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3패. 벼랑 끝에 몰린 롯데가 잡을 지푸라기는 1승 3패로 뒤져 있다가 믿기 어려운 3연승을 거두며 전세를 뒤집은 플레이오프의 기억뿐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3패로 뒤진 팀이 전세를 뒤집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롯데는 3차전에서 호투한 박석진을 선발로 올렸다. 이에 맞선 한화는 2차전 선발승을 따 낸 송진우를 내세웠다.
먼저 기세를 올린 것은 롯데였다. 한화가 2회 초 2사 만루 기회를 놓치자 롯데는 2회 말 선두 타자 호세가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하지만 믿었던 마해영, 김민재가 맥없이 물러나 롯데 벤치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어 7번 타자 조경환이 친 공은 우중간에 뜬 공. 롯데 관중석에서는 이닝 교체를 예감한 탄식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이내 탄식은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정규 시즌에서 조경환이 19개의 홈런을 친 것을 의식한 한화 외야수들이 깊게 수비한 탓에 뜬공은 '바가지성' 2루타가 됐고 그사이 1루 주자 호세가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1점을 먼저 뺏긴 한화는 바로 이어진 3회 초에 반격을 가해 전세를 뒤집었다. 선두 타자 이영우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자 임수민이 보내기 번트를 댔고 데이비스는 1타점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우익수 호세가 공을 뒤로 빠뜨려 타자주자 데이비스가 3루까지 진루한 것이다. 거기에 로마이어의 외야 플라이를 좌익수 조경환이 잡다 놓쳐 한화가 2-1로 앞서나갔다. 롯데는 계속된 2사 1, 2루 위기에서 백재호의 안타성 타구를 중견수 박종일이 기가 막힌 다이빙 캐치로 잡아 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역전을 허용했지만 롯데의 공격도 만만찮았다. 한화가 5, 6회 초 선두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추가점을 얻지 못하자 6회 말 볼넷 3개를 잇달아 허용한 송진우의 난조를 틈타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송진우는 김민재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해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롯데 벤치는 왼손 타자 김대익을 빼고 오른손 타자 임재철을 대타로 기용했다. 임재철은 2차 3라운드로 입단한 그해 신인으로 8월 18일 1군에 데뷔해 23경기에 나서 타율 0.322를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롯데 벤치의 기대대로 임재철은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쳐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3-2로 앞선 롯데는 8회 말 선두 타자 공필성이 좌중간 3루타로 출루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을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공필성의 어설픈 주루로 추가 득점 기회를 날렸다. 후속 타자 박정태의 우익수 플라이 때 태그업해 홈플레이트를 향하던 공필성은 어렵다고 판단해 3루로 되돌아가다가 우익수, 포수, 3루로 이어진 한화의 매끄러운 중계플레이에 횡사했다. 최소한 1사 3루가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호세와 마해영이 연속 안타를 터뜨려 벤치에 앉은 공필성은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대반격의 1승까지 롯데에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 9회 초 선두 타자 대타 최익성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자 롯데 벤치는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다음 타자는 데이비스. 그가 살아나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니나 다를까 데이비스는 깨끗한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고 손민한의 폭투로 2루까지 진루했다. 한화 벤치도 롯데 벤치도 관중석도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롯데 불펜에선 문동환이 이미 몸을 다 풀었지만 김명성 감독은 손민한으로 밀고 나갔다. 하지만 이것이 패착이 됐다. 로마이어는 힘껏 밀어 쳐서 우중간 펜스 앞까지 날아가는 3루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는 한발 늦게 문동환을 올렸지만 장종훈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경기를 뒤집었다. 사실 장종훈의 타구는 발이 느린 로마이어가 쉽게 들어오기 어려운 짧은 뜬공이었다. 하지만 호세가 온 힘을 다해 던진 공은 포수 강성우의 미트를 훨씬 벗어나 왼쪽으로 빗나갔고 로마이어는 여유롭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한화는 역전에 성공하자 즉시 구대성을 올렸다. 구대성은 선두 타자 임재철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강성우의 희생 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임수혁, 박현승을 범타로 처리해 승리를 지켰다. |
첫댓글 제가 처음으로 스포츠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시리즈입니다....아;;;;;; 한화:롯데 말고 삼성:롯데였는데;;; 한화팬들입장에선 최고의 99년 시리즈였지만 롯팬입장에선 삼성과의 4강이 드라마중에 드라마였죠ㅠㅠ
99년 포스트시즌 이야기가 나오면 롯데 : 삼성 혈투 이야기밖에는 나오질 않아서...
99년도 중3때 직관갔습니다......울었습니다... 최강 한화!! 아 종훈이 행님 보고 싶네요ㅠ.ㅠ
두산팬으로서 다시는 기억하기도 싫은 가을야구였죠. 하지만 롯데의 투혼은 대단했다능.
한화가 첫 우승 시즌이라 기억에 남겠지만 삼성 : 롯데 플레이오프가 04년 현대 : 삼성 한국시리즈와 함께 최고의 시리즈로 뽑더군요
말도 안돼던 타고투저 시절이네요,,,,팀 평균 타율이 0.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