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냥 일을 마치게 된 일이 있어서 글을 한번 써 봅니다.
약수역에서 대중교통이 다 끝나고 콜도 마구 떨어져 가는 애매한 시간에 술이 만땅이 돼 횡설수설하는 에쿠스손을 데려다 주니
지갑을 열어보며 '돈이 없다는 둥''돈이 다 어디로 갔냐는 둥' 짜증나는 상황을 마구 마구 10여분 연출합니다.
갑자기 '욱'하며 슈퍼맨처럼 에쿠스를 뒤집어 버릴까 하고 있는데 어디서 뇌물을 받았는지 편지봉투에서 5만원짜리를 하나 꺼내 줍니다.
아웅~ "더 얄미워" 얄미워서 잔돈없다고 38K 줘야 하는데 35K만 거슬러 줬습니다.
한 호흡 쉬면서 액땜을 날려야 겠다...생각하면서 임산부처럼 호흡조절을 강하게 하면서 정신건강을 챙기며 아파트를 내려오다가 천천히 프로그램을 켰더니 같은 아파트에서 콜이 뜹니다.
'평창동13k' 으~~ 이거 출발지는 좋은데 도착지가 섬이구나....갈까말까?
15K이하 콜은 안타려고 첫콜을 너무 고르다가 가깝다는 이유로 결국 똥콜을 탔던지라 결정 '에잇 가자!' 그래도 부촌이니 부수입이 있을수도 있잖은가?
출동!...손한데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는 순가 오는 감!
엿 됐 다.
혀가 꼬부라져서 횡설수설...친구를 바꿉니다..그러나 이 친구도 어딘지 설명을 못함.
으~~~~다시 슈퍼맨변신..
세번의 전화와 두번의 장소이동 끝에 결국 아파트 정문으로 차를 가지고 오겠다 함.
3분정도가 지나 저쪽에서 반짝 반짝 귀여운 마티즈가 양눈으로 윙크를 합니다.
왔구나.
뛰어가서 봤더니 '헉' 운전석 옆에 사람이 죽어있는 줄 알았습니다. 젊은 친구가 어떻게 했는지 허리를 접어서 머리를 바닥에 박고 있고 좁은 뒷좌석 뒤에는 덩치도 큰 젊은 친구 두명이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이제 도망가기도 늦었다. 마음을 다지고 운전석에 앉으며 씩씩한 술깨기용 비지니스스타일 멘트 '평창동 가신다구요?'
뒤좌석 선배로 보이는 친구가 거래를 시작합니다.
..아 아저씨 근데요,...얼마예요?
...13k입니다.
그러자 아 그런데 저희가 다 같은 방향인데요...'헉' 순간 뇌리를 스치는 불안감.
창신동 그리고 대학로 이렇게 가주시면 1k더 드리면 돼요?
ㅜㅜ '오늘 일은 끝났구나'
하지만 긍정적 마인드 콘트롤 시스템 작동.
'그래 같은 방향이구나 한 콜 더 탄걸로 하고 그냥 기분좋게 가자'
'네 가시죠...'
운행시작
약수역에서 창신동으로~
동묘역 지나서 바로 좌회전해주세요.
악!
저는 그런 길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마티즈 아니면 결코 갈 수 없는 그 길을 따라 정말 한 참을 가니 무슨 시장도 통과하고...
아저씨 여기서 우회전 해서 올라가 주세요...
'악' 여기 차가 올라갑니까?
손들도 조금 미안한지 "네"라고 착하게 말합니다.
아! 자동차가 이런 경사도 올라가는 구나 싶은데를 올라가니 마징가제트 격납고 같은 곳이 빌라 주차장이랍니다.
조심하여 주차장에 들어가서 차문을 여니 옆에 있던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차문을 열며 '욱'하면서 내용물을 쏟아냅니다.
어이구 착하기도 하지 다 와서 토하고...어째든 그 친구가 뭘 먹었는지 모두 확인을 하고 나자 나머지 두 친구는
'아저씨 잠깐만 기다리세요. 얼른 데려다주고 올께요'
하고 두명이 부축을 하고 올라갑니다.
'기회는 지금이다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조금있으니 시끌시끌 해서 다시 보니 입구가 틀렸는지 셋이 다 같이 다시 내려 옵니다.
ㅠㅠ
'부처가 되자 부처가 되자 부처가 되자' 하고 있으니 둘이 다시 오면서 손을 텁니다.
꼭 시체를 처리하고 오는 나쁜 사람들 같습니다.
'아저씨 이제 대학로요..'
두 친구는 그 와중에 술이 거의 깬 거 같습니다.목소리가 많이 정상으로 돌아 왔습니다.
'아저씨 죄송해요' 하면서 30k를 줍니다.
'운전중이니 거스름돈은 내려서 드릴께요'...하니
'안 주셔도 돼요'
음...착한 친구들이구먼...잠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저씨 성대 아시죠'
다시 엄습해오는 불안감....'그래 성대도 대학로지'
아까 거래했던 선배말대로 우회전 좌회전 하니 또 산으로 올라갑니다. 아까보다는 덜하지만 또 시장이 나옵니다.
이제는 웃음이 나옵니다.
'아저씨 여기서 유턴해서 나가시고 전 여기서 내려주세요'
사람좋아보이는 선배가 남은 후배에게 '야 다음주에는 우리 둘이 꼭 한잔 사자? 응?
슈마허가 와도 유턴 못할것 같은 골목비탈에서 두번 삽질 후 차를 돌리고 마지막 남은 참한 후배집을 향해 줄발..
'이제 평창동이죠?'
'네'
'어디로 갈까요?
'아무쪽으로나 가주세요"
'그럼 내친김에 산길로 갈까요? 북악스카이웨이로 해서 넘어가죠?'
'예 아저씨 맘대로 하세요'
가면서 소형차들의 손들이 그런 경향이 있지만 차에 대해 미안한 듯한 분위기로 차 얘기를 꺼냅니다.
그 마티즈가 연비가 좋은 줄 알고 프라이드타다가 같은 돈 주고 바꾼거라고 합니다.
근데 연비가 너무 안 좋다고...그리고 오른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하니 저도 그 소리가 들립니다.
차도 사람 좋아서 속아서 산 거 같습니다.
결국 구기동, 동네 어귀에서 차를 세워 달라며
'이제 제가 몰고 갈게요'
상명대 뒤쪽 산 꼭대기라고 합니다.
거기 올라갔으면 전 울뻔 했습니다.
전 알았습니다. 창신동이 다 같은 창신동이 아니고 대학로가 다 같은 대학로가 아니고 평창동이 다 같은 평창동이 아니라는 걸..
제 생각에는 그 세 친구들은 봉화를 만들어 불을 피면 서로 연락하기가 좋을 듯 합니다.
아무튼 어찌어찌 엄청난 콜을 수행하고 습관적으로 급하게 아이폰을 켜자 로지가 또 말썽을 부리고 안 켜지내요.
전 그냥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습니다.
참 구수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가면서 한 이야기들의 정황을 보니 그렇게 여유롭게 살지는 않는 것 같지만 그냥 어깨동무하며 자주 술마시고 "나 결혼할때 TV하나 해 줄꺼지?"하고 엉기고 "술먹고 정신잃은 친구 호주머니에서 핸드폰꺼내 여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집 물어봐서 부축해 데려다 주고""또 친절히 설명해 주는 그 착한 여자친구" "오늘 얻어먹어서 미안하니 다음주에 꼭 우리가 사야한다고 다짐하는 두 후배''미안하다며 쑥쓰러워하며 거스름돈 안 받는 덩치 큰 젊은 친구''아저씨 이렇게 해야 조금 뜯기잖아요 하면서 대리비를 나중에 거래하는 그 선배친구' 모두 참 정감이 있네요.
'내 친구들은 어딨지?'
'나도 저 친구들 같았었던 것 같은데...'
걷다가 걷다가 보니 집까지 걸어왔습니다.
손에는 패밀리마트봉투에 맥주가 한병 달랑 들어있는데 마치 저 같더군요...안주도 없고 그냥 맥주하나 달랑있는 모습이...
같이 하는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첫댓글 글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
조 운하루되세요...
음... 저희 집 근처 사시는 것 같네요... 한 잔 하실 때 연락주삼... ^^!
감성과유머가 잘버무러진 글입니다
잠시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네요^^
봉화 이야기에 뻥 터짐..ㅎㅎㅎ
잼있게 잘 읽고 갑니다. 영화 "길"의 안소니 퀸 이름이네요 ... 명작이지요 젤 소미나도 ......다시한번 보고싶네요
재미떠유~~ ㅋㅋ
이게 진짜 사는예기지요...훌륭한 글솜씨에 반하고갑니다.^^
엄지네요
글씨만 좀 16호정도면 금상첨화 입니다...
잔잔하게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굴 감사
글을 너무 잘쓰십니다 스크립해뒀다 나중나중에라도 다시 보겠습니다
한 여름밤에 왠 ?? 시원한 소나기 함 ^^맞아 봅니다,,.. 잔잔하니 따뜻합니다
잼 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참 멋진 글입니다. 저두...봉화 이야기에서 빵 터집니다. ㅎㅎ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