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건데…."
지난달 29일 오후5시 인천 지하철 1호선 백운역 선로에 떨어져 있던 한 어린이를 구한 이주호(16·부평서중학교 3년)군은 담담하게 속마음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사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던 어른들은 없었다. 사고를 당한 어린이는 지체장애아로, 철로로 떨어질때 팔에 부상을 입은채 그자리에 앉아 울고만 있었다. 금방이라도 열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모두 발을 동동 구르거나 '어서 올라오라'고 손짓만 했어요. 순간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돼 나도 모르게 몸을 날렸어요."
이날 이 군은 부모님과 함께 한국청소년문화재단 푸르미가족봉사단 발대식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동인천역에서 출발해 백운역 승강장에 내린 이 군은 출구로 나가는 계단을 오르다가 우연히 철로에 있는 어린이를 봤다. 이 군은 우선 승강장에 설치돼 있는 열차정지버튼을 잽싸게 눌러 차가 달려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리고 나서 철로로 한달음에 내려가 아이를 들어 올려 무사히 사람들 품에 안겨 줄 수 있었다.
"평소 지하철을 타고 다닐때 버튼을 봐 뒀어요. 혹시 사고가 나면 '요긴하게 쓸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큰 일을 막아서 다행이에요."
이런 힘과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할 정도로 이 군은 마른 체구에 아직 어린 중학생이었다.
"이것저것 재 볼 틈이 없었어요. 선로 밑까지 높이가 내 키보다 낮은 것 같고 떨어진 아이가 나보다 작으니 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 뿐 이었습니다."
남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는게 당연하기 때문에 이번일도 대수롭지 않다는 이군은 커서 영어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기회가 닿는데로 봉사활동도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글·사진 장지혜기자 (블로그)j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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