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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육부가 연중 계획에 따라 두 가지 중요한 일을 처리했다. 하나는 지난 5월30일 발표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중 `무전공 선발` 확대이다. 앞으로 대학 교육에 많은 영향을 줄 내용이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 73곳에 내년 전체 정원의 28.6%에 해당하는 3만7천935명을 무전공으로 뽑는다고 발표했다, 무전공 선발 확대의 취지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과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발표에 순수학문을 고사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지난 6월4일 대학수학능력 시험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18일 수험생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최대의 수혜자가 `서울 강남 대치동`으로 표현되는 사교육 시장과 소위 일타 강사들이란 점이 문제다. 이들은 수능 시험을 교육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경제 논리로 접근한다. 그러다 보니 대치동의 강사나 상담가의 열정은 탄복할 정도로 치열하고 대단하다. 이들이 만들어낸 정보와 전략은 시장 원리에 따라 일정한 대가 없이는 공개되지 않는다.
수능은 암기식 교육을 지양하고 이해력과 분석력, 종합적 사고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교육자의 역량과 자질이 피교육자의 학습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학력고사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대치동 강사들은 수업자료 준비, 기출문제 분석, 모의고사 문제 출제, 자체 연구 등에 `올인` 한다. 강사 한 사람당 적어도 20에서 30명 정도의 조교(스태프)들이 함께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그 조교들이 최소한 `설카포의치한(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의대, 치대, 한의대)` 출신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조교들이 수강생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강사와 함께 교재를 개발하는 집필 조교, 오류를 잡는 검토 조교도 상당한 `실력파`들이라고 한다.
수능 모의고사는 수능 응시 예정자의 학력 수준을 미리 파악하고 수능 문제가 이에 맞춰 적정한 난이도를 유지토록 하는 게 주요 목표다. 또 수능 모의고사를 통해 소위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출제하도록 문제 방향성을 잡는 게 목표다. 수험생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학업 능력을 진단하고 부족한 점을 보충하며, 새로운 문제 유형과 수준에 대한 적응 기회를 갖는다.
수능 모의고사가 끝나자 마자 사교육 현장은 문제의 방향성과 문항 특성을 연구한 뒤, 곧바로 이와 비슷한 예상 문제를 만들고 수험생에게 강의하는 순발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공교육 현장은 그쪽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다를 수밖에 없다. 공교육 기관은 공부 머리 있는 아이들, 운동 잘하는 아이들, 점심 먹으러 오는 아이들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아이들을 교육적 논리로 지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수능에 나올만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급별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지도하도록 돼 있다. 훗날 학생들이 성실하고 윤리적인 직업인으로, 자기 삶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게 그들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확정하자 이공계에 적을 두고 있는 우수한 대학생들이 다시 반수(半修)를 해 의대에 진학하려고 강남 일대 유수 학원에 등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여름 방학 특강에 이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지방 학생들과 재수생들이 강남지역 학원들의 여름 방학 특강을 듣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다는 소식도 들린다.
결국 그럴 여유가 있는 일부 수험생들이 `의대鄕`을 꿈꾸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잘못된 것이다. 시장 논리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특히 교육에선 배격해야 할 대상이다. 교육의 기회가 돈에 따라 분배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러나 이런 불합리를 비판하면서 스스로 개선을 꾀하지 않는 것도 대단한 모순이다.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대치동 사람들이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는 효율성을 더 넓게 확대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교육 현장의 교사들도 대치동 일타 강사들이 가지는 효율성과 적극성을 배척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의 장점을 배우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열린 마음이 어쩌면 교사의 책무이고, 사도의 길이며 교육자의 사명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