아도 원래 왼쪽을 의미하는 말을 피해서 좋은 의미의 말을 쓰는 사이에 그 말이 정착해버렸고, 다시 나쁜 의미가 되고 말았다.
영어에서 right(오른쪽)라는 말은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right)'는 뜻을 암시한다. 사전적 의미로 정당한, 정확한, 틀리지 않은, 곧은, 직각의, 적절한, 제격인, 어울리는, 형편 좋은, 안성맞춤인, 더할 나위 없는, 정상적인, 건강한, 제정신의, 겉의, 표면의, 정면의, 곧바로, 꼭, 아주, 정면으로, 똑바른, 알맞은, 어울리는, 참된, 진짜의, 옳게, 정확히 등의 좋은 뜻은 모두 포함한다. 정의, 도덕, 권리, 인권, 심지어 재산상의 소유권, 수익권, 주식 인수권이란 뜻까지 지닌다. 'too right', 'that's all right' 등이 '만사형통'이란 관용어인 것도 오른쪽의 행운을 잘 말해준다. 예우 받는 사람, 특별히 신뢰를 받는 지위, 상석, 우위로 생각되는 경우, 믿을 만한 사람, 오른팔(심복)이라는 뜻에도 'right-handed'가 쓰인다. 반면에 left(왼쪽)는 '무시된다'는 뜻을 암시한다.
독어에서도 왼쪽을 나타내는 link는 linkisch라는 형용사형으로 '어색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link는 비어로 '의심스러운, 하위의, 열등한, 하급의' 같은 뜻도 지니며, '왼쪽 결혼'이라는 뜻은 왕후와 신분이 낮은 여자와의 결혼을 뜻하기도 한다. 오른쪽을 뜻하는 recht는 영어와 마찬가지로 '정의, 정당함, 훌륭함' 등을 나타내며 '법, 법률, 법규, 판결' 등의 뜻도 내포하여 어떤 '공정함'을 뜻한다.
불어로 왼쪽은 gauche인데 역시 '삐뚤어졌다', '어색하다'는 뜻을 가진다. 반대로 오른쪽을 나타내는 droit라는 단어는 '곧다', '정직', '정의'란 의미다. 이태리어로 왼손은 stanca, 또는 manca인데 '피곤하다', '결함 있다'는 뜻이다.
즉, 오른쪽, 왼쪽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방향을 뜻하는 동시에 '옳다', '그르다'는 상반된 뜻을 지닌다.
--- p.112 ~ 115
과학기술의 통제 : 기차만큼은 왜 좌측 통행일까
모든 과학기술 문명의 혜택은 전반적으로 오른손잡이에 부합되게 발전해왔다. 전근대 사회에 비하며 왼쪽에 대한 종교 신앙적 억압이 조금은 유순하게 약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그만큼 종교 신앙적 억압을 대체할 새로운 억압 장치로서 과학기술 문화의 통제가 강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연적인 대칭미조차도 이제 과학적 대칭에게 그 권위를 넘겨주게 되었다.
알파벳은 가로쓰기는 가능할지언정 세로쓰기는 불편하다. 그런 점에서 한글과 한자는 가로, 세로쓰기의 병존이 가능하다. 컴퓨터의 프린터를 켜고 세로쓰기를 누르면 당연히 세로쓰기 출력이 가능하다. 이른바 '가로지르기' 문화가 보편화되고 디자인의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에 가로와 세로쓰기를 병행할 수 있는 한글의 위력을 다양하게 살릴 방안을 모색해야지 무조건적인 가로쓰기 일변도의 문화 감각이 최선의 해답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또한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는 단순한 방향 바꾸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역대 한글 서간문으로 가장 높이 평가되는 추사의 친필 언간글씨, 서희순 상궁의 대필 언간글씨의 역동적 조형미는 오로지 종서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만약에 언간글씨의 역동성이 가로지르기였다면, 훈민정음이나 석보상절의 글씨가 가로지르기였다면 어땠을까? 가로지르기와 세로지르기의 미학은 다른 값을 지님이 분명하다. 단순한 방향 바꾸기 이상의 뜻을 함축한다.
글쓰기 등의 방향성을 고찰해보았듯이, 문화는 늘 시대의 기호에 따른 선택일 뿐이다. 글씨 쓰기에서의 좌우도 지극히 '선택적'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선택은 누가 하는가. 당연히 선택을 해야 할 주체들이 하는 것이다. 문화의 정체성 확립이란 입장에서 본다면, 새로운 의미에서의 새로운 선택의 가능성도 열려져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글쓰기의 좌우 방향성도 근대 과학기술 문명의 무조건적 '도입'에 의하여 오로지 서구적 방식이 관철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활자 및 인쇄기의 방향성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편리하게끔 조작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방향에서도 과학기술의 통제가 개입되어 있는 중이다.
--- p. 160. 180
도시에 공존하는 대칭과 비대칭
도시에서의 좌우 대칭은 매우 장기 지속적이다. 사실 경복궁이 중국 제도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문화 전파론은 일정 타당할 수 있어도, 모든 것을 전파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즉 외적인 연관은 전파를 설명해낼 수는 있다. 그러나 지속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인류 문명의 내적 연관성뿐이다. 그 내적 연관성이란 인류 문명의 도시적 속성이 정치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하다는 측면이다.
폭력성은 정치적 권위에 힘입으며, 정치적 권위를 설정하기 위하여 도시 공간의 대칭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관철시키려 한다. 왕을 중심으로 좌우를 거느린 통솔 조직, 좌우의 건축군이 압도하는 비례의 미학, 냉정한 정치적 헤게모니가 성현(聖顯)의 이름으로 부각되는 시연장으로서 도시는 기능한다. 농촌적 의례의 정동의 원리가 현대적인 수술 과정에서도 관철되었듯이 고대 및 중세 도시의 정치적 폭력성은 현대 도시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된다.
현대 도시는 대칭과 비대칭을 더욱 적절하게 혼용함으로써 정치적 폭력성을 위장한다. 원래 도시라는 속성 자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대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되며, 비슷한 사람들만으로는 도시는 존재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도시는 예로부터 권력의 장소로서 제공되어왔으며, 그 공간은 남성 자체의 이미지 속에서 통일성과 전체성을 형성해왔다. 도시는 또한 이러한 주된 이미지들이 파괴되는 공간을 제공해왔다. 도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한 데로 모아 사회 생활의 복잡성을 강화하였으며, 사람들을 서로에 대해 낯설게 만들었다. 이러한 모든 도시적 경험의 양상들―다양성, 복잡성, 이중성―은 지배에 대한 저항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도시는 권력과 저항이 교직(交織)되고, 대칭과 비대칭의 교묘한 날줄 씨줄이 교차하는 곳이다.
서울을 예로 들어보자. 중세 사회의 산물인 경복궁 등의 궁궐은 봉건적 지배 거점으로서의 권위는 소멸되었지만 여전히 재생되고 있다. 과거의 경복궁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자리잡은 총독부 시절의 유산인 청와대가 서울을 굽어본다. 북한산과 청와대, 그리고 인정전과 광화문, 세종로로 이어지는 '메인스트리트'는 서울의 심장부를 대칭적으로 양분한다. 동대문과 서대문, 남대문이라는 과거의 전통적 방향감은 여전히 중심부를 규정짓는다.
--- pp. 275 ~ 281
■ 미디어 리뷰
오른손의 세상에 왼쪽을 위한 변명
왼손은 오른손 지배문화라는 모순 속에서 또다른 대립항으로 존재해 왔다.뉴욕의 ‘자유의 여신상’,한국의 ‘반가사유상’,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오른손을 사용하고 있다.하지만 세상은 음양이라 했거늘,왜 오른손이 우세한 세상이 펼쳐졌을까.과연 좌우를 나눠야 하는 어떤 명제가 존재하는가.
민속학자인 주강현씨는 ‘왜 인류의 문화사는 늘 절반의 문화사밖에 되지 못했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그 모순을 파헤친다.이른바 ‘왼쪽을 위한 변명’인 셈이다.그는 질서 정연한 좌우가르기의 암묵적 카르텔에는 어떤 비밀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보고 동서고금 모든 분야의 방대한 자료를 들추어 비밀의 힌트를 함축한 200여 컷의 귀한 도판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작게는 가위질을 하거나 컴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자동차의 변속기를 조작하는 행위에서 왼손잡이의 불편함은 시작되며 크게는 소수 집단,언더그라운드,마이노리티,약자에 대한 지속적인 차별이 이루어져 왔다.왜 세상은 오른손 우세가 되었는가.그는 오랜 습관에 길들여진 것에 불과하다고 전제한다.
그런데도 세상은 좌와 우로 갈라져 서로의 병존 공간도 없이 무차별적 편향과 극단을 낳고 있다.이른바 왕따 현상과 문화적 폐쇄현상도 좌우 대립의 이분법적 편가르기에 기인한다.그는 신자유주의의 현실이란 바로 오른손을 살찌우고 왼손은 더욱 어렵게 내몰고 있는 현상이라며 왼손과 오른손의 제 관계를 이원론적인 대립 모순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특히 좌우 대립의 경험은 무엇보다도 ‘자본의 시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따라서 자본의 경제성이 내재된 근대를 작동해온 ‘자본의 시간’을 ‘자연의 시간’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삶의 용광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제언하고 있다.자연에는 대칭이 없지 않은가.유전자를 결정하는 DNA와 탯줄이 또한 비대칭이 아니던가.비대칭은 생명의 힘을 담고 있다.주씨의 결론은 극명하다.‘만물은 한 몸이다’는 만물동체(萬物同體)의 정법,왼손과 오른손의 대립을 뛰어넘어 따로 있되 늘 함께 하는 공동선(共同善)의 방책인 불이(不二)의 세계관,즉 ‘하나’를 지향하자는 것.오른손 세상에서 볼 때 왼손 세상은 일종의 뉴프런티어가 아니던가.그는 프리드리히 니체를 인용하고 있다.“우상의 황혼/또는/어떻게 우리는 쇠망치로 철학을 하는가?”오른 손 우세의 세상은 필요악의 우상일 뿐이다.오른손이라는 우상을 파괴할 때 비로소 ‘자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 국민일보 책과길 02/01/29 정철훈 기자
‘서툰, 솜씨없는, 불길한’왼손잡이?
‘남들은 모두 오른손으로/숟가락을 잡고/글씨 쓰고/방아쇠를 당기고/악수하는데/왜 너만 왼손잡이냐고/윽박지르지 마라 당신도/왼손에 전화 수화기를 들고/왼손에 턱을 고인채/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느냐’(김광규 ‘왼손잡이’)
왼손잡이의 비애를 아십니까. 평생 박해를 당해온 왼손잡이의 비애를….
“왼손으로 밥을 먹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엄마가 이성을 잃었다. 엄마는 젓가락으로 아이의 왼손등을 찍어버렸다”
어릴적 들었던 ‘끔찍한’ 동네소문이 수십년 지난 지금에도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이뿐이런가. 왼손으로 밥먹으면 빨리 죽고 머리가 나쁘며 왼손잡이 며느리는 좋지 않고 알코올 중독자가 많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속설들. 왜 좌회전은 늘 비보호일까. 왜 벼슬길에서 밀려나면 좌천(左遷)이라고 할까.
‘왼손 기피’의 원조는 사실 서구사회다. 선악과를 따는 이브의 손은 왼손이었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오른쪽엔 선한 도둑, 왼쪽엔 악한 도둑이 있었다. 영어의 ‘right’는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right)는 뜻을 암시한다. ‘제격인’ ‘정당한’ 등 긍정의 뜻 일색이다. 반면 왼손 ‘left’는 ‘무시된다’를 암시한다. ‘left over’는 시대착오적 유풍이나 관습을 뜻하며 왼손잡이를 뜻하는 ‘left-handed’는 ‘서툰, 솜씨없는, 불길한’ 등의 기분나쁜 뜻이다. 심지어 ‘marry with the left hand’는 ‘신분낮은 여자와 결혼하다’라는 뜻이니….
그러나 과연 이렇게 단순하게 왼손은 나쁘고 오른손은 좋다는 식으로 편가를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고 문관은 좌측, 무관은 우측에 섰다. 고구려 시조 동명왕도 어머니 유화의 왼쪽 겨드랑이에서 태어났다. 중국의 경우 옷의 좌측을 벗는 좌단(左袒)은 찬성의 뜻이었다.
이 책은 단순한 손 이야기가 아니다. 좌는 좌대로 우는 우대로 병존할 수 없는 공간이 전혀 없는 세태, 즉 거의 무차별적인 편향과 극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왼쪽의 변명’이다. 기억하고 넘어가자. 탯줄과 DNA의 구조는 한가지 방향의 좌우 비대칭인 나선형이다. 생명이 이렇듯 비대칭으로 좌우를 가를 수 없는데 누가 일방의 손을 들어준단 말인가. 방향도 그렇다. 나를 기준으로 볼 때의 좌우와, 남이 나를 볼 때의 좌우는 정반대이다. 그러니 누가 좌와 우를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최근 출판사 편집자와 만나 “이런 책은 함부로 쓸 책이 아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민속학자인 저자가 신화학·역사학·지리학·건축학·도상학·미술사 등을 총결집하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방대하고도 애매한 주제를 소화하느라 분투한 고독한 인문학자의 유토피아는 불이(不二), 즉 따로 있되 늘 함께하는 공동선이다.
왼손과 오른손을 뛰어넘어 인간의 편가르기, 즉 선배와 후배, 영남과 호남, 전쟁과 평화, 남과 북, 여성과 남성,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을 가로지르는 변증의 지평은 정녕 없을까. ‘만물은 나와 한몸(萬物與我同體)’이자 ‘천지는 나와 한뿌리(天地與我同根)’인데….
--- 경향신문 책마을 02/01/26 이기환 기자
왼손잡이가 뭐 어떻다구요?
민속학자인 저자가 서양식 사고로만 본 생활사에 반기를 들고 내놓은 책. 오른쪽은 옳고.바름을, 왼쪽은 그릇됨의 이미지를 갖게 된 배경을 언어.복식 등 문화 속에서 찾아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왼손잡이를 소수자 문화의 대표로 보고 있다. '천지가 나와 한 뿌리이며, 만물이 나와 한 몸'이라는 민속 전통 세계관과 왼쪽에 대한 편견은 분명 모순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민속자료 연구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인도.유럽 등 다양한 문화권도 조명하고 있다. 민속학자의 덕목이 우리 것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식 사고로 사물을 보는 데 있음을 보여 준다.
---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02/01/26
몸은 문화요 역사다
몸 무시하지 말 일이다. 인류사를 통해, 터럭 하나에까지 얼마나 많은 금기와 상징이 들러붙어 왔는가. 그 비밀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온전히 몸의 주인이 아니다.
『왼손과 오른손』은 오른손을 한사코 ‘옳은(right)’손으로 간주하는 왼손 억압과 금기의 문화사. 왼손잡이라면 필기하기도 힘든 대학 강의실 의자에서부터 출발, 의복의 왼쪽 여밈과 오른쪽 여밈, 좌측 통행과 우측 통행, 궁궐과 사찰 설계에 까지 논의의 외연을 넓혀나간다. ‘곤지곤지’를 통해 아기적부터 오른손 우월의 신경훈련을 펼쳐나가는 뿌리깊은 민족적 전통도, 좌천(左遷)을 비롯해 왼쪽에 대한 언어습관의 홀대도 저자의 돋보기를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것은 단순한 손 이야기가 아니다. 오른손 무한 권력의 시대에 왼손의 연대를촉구하는 것은 마이너리티에 보내는 경의의 표시이며 문화다원주의의 희구이다”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힌다.
『에로틱한 발』은 제목 그대로 발과 신발이 지니는 성적 상징을 탐구한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은 잠시 잊어버리자. 공리 주연의 영화 ‘홍등’에서 왜 주인님이 밤에 들 첩의 방에는 또각또각하는 발방망이질 소리가 그치지 않는가? 실용적인 면에서는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인 하이힐을 여성들이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결론은, 발이야말로 에로틱한 공상을 주변에 전파하고 수신하는 ‘안테나’라는 것이다.
--- 동아일보 책의향기 02/01/26 유윤종 기자
암호명 ‘왼손과오른손’ 비밀을 풀어라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21세기 우리 문화』 등의 저서로 우리 문화의 원형을 탐구해 온 역사민속학자 주강현씨가 『왼손과 오른손』이라는 다소 낯선 제목의 책을 펴냈다. `좌우 상징, 억압과 금기의 문화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왼손과 오른손의 대립으로 상징되는 인류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왼손과 오른손의 세계'란 좌와 우, 전쟁과 평화, 부와 빈곤, 음과 양 등이 대립·갈등하면서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세계다.
일본의 국보 1호인 아스카 시대의 미륵반가사유상은 오른손을 들고 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역시 오른손을 턱에 괴고 있으며, 자유의 여신상은 오른손으로 횃불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 언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오른쪽'은 옮음, 강함, 성스러움, 행복,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데 반해 `왼쪽'은 그름, 약함, 속됨, 무능력, 추악 등을 뜻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왼손잡이 박해가 성문법으로 명시된 적은 없다. 하지만, 불문법, 관습법으로 지탱해온 왼손잡이 박해가 실제로는 성문법 조항보다 훨씬 강고하고 지속적이다.
이 책의 출발은 `왜 왼손잡이는 금기시되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인간의 신체 행동에 대한 단순한 금기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지은이는 한 꺼풀을 벗기고 들어가 깊숙한 문화사의 숨겨진 비밀을 밝혀낸다. 고고민속학과 지리학에서 공간과 장소, 아동교육학에서의 왼손잡이 문제, 미술사의 좌우 대칭, 종교학에서의 성속 구분, 철학에서의 음양오행, 정치학적 좌우 논쟁까지 편력함으로써 인류의 `차별과 억압'의 문화사를 아우른다. `왼손의 문화사'를 파헤침으로써 이단, 주변, 터부, 금기, 왕따, 소외, 마이너리티, 비정상, 희생양 등의 문제를 역사·문화적으로 고찰하는 것이다. 나아가 의도적으로 또 적대적으로 마이너리티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왔던 인류의 역사를 고발한다. 한국의 중앙과 지방, 영남과 호남, 서울대와 비서울대, 여성과 남성, 남과 북의 대립과 갈등 문제도 `왼손과 오른손'의 코드로 풀어 볼 수 있다.
지은이는 이 갈등을 푸는 열쇠를 전통적인 민속 사상에서 찾는다. `천지가 나와 한 뿌리이며 만물이 나와 한 몸이다.' 즉 `따로 있으되 늘 함께하는 불이(不二)의 세계관'이다. 지은이는 이 세계관을 통해 이원론적인 세계관을 극복하고 양극단을 뛰어넘는 `문화 다원주의'를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