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한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언제나 들러서 어딜 가나만 보던 회원이었습니다
때가 되면 함께하는 날이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맘 속에 꼭 가고 싶었던 절 개심사를 간다는 공고를 보고
여러 날 고민했더랬습니다
가고는 싶은데 선뜻 나서게 되지 않더라구요
금요일 저녁 동생의 수술 소식을 듣고는 또 망설여지는 산행이었습니다
괜찮으니 다녀오라는 통화를 하고는 참석하기로 결심
토요일 새벽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전철에서 사과 하나 먹고 도착한 신사역
"햇빗산악회"라니.....
버스 회사도 웃기죠
버스에 붙여진 표지를 보고 다시 한 번 확인 후 승차
다행히 앞좌석이 비어 있었습니다
멀미를 하는 저로서는 앞자리에 앉으려면
일찍 나가야 하는데 의정부서 더 빨리 간다는 건 무리거든요 게으른 저에겐
전날 수면 부족으로 연거푸 하품을 하려니 짝꿍님께 죄송했는데
짝꿍님께서 안되겠는지 휴게소서 커피를 사 주셔서 마시고 나니 하품은 멀리 달아났습니다
개심사는 제 짐작처럼 아담하고 아늑한 절집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본 것처럼 늦가을에 카메라 메고 다시 한 번 찾아가리라
개심사를 지나서 오르는 길은 힘에 부쳤습니다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었지만 민폐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힘들어도 꾹 참고 올랐죠
짝꿍님은 뒤에서 계속 잘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용기를 주시고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아름다운 길이 이어지고
분무기로 뿌리는듯한 안개비를 얼굴에 맞으며 걷는 길은 정말이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날이 흐려 시야는 답답했지만 초보자 산행엔 더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행복해, 아름다워를 연발하며 오르던 산행이 점차 힘겨워지는데
속도는 왜 더 빨라지는지.....
가야산 정상에 도달해서는 숨이 턱까지 차서 한 발짝도 더 옮기기 힘들었습니다
'행복해'가 '힘들어'로 바뀌어 너무 힘들어하자
짝꿍님께서 정상에서 밥 먹고 나면 배 부른 돼지가 되어 다시 행복해 질거라고
조금만 더 참으라고 곧 도착한다고
산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다 왔다고 곧 도착한다'는 말
그래도 믿어야지 어쩔 것이여
이대로 멈출 수는 없는디
도시락을 준비해서 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마트서 빵이랑 군것질거리 사서 갈 생각이었는데
친구가 찾아와서 어영부영 하다보니 시간을 놓쳐 마트도 못가고
집에 있는 과일 과자 음료를 챙겨 간 것이 다인 나였는데
정상에서 라면을 끓이시는 회원님!!!!!
평소 라면을 즐기지 않지만 산 정상에서 아래를 굽어보며 먹는 라면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정말 맛있는 라면 잘 먹었습니다 회원님"
배 부른 돼지가 되어 하산하는 도중에 쥐가 올라
왼쪽 종아리는 금방 풀어졌는데
오른쪽 종아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견우님과 ㅇㅁ언니가 한참을 풀어주어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괜찮다고 하고는
천천히 하산 시작
통증이 다 나은 것이 아니어서
속도에 맞출 수 없다보니 조금씩 뒤쳐지게 되었는데
같이 걸으며 지리산 산행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되어준 종이인형 언니
걱정해주며 같이 걸어주신 어머님 아드님 커플 감사했습니다
남당항에서 맛있는 주꾸미 샤브샤브랑 새조개회 먹구
귀향하는 버스에서도 한참을 종아리 풀어주신 ㅇㅁ언니 정말 감사해요
사패산에 꼭 오세요
맛있는 사골 칼국수나 쌈밥 대접하겠습니다
종이인형 언니도 광릉숲 드라이브 약속 지키겠습니다
내려가고 올라오는 내내 말벗이 되어주고
좋은 말씀 해 주신 짝꿍님 감사합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참여한 첫산행
제 의도와는 달리 민폐를 끼치긴 했으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회원님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옛날 할아버지께서
"벼는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이 떠오르는 산행이었습니다.
첫댓글 햇빛에서 첫 산행, 좋은 기억으로 남아 저도 고맙고 좋네요~~^^ 맘이 아름다워서이겠죠~~ ^^
언니가 있어 더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일주일 또 열심히 잘 살자구요.
다리 뭉친건 다 나았는지요? 혼자 가면 지루할뻔 했던 산행이 짝궁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가면 다리에 쥐가 나지는 않을 겁니다. 다음에 또 뵙길.....
아 짝꿍님 이시구나
반가워요
아직 아프고 멍은 장난아니지만 그래도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 다 나아지는 걸요
다음에 또 뵈요
쭈꾸미 해산물 칼국수를 정성스레 준비하여 남자회원여러분들에게 해주신 매너에 너무너무 고맙슴니다 다음 산행에 또 뵈요
감사합니다
매너는 아니고 천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