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다림 - 이해인
뿌연 안개가 하늘로 올라가는 새벽
초록빛으로 덮인 들길에 서서
행여 찾아올지도 모르는
그대를 기다립니다
혹시 내가 보고 싶어
이곳을 찾아올지도 모르는
그대를 기다린다는 것은
설렘과 행복한 기다림입니다
난 오늘도 그 자리에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움으로
밀려오는 아픔을 안고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그대를 기다리렵니다.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삶과 낙엽 – 이채
낙엽이 떨어져 땅 위로 뒹굴며 말합니다
삶을 이루었노라고
내가 떠나서 거름이 되어야
푸른 녹색 정원을 이룰 수 있다고
나는 자신에게 묻습니다
내 삶이 다할 때
삶을 이루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 후세에게
나의 삶이 과연 거름이 될 수 있을까
내게 던진 이 물음은
내 삶의 방향을 가르쳐 줍니다
가을 편지 / 김시현
사랑한다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끝내 쓰지 못하고
가슴에 고여 출렁이는
그 여러 날 동안
내 마음속 숲에도
단풍이 들어
우수수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렇게 당신의 뜰 안에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밤마다 밤마다
울먹이는 숲길을 건너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가을의 창문을 열면 / 이외수
어디쯤 오고 있을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단풍나무 불 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라질 때
뭉게뭉게 개어가는 하늘이 예뻐
한참을 올려다 보니
그곳에 당신 얼굴이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
그대 모습
그대 생각 머물며
난 자꾸만 가슴이 뜁니다.
따뜻한 댓글과 답글은 그 사람의 향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