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오백쉰한 번째
최고의 요리 비법
음식이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재료일 뿐입니다. 그런데 생활이 조금만 넉넉해지기 시작하면 맛있는 음식, 별난 음식을 찾습니다. 음식 얘기에 자주 등장하는 중국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부자였다는 석숭石崇과 왕개王愷의 사치 경쟁입니다. 왕개가 사람 젖만 먹여 기른 돼지를 잡아먹자 석숭은 비단옷 입히고 금가루 먹여 기른 닭을 잡아먹었다고 했습니다. 어느 해 우리 추석에는 금가루를 칠한 황금굴비가 수백만 원에 팔리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입에 넘어갈지 궁금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네 TV에는 유명 요리사들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특정 음식의 달인들과 그 맛집도 소개됩니다. 맛집을 소개해 주는 앱도 있답니다. 그들에게는 지극한 정성 외에도 그들만의 요리 비법이 있답니다. 남에게 일러주지 않는 특별한 양념을 만들어 남다른 맛을 내는 겁니다. 사람들은 거기에 환호합니다. 어느 기자가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을 소개했습니다. 맛의 고수랍니다. 그런데 그 스님의 음식은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답니다. 그런데 맛의 고수라니 이상했습니다. 스님에게 달지도 짜지도 맵지도 않게 요리하는 이유를 물었답니다. “그래야 재료 본래에 담긴 맛이 살아난다.” 양념이 아니라 그 채소가 본디 갖고 있던 맛을 살려내는 게 요리 비법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온갖 치장으로 꾸민 내 몸을 남에게 보이며 살아갑니다. 그 욕망이 명품을 가장 좋은 것으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명품으로 치장합니다. 수도자들만이 가장 수수한 차림입니다. 스님도 그렇게 음식을 만듭니다. 본래의 맛이 살아나게 만드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온갖 양념, 조미료에 길들여 있습니다. 명품을 찾듯이 말입니다. 우리의 본래 모습은 찾을 수 없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