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불모산 숲
칠월 중순 금요일은 제헌절로 달력에선 공휴일 지정에 혼선이 있는 듯하다. 오래전 제헌절은 법정 공휴일이었는데 한동안 폐지되었다가 근래 되살린 모양이다. 자연학교 학생에게는 달력의 빨간색 유무에 상관없이 연중무휴 등교다. 장마라도 우리 지역은 비가 적어 어제 텃밭으로 나가보니 작물들은 가뭄을 타 생기를 잃어 안쓰러웠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른 시각 현관을 나섰다.
낮에는 강수가 예보되어도 비가 올 지 여부는 시시각각 달라져 믿음이 가질 않는다. 그러함에도 배낭에는 얼음 생수와 함께 우산을 챙겼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기 전 운동 기구에 매달려 잠시 몸을 단련하면서 원이대로로 가는 버스 시각과 맞췄다. 151번 버스로 창원시청을 돌아 시내를 관통해 남산동 환승장에서 성주사 입구로 가는 213번 버스로 갈아타 혼자 산문으로 향했다.
일주 전 금요일도 불모산 숲으로 들어 영지버섯을 채집해 이른 시간 하산했다. 곰절 경내는 여러 개 둥근 화분에 연을 심어 가꿔 홍련이 꽃을 피워 절집다웠다. 산사에서는 석탄일 다음으로 불자들에 관심이 많은 우란분절 기도 법회로 신도들이 다수 모여들었다. 입재로부터 일곱 차례 기도회를 열어 음력 칠월 백중 회향식을 가진다. 조상들의 혼령을 위무하는 경건한 의식이다.
성주사 바깥 약수터에서 일주문으로 들지 않고 불모산 숲속 나들이길 상점령 방향으로 들었다. 산허리로 난 평탄한 등산로를 따라 숲속을 걸었다. 아침부터 습도와 기온이 꽤 높아도 인적이 없는 호젓한 숲에서는 청량감이 느껴졌다.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전방 진행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 대숲이 있는 곳에서 등산로를 벗어나 영지버섯을 찾는 개척 산행을 감행했다.
나는 창원 근교 식생에 훤해 어느 산자락에서 철마다 무슨 꽃이 피는지 꿰뚫고 있다. 틈이 날 때마다 근교 임도를 걸으며 제철에 피는 야생화를 탐방함이 익숙하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남기고 생활 속 글감으로 삼는다. 특히 봄철은 산중 길섶이나 숲에 자생하는 산나물을 뜯어 식탁의 소중한 찬거리가 되어 봄 향기를 맡는다. 이러다 계절이 바뀐 여름은 산행 행선지가 달라졌다.
봄날에 산나물 채산은 구룡산이나 작대산으로 향한다. 더 멀게는 낙남정맥으로 이어져 온 여항산이나 서북산 임도를 걷기도 한다. 여름의 영지 채집은 창원에서 동쪽에 해당하는 용제봉이나 불모산 숲으로 방향이 달라진다. 활엽수림이 우거진 참나무가 삭은 그루터기에 붙는 자연산 영지 생육을 고려해서다. 장마철 이전 자루가 솟아 갓을 펼쳐 여름이 지나면 절로 삭는 영지다.
올여름 서너 차례 영지버섯 산행을 나서 채집한 영지는 베란다에 말리는 중이다. 나중 더 모으고 바싹 마르면 형제나 지인들에게 보내지는 건재가 된다. 나는 발품을 판 산림욕만으로도 건강을 획득해 영지는 몇 줌 부스러기가 약차를 달여 먹으면 된다. 불모산은 바깥에서 보기보다 숲속 지형이 많이 굴곡지고 활엽수림이 우거졌다. 영지버섯은 귀하신 몸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숲을 누벼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에서 산등선을 오르다 다시 개척 산행을 감행하다 노랗게 핀 원추리꽃을 만났다. 산마루 너머 계류 바윗돌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쉬었다. 거기서 절집으로 내려가려다 아직 아침나절 시간이 제법 남아 개울 건너 산언덕을 넘으면서 영지버섯을 몇 조각 더 찾아냈다. 골짜기로 내려서니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성주사 수원지로 모여드는 계류였다.
맑은 물에 손을 담그고 이마의 땀을 씻었다. 계곡 쉼터에서 건너편 숲으로 올랐더니 절집으로 나가는 길로 합류 ‘여름 불모산 숲’을 한 수 남겼다. “뒤늦게 닿은 장마 비다운 비가 없어 / 열대야 폭염으로 초복을 넘기는데 / 불모산 숲으로 들어 영지 채집 나섰다 // 참나무 삭은 둥치 드물게 붙는 버섯 / 인내심 발휘해서 발품 판 성과 거둬 /계류에 손을 담그고 삼복염천 잊었다” 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