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7일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13-15
13 그때에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에게 손을 얹고 기도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
14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셨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15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주시고 나서 그곳을 떠나셨다.
엄마에게 젖 달라고 보채는 어린아이처럼
철부지 어린아이가 엄마의 젖가슴을 파고드는 것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내가 어려서 엄마들은 먹을 것이 많이 부족해서 ‘보리 고개’라는 것이 있어서 먹을 것이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잘 먹지도 못한 어머니들이 젖이 나오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젖을 먹일 수 없었습니다. 보리 고개란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 양식을 구하기가 정말 큰 고개를 넘듯 간신히 넘는 고개입니다. 익지도 않은 보리를 털어서 솥에 넣고 강제로 익혀서 먹기도 하고, 쓴 나물이나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던 시절에는 아이들에게 먹일 젖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빈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다가 둘째 아이를 갖게 되면 젖을 무조건 떼어야 하는데 둘째를 임신하면 젖이 나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엄마의 젖꼭지는 거의 달근달근해서 상처를 입을 정도입니다. 유두가 헐어서 피가 날 정도가 되면 강제로 아이의 젖을 떼어야 하기 때문에 이만 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키니네(그 당시에는 말라리아가 극성을 부려서 많이 앓았기 때문에 미군들을 통해서 들어온 아주 귀한 약)가 엄마 젖을 떼는 아주 좋은 약이었습니다. 얼마나 쓴 약인지 거의 독약 수준입니다. 엄마의 젖에 키니네 가루를 묻히면 아이가 젖에서 입을 떼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처음 나온 붕대로 가슴을 챙챙 감아버리고 ‘젖 없다.’고 감싸서 속이면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고, 엄마는 젖 몸살을 앓아서 엄마는 한쪽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유두가 잘라질 지경이 되었어도 아이에게 젖을 주는 엄마의 가슴은 그렇게 행복하게 보였습니다. 가난하고 젖이 나오지 않더라도 사랑스러운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 모든 아픔을 잊는 것이 우리네 엄마들이었습니다. 자신의 가슴이 모두 뭉개지고 닳아 없어진다고 해도 다시 기쁘게 젖을 먹이려고 가슴을 여는 모든 엄마들이 있기에 우리가 이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경영학에서 MOT(Moment of Truth)라는 것이 있습니다. ‘진실의 순간’이라고 번역된 말인데, 고객과의 접촉점에는 가장 진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진실의 순간을 중요시하는 것이 MOT의 핵심입니다. MOT(Moment of Truth)란 스페인의 투우 용어인 'Moment De La Verdad'를 영어로 옮긴 것인데, 스웨덴의 마케팅 학자인 리차드 노만(R. Norman)이 서비스 품질관리에 처음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원래 이 말은 투우사가 소의 급소를 찌르는 순간을 말하는데,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순간' 또는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매우 중요한 순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투우사가 소와 싸우면서 창을 여러 번 소에 찌르고 소는 피를 흘리며 날뛰고 사람들은 흥분하여 소리 지르고, 투우장은 흥분의 도가니와 같은 상태가 됩니다. 투우사는 소를 더 이상 피 흘리게 하고, 괴롭히는 것은 투우사로서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답니다. 그래서 소와 정면대결을 벌입니다. 소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소는 괴로움으로 투우사를 향하여 빨리 결정을 내 달라는 눈빛을 보낸답니다. 투우사는 그 때 진실의 순간을 맞이하고, 창으로 소의 급소를 찌르며 소를 위해서 기도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MOT란 '진실의 순간'이라는 통상적 번역보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 품질관리에서 MOT 또는 결정적 순간이란 "고객이 조직의 어떤 일면과 접촉하는 접점으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과 그 품질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는 순간이나 사상(事象)"을 말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MOT는 고객이 종업원과 접촉하는 순간에 발생하지만, '광고를 보는 순간'이나 '대금 청구서를 받아 보는 순간' 등과 같이 조직의 여러 자원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39세의 젊은 나이로 스칸디나비아항공(SAS: Scandinavian Airlines)의 사장에 취임한 얀 칼슨(Jan Carlzon)이 1987년 「Moments of Truth」란 책을 펴낸 이후 MOT란 말이 급속히 보급되었는데 그 당시 스칸디나비아항공에서는 대략 한 해에 천만 명의 고객이 각각 5명의 직원들과 접촉했으며, 1회 응대시간은 평균 15초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고객의 마음속에 1년에 5천만번 회사의 인상을 새겨 넣는 것이 됩니다. 칼슨은 15초 동안의 짧은 순간순간이 결국 스칸디나비아항공의 전체 이미지, 나아가 사업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적 순간의 개념을 도입한 칼슨은 스칸디나비아항공을 불과 1년 만에 연 800만 달러의 적자로부터 7,100만 달러의 흑자경영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칼슨은 MOT의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 불결한 트레이(접시 또는 쟁반)를 자주 예로 들었습니다. 만약 승객들이 자신의 트레이가 지저분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같은 순간에 그들은 탑승하고 있는 비행기가 불결하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MOT는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에게 서비스품질을 보여 줄 수 있는 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자사에 대한 고객의 인상을 좌우하는 극히 중요한 순간이 되는 것입니다. 결정적 순간은 고객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과 어떤 형태로 접촉하든지 간에 발생하며, 이 결정적 순간들이 하나하나 쌓여 서비스 전체의 품질이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객을 상대하는 종업원들은 고객을 대하는 짧은 순간에 그들로 하여금 최선의 선택을 하였다는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부님, 수녀님, 사무장, 성당의 정문, 현수막, 성모상, 예수성심 상, 화단, 제대, 성수 대, 신부님의 말씀, 신자들의 웃음, 친절한 행동, 다정한 눈 빛, 어느 것 하나 MOT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성당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성당에서 처음 대면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을 대면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당의 분위기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안수를 받기 위해서 예수님께 달려드는 아이들은 가장 순수하고 천진난만(天眞爛漫)하며 그들의 눈동자에는 진심으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꼭 엄마의 젖을 빨려고 대드는 어린아이와 같이 아이들은 예수님께 무조건 사랑을 받고 싶은 것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하시는 예수님께서도 사랑으로 그들에게 안수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만남을 MOT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진실한 만남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하느님과 소중하고 진실한 만남을 방해하는 것이 우리 교우들이 되어서는 안 된답니다.
예수님은 당신께 가까이 오고자 하는 사람들을 막지 말라고 재삼 강조하시며 말씀하십니다. 교회에 첫 발을 들여놓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말라버린 젖꼭지로 젖 달라고 보채는 아기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엄마의 눈동자가 MOT일 것입니다. 간절한 소망을 안고 젖을 찾는 어린아이와 같이 어렵게 첫 발을 디딘 사람들에게 전례나, 기도나, 언행으로 하느님의 진실을 흐리게 하는 것이 있다면 안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들의 삶을 언제나 살펴보고 반성해야 하며, 그렇게 상처를 주었다면 언제나 용서를 청하며, 새롭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답니다.
<나는 저마다 걸어온 길에 따라 너희를 심판하겠다.>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18,1-10ㄱ.13ㄴ.30-32
1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2 “너희는 어찌하여 이스라엘 땅에서,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었는데, 자식들의 이가 시다.’는 속담을 말해 대느냐?
3 주 하느님의 말이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너희가 다시는 이 속담을 이스라엘에서 말하지 않을 것이다.
4 보아라, 모든 목숨은 나의 것이다. 아버지의 목숨도 자식의 목숨도 나의 것이다. 죄지은 자만 죽는다.
5 어떤 사람이 의로워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6 곧 산 위에서 음식을 먹지 않고, 이스라엘 집안의 우상들에게 눈을 들어 올리지 않으며,
이웃의 아내를 더럽히지 않고 달거리하는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으며,
7 사람을 학대하지 않고 빚 담보로 받은 것을 돌려주며, 강도 짓을 하지 않고 굶주린 이에게 빵을 주며,
헐벗은 이에게 옷을 입혀 주고,
8 변리를 받으려고 돈을 내놓지 않으며, 이자를 받지 않고 불의에서 손을 떼며,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한 판결을 내리면서,
9 나의 규정들을 따르고 나의 법규들을 준수하여 진실하게 지키면,
그는 의로운 사람이니 반드시 살 것이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10 이 사람이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폭력을 휘두르고 남의 피를 흘리게 하면,
13 아들이 살 것 같으냐? 그는 살지 못한다. 이 모든 역겨운 짓을 저질렀으니, 그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그가 죽은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30 그러므로 이스라엘 집안아, 나는 저마다 걸어온 길에 따라 너희를 심판하겠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회개하여라. 너희의 모든 죄악에서 돌아서라.
그렇게 하여 죄가 너희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여라.
31 너희가 지은 모든 죄악을 떨쳐 버리고,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어라.
이스라엘 집안아, 너희가 어찌하여 죽으려 하느냐?
32 나는 누구의 죽음도 기뻐하지 않는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그러니 너희는 회개하고 살아라.”
축일8월 17일 성녀 베아트릭스 (Beatrice)
신분 : 동정녀, 설립자
활동 지역 : 실바(Silva)
활동 연도 : 1424-1492년
같은 이름 :베아뜨리체, 베아뜨릭스, 베아트리체
실바의 성녀 베아트릭스(Beatrix de Silva Meneses, 또는 베아트리체)는 포르투갈에서 브리트(Brites)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1424년경 포르투갈의 캄푸마이오르(Campo Maior)에서 비아나(Viana)의 백작의 딸로 태어났으며, 개혁 프란치스코회의 창시자인 복자 아메데우스(Amedeus)의 동생이다. 그녀는 이사벨(Isabel) 공주의 시녀로 있다가 공주가 카스티야(Castilla)의 요한 2세와 결혼할 때 에스파냐로 함께 수행했는데, 이때 그녀의 나이는 20세였다. 성녀 베아트릭스의 미모가 공주에게 질투심을 느끼게 하여 어이없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3일 동안 투옥되었는데, 이때 음식조차 주지 않았다고 한다.
석방된 후 성녀 베아트릭스는 궁중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톨레도(Toledo)로 가서 시토회 수도원에 입회하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여자 수도회 설립을 꿈꾸어 오다가, 1484년경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수녀회’를 설립하게 되었다. 가톨릭 신자이던 이사벨 여왕이 이 수녀회의 첫 공동체가 사용하도록 갈리아나(Galliana)의 성을 하사하였다. 그녀는 시토회의 규칙을 따랐고 푸른 외투에 흰 수도복을 입었는데, 성모님의 발현도 여러 번 경험했다고 한다.
성녀 베아트릭스는 1492년 8월 16일(또는 9월 1일) 톨레도에서 사망했는데, 이때부터 이 새로운 수녀회는 톨레도의 대주교이며 프란치스코회 회원인 시스네로스(Cisneros) 추기경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클라라회의 수도 규칙을 준행하는 수녀회로 승인을 받았다. 그녀는 1926년 교황 비오 11세(Pius XI)에 의해 시복되었고, 1976년 교황 성 바오로 6세(Paulus VI)에 의해 시성되었다. 성녀의 축일은 오랫동안 9월 1일 또는 8월 16일에 기념해왔는데, 2012년에 8월 17일로 변경되었다.
오늘 축일을 맞은 베아트릭스 자매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