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이발소/남성헤어커트

[전재완]

동네 이발소/남성헤어커트


전재완


동네 이발소라는 간판들이 사라진다
동네 목욕탕에 밀린 때를 밀고 
값을 치르면 으레껏 잔돈과 따라오는
야쿠르트를 쪽쪽 빨며
에잇, 머리나 자르고 갈까?
들르던 동네 이발소가 사라졌다
남성헤어커트
카드 만원
현금 구천원
쇼윈도가 세련된 통유리
알록달록 색을 물들인
건물주 말로는  아름다운 미를 창조한다고
Y자로 단추를 푼 헤어디자이너의 
이상야릇한 미소
건물의 지하
매주 월요일은 목욕을 하지 않습니다 
친숙한 문구도 사라졌다
대신 공사중
접근금지라 적어놓은 표지판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니 지나가려거든
가능한  빨리 지나가던가
가능한 돌아서 가십시오

표지판을 보다가

가능한과 불가능한

툭 튀어나온 질문

민방위훈련을 받고난 뒤
이걸 왜 내가 받고 있나
허무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아차차 그러고 보니
마을도서관 같은 동네 어르신들
경로당 출입이 뜸하다
영분할매 경례할머니도
얼마 전 요양보호사인가 뭔가

차를 태우고 사라졌다  
새마을 운동이랍시고
한오백년 마을을 지킨
느티나무도 가을 되면 낙엽이
너무 날린다고 목 잘린 지 오래
같은 집에 삽니다 같은 동네 삽니다 같은 아파트 삽니다
우리라는 주어가 사라졌다

떡을 나누며 앞집 뒷집  옆집  
사이좋게 잘 지내자며
웃던 얼굴
동네가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서듯
동네 목욕탕이 사라졌다
동네 이발소가 사라졌다
동네 슈퍼도 사라졌다
동네 꼬마도 사라졌다
동네 어르신도 사라졌다
남은 건 선착순 입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