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농담
전재완
이봐, 내가 곧 말 들어본 적 있나
언어는 존재의 집
존재가 집을 짓는 말
태초에 있었던 말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거는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지금 대한해협을 지나 서서히 인천공항에 도착 중
쥐꼬리 같은 월급에 말꼬리나 붙잡는 상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야 할까
너 거짓말하면 죽는다
미안해 난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너를 잠시 이용했을 뿐
불편한 말은 항상 이렇듯 먼저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
요즘은 껌과 설탕에다 몰래 약을 탄다며
사이다나 콜라 아메리카 에스프레소 엣세 프라임
오비라거 카스 처음처럼 참이슬 푸레쉬 . . . . . .
세상은 온통 사물에 이름 붙이기
이것들의 공통점은 인생을 탕진하는 군것질
영화의 주인공 같은 배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술과 여자와 도박에 미쳐 사는 자는
똑같은 병을 앓다가 실과 바늘처럼
어느 날 한순간 한날한시 활활 태워질 영혼
나는 말들이 기생하는 음지를 찾는다
그게 입벌구나 갑툭튀던 답정녀이건
할 말만 하고 떠나겠다는 서부의 건맨이나
지금의 시대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한
말은 기죽지 않을테니
어느 시대나 악당과 영웅은 존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