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은 나자렛의 성가정을
기억하며 이를 본받고자 하는 축일이다. 1921년 이 축일이
처음 정해질 때는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첫 주일이었으
나, 1969년 전례력을 개정하면서 ‘성탄 팔일 축제’ 내 주
일(주일이 없으면 12월 30일)로 옮겼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는 2001년부터 해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부터 한 주간을 ‘가정 성화 주간’으로 지내고 있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가정 공동체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가운데 사
랑이 넘치는 보금자리로 가꾸어 나가게 하려는 것이다.
제1독서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아버지를 공경한다.>
▥ 집회서의 말씀입니다.3,2-6.12-14
2 주님께서 자녀들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시고,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권리를 보장하셨다. 3 아버지를 공경하는 이는 죄를 용
서받는다. 4 제 어머니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는 보물을 쌓는 이와
같다. 5 아버지를 공경하는 이는 자녀들에게서 기쁨을 얻고, 그가
기도하는 날 받아들여진다. 6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는 장
수하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이는 제 어머니를 편안하게
한다.
12 얘야,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 있
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13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
지고, 그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 14 아버지에 대
한 효행은 잊히지 않으니, 네 죄를 상쇄할 여지를 마련해 주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 하여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3-15.19-23
13 박사들이 돌아간 뒤, 꿈에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
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
14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15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
여,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하신 말씀이 이
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19 헤로데가 죽자, 꿈에 주님의 천사가 이집트에 있는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20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
라엘 땅으로 가거라. 아기의 목숨을 노리던 자들이 죽었다.” 21
요셉은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
갔다.
22 그러나 아르켈라오스가 아버지 헤로데를 이어 유다를 다스린다
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가기를 두려워하였다. 그러다가 꿈에 지
시를 받고 갈릴래아 지방으로 떠나, 23 나자렛이라고 하는 고을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예언자들을 통하여 “그는 나자렛 사
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두 가지 사건, 곧 예수님 가족의 이집트 피신과 이스
라엘 귀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두 사건은 마태오 복음서에
는 떨어져 있지만, 축일 전례 독서에서는 연결되는 이야기로 선포
됩니다. ‘헤로데’라는 인물의 위협과 죽음, 그리고 ‘이집트’라
는 장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피신과 귀환의 여정은 떨어져 배치된
두 사건을 하나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가정을 ‘길을 걷는 순
례자’로 묘사합니다. 아기 예수와 마리아는 요셉의 안내를 받아
베들레헴에서 이집트로, 이집트에서 갈릴래아 나자렛으로 옮겨 갑
니다. 그들은 아기를 죽이려는 헤로데의 위협 때문에 어느 한곳에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이 여정을 이끄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꿈’에서
요셉에게 당신을 드러내셨고, 천사를 통하여 요셉에게 말씀하셨습
니다.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일러준 대로 예수님과 마리아와 함께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길’을 걸었습니다. 하느님의 약속은 예수
님과 그분의 가족을 통하여 실현되었고, 복음서 저자는 이 사실을
강조하려고 구약의 본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호세 11,1; 판관 13,
5; 16,17 참조).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서 약속
하신 길을 걷는 순례자입니다. 예수님께서 적대자들에게 배척당하
시고 위협받으셨던 것처럼, 우리도 순례의 여정에서 같은 상황에
부딪힐 것입니다. 이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우리와
함께 길을 걸어가신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정진만 안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