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말을 되뇌어보니 돌아가신 어린이들의 동무 몇 분이 떠오릅니다. 먼저 소파 방정환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어른끼리 있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이 아이들 이름을 갖도록 했지요. 이제껏 아이들은 ‘애새끼’ 따위로 불리기가 일쑤였고, 어른이 되지 못한 덜 자라고 모자란 무엇으로 따돌림받는 목숨들이었습니다. 잡지 <어린이>(1923)를 만들기도 했던 선생님은 우리 어린 동무들을 처음으로 ‘어린이’라고 불러주셨던 분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온삶을 우리 어린 동무들과 함께 살고 아이들과 떠들고 놀며 아이들 말을 업고 살았습니다. 어린 동무들과 글을 쓰면서 놀았던 선생님은 아이들 말을 아리따운 삶으로 그렸내었습니다. 선생님의 마음을 우리글 바로쓰기(한길사, 1992),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보리, 2004) 같은 책들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일제시대의 말찌꺼기가 남아있는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나라에서 다른 이름으로 바꾸려 할 때, ‘어린이학교’라는 어여쁜 이름을 지어주셨고, 어린이학교에서 우리 어린 동무들과 재미나게 지내려 하셨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초등학교’가 새이름이 되어버렸습니다.
지난해 ‘우리들의 하느님’이 되신 권정생 선생님은 편치않은 몸으로 홀로 사시면서 어린이들의 삶과 세상살이의 시리고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많이 지으셨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과 함께 나누고 사셨던 선생님은 세상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들과도 이야기하며 강아지똥(길벗어린이, 1996), 몽실언니(창작과비평사, 2000)을 비롯한 수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남기셨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선생님이 종지기로 계셨던 ‘도토리 예배당’ 종소리에 실려 오늘도 우리들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2. 내 어린 날의 잡지들
<소년중앙>, <새소년>, <어깨동무>를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볼거리가 많지 않던 때입니다. 기껏해야 볼거리란 것들이 흑백테레비가 고작이었고, 아니면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을 보는 정도가 다였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 만화방 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만화방 가는 아이들을 요즘으로 치면 비행청소년 중에 비행청소년들인 것처럼 보기 일쑤였습니다. 비행이라니, 날아간다는 거잖아요. 우리는 그 때 그렇게 하늘 나는 꿈을 컴컴한 만화방에서 꾸곤 했습니다.
그 옛날 어린이잡지에 실린 이바구와 볼거리 중에서도 나도 그렇고 또래 아이들이 얼씨구나 좋아하던 꼭지들은 역시나 만화입니다. 만화는 이제나 저제나 어린이들의 영원한 동무입니다. 그것 말고도 어떤 물리학 교수님이 연재하시던, ‘미래에 이루어질 세상에 대한 이바구’가 있었습니다. 로봇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할거라는 둥, 지구 밖을 떠난 우주선이 우주를 넘나들고, 인간이 무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어린 동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학만으로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바꿀 수 있고 그 한 가운데 사람이 서있다는 마음을 갖게 할 수도 있었던 이바구였던 것 같습니다. 온생명의 목숨이 간당간당하는 우리 살이를 살림으로 바꾸는데 과학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첨단기계들이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할뿐더러 차라리 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그중 가장 해로운 첨단기계라고 생각합니다.
3. 하늘을 나는 어린이잡지
우리가 사는 때에 만들어진 꼴 다른 어린이잡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고래가 그랬어>(야간비행)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람끼리 사는 꼴을 보여주는 어린이잡지입니다. 이름도 재미난 <개똥이네 놀이터>(보리)는 뭇생명과 사람들이 어불어 더불어 놀고 자빠지는 마당을 펼쳐 보입니다. 이 책들을 보며 나는 어린이들과 동무 먹으며 함께 뛰놀던 세 분 선생님들의 마음과 만납니다. 이 책들은 서로 다른 꼴만치 제 꼴값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목숨들이 제 꼴값만 하고 산다면 세상은 제 꼴을 갖출 것 같습니다. 우리 어른들의 목숨에는 제 나름의 어린이들도 시리고 아프고 아름답게 쟁여져 있습니다. 우리 때 나온 꼴값하는 어린이잡지 두 녀석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타고 날아오르는 신나는 꿈의 창틀입니다. 자! 이제 한 번 날아볼까요!!!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잡지들이 우리 어린이들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많이 구독하면 좋겠습니다. 세 분의 개척자적인 삶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빛을 주듯..우리도 ..
고맙습니다. 곧이어 연재하게 될 '이바구 떼바구 강떼바구'도 싣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