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 9. 3. 화요일.
가을 하늘이 맑다.
무척이나 뜨겁고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서늘한 가을이 들어섰다.
내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늘 서해안 산골 아래에 있는 내 시골집에 내려가 있다.
*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톨이트를 빠져나오면 바로 코앞에 있는 작은 산골 마을)
텃밭 세 자리에 가득 찬 나무와 풀들.
주인이 떠난 지 오래되어서 이제는 잡목과 잡초가 주인행세를 한다.
나는 지난 8월 24 ~ 27일까지 3박4일간 시골집에 있었다.
산소 벌초행사에 참가하려고 오랜 만에 내려간 고향집.
산소 벌초행사가 끝난 뒤 이내 서울로 되올라왔다.
아내는 전남 광양시 골약면 도이리 남해안 갯바다 출신이라서 그럴까?
서해안 산골 아래에 있는 남편의 집에 오면 풀독(잡초에서 독이 나옴)에 온몸이 부르트며, 가렵다면서 하루라도 더 빨리 시골집을 떠나려고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바깥마당 대추나무 아래에서 풀을 뽑다가 대추나무 잎사귀에 매달린 작은벌집에 들락거리는 벌한테 팔뚝 다섯 군데를 쏘였다며, 외마디 고함을 치며 벌벌 떨며 울었다.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더 빨리 시골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아내.
나는 내 고향집이기에 하루라도 더 머물면서 일하고 싶은데도 그참 서울로 되올라왔다.
텃밭 세 자리에 가득 찬 나무와 풀들....
친환경적으로 과일나무 묘목 400여 그루를 심어서 농사를 짓다가 그만 둔 텃밭이기에 온갖 수목과 풀들이나 가득 찼다.
.....
내 몸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안에 있어도 내 마음은 늘 시골집 텃밭에 내려가 있다.
오래 전에 쓴 내 글 하나를 복사해서 <국보문학카페>에 올린다.
작은 꽃이 내 것이랍니다
작은 화분에도 씨앗을 뿌릴 수 있답니다.
작은 씨앗에서도 싹이 난답니다.
그릇이 작기에 작게 자라는 꽃
가만히 들여다봐야만 볼 수 있는 꽃잎이지요.
그래도 내 것이기에
물 주고 햇볕 가려주고 이따금 거름도 주지요.
길거리에 내다놓은 화분들이 아무리 크고 화려해도
그 꽃이 예쁘고 향기로워도
내 마음대로 물 줄 수도 없고, 햇볕 가려 줄 수도 없고,
거름도 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답니다.
예뻐서 손 대면 도둑으로 몰리고
병든 잎사귀가 가여워서 살짝 잘라만내도 혼날 수 있지요.
그냥 스쳐가면서 바라보기만 하는 남의 것이지요.
온 산에 온 들녘에도
꽃 피고 꽃 지지만
내 것이 아니기에 옮겨 심을 수도 없고
꺾을 수도 없고요.
그 꽃이 아무리 탐나도
그냥 지나치기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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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
밭에서 무성하게 자란 들풀과 들꽃을 들여다보고 싶다.
키 작은 나무의 병든 가지를 잘라내고 수형(樹形)을 다듬고 싶다.
어떻게 하면 더 잘 가꿀까 곰곰히 생각하고 싶다.
작고 못생긴 나무일지라도, 벌레먹은 꽃잎이라도
내 것이기에 더 소중히 여기고 싶다.
2006. 4. 7. 바람의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