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의 여정 “기도하라, 집착하지마라, 들어라, 일어나라, 떠나라”
2026.3.1.사순 제2주일 창세12,1-4ㄱ 2티모1,8ㄴ-10 마태17,1-9
“주님, 당신 얼굴을 찾고 있사오니,
그 얼굴 나에게서 감추지 마옵소서.”(시편27,9)
사순시기에 맞이하는 3월1일은 성 요셉 성월의 시작이자, 107주년째 삼일절이요 사순 제2주일입니다. 또 어제부터는 <장엄한 분노>라는 작전명하에 미국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참으로 어수선한 국내외 상황입니다. 2026년 기도와 회개의 사순시기는 더욱 절박할 수 뿐이 없습니다.
결코 잊어서는 안될 <3.1절>입니다. 오늘은 1919년3월1일, 일제의 식민통치에 항거하여 ‘대한독립만세’와 더불어 민족의 자주독립을 세계에 선언한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국경일이자 법정공휴일입니다. 온겨레가 비폭력 만세운동으로 독립의지를 표출한 역사적 사건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기초가 된 날입니다. 3.1절 노래를 다시 한 번 불러 봅니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아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날을 길이 빛내자”
잊어버린 역사는 반복됩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3.1절이요, 독립국가로서 융성발전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적기입니다. 3월을 맞이하는 다산 일력의 가르침도 좋은 도움이 됩니다.
“화광동진(和光同塵);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함께하다, 물들이고 싶거든 먼저 물들어라”, 노자 56장 말씀에 이어, “광이불요(光而不耀); 아름답게 빛나되 너무 번쩍거리지 마라”는 노자 58장 말씀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어지는 옛 현자의 두 말씀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기되는 진리는 황금률이다. ‘나 자신을 대하는 것 같이 항상 타인을 헤아리라.”<다산>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마라.”<논어>
이번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교황 레오14세의 우리의 참된 회개를 촉구하는 진솔한 담화문 마지막 부분을 나눕니다.
“사순시기 공동의 여정에 하느님 말씀에 귀기울이고 가난한 이들과 땅의 부르짖음에 귀기울이는 것이 우리 공동체 삶의 일부가 되고, 단식이 진실한 참회의 바탕이 됩니다. 우리의 언어 사용도 아우르는 그러한 단식의 힘을 청합시다. 그리하여 상처주는 말이 줄어들고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더 넓은 자리를 만들어 갑시다.
우리 공동체들이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리가 되고, 경청을 통하여 해방의 길들이 열리는 자리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준비된 마음과 열정으로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데에 이바지합시다.”
이런 모두를 위해 우리의 주님을 닮아가는 변모가 더욱 절실합니다. 이 은총의 사순시기 그대로 주님을 닮은 변모의 여정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신 예수님은 참으로 적절한 신비체험의 때를 아셨습니다.
바로 앞서 베드로는 멋진 주님 고백으로 극찬과 축복을 받았지만,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첫 예고를 만류하다 졸지에 사탄이 되고 호된 질책을 받았습니다. 아주 의기소침해진 이런 제자들 분위기에서 제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주님 변모의 간접적 체험은 참으로 필요했습니다. 주님의 변모는 우리의 변모체험에도, 우리의 변모의 여정에도 좋은 도움이 됩니다. 다섯 요소로 요약됩니다.
첫째, “기도하라!”입니다.
주님의 산위에서의 변모 일화는 공관복음에 다 나오는데, 루카복음만이 기도중에 신비로운 변모사건이 일어남을 보도합니다. 분명히 단언하건데 기도중에 일어났던 변모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외딴곳이나 산을 찾았을 때는 기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의 삶의 원천은 아버지와의 깊은 관상적 일치를 이룬 기도였습니다. 사순시기 변모의 여정에 참으로 기도와 회개가 얼마나 절대적인지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도 깊은 기도의 열매임이 분명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목적과 은총에 따라 우리를 구원하시고 거룩히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이 은총은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환히 드러내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주셨습니다.”
바로 이런 주님과 일치를 지향하는 항구하고 간절한, 한결같고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전례기도시간, 주님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체험하면서 주님의 변모와 더불어 우리의 변모가 일어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둘째, “집착하지 마라!”입니다.
모든 것은 흐릅니다. 흐름은 생명의 원리입니다. 세상에 잡아둘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고 유일한 안식처 주님 안에 머무는 것만이 영원한 생명의 구원임을 오늘 베드로는 몰랐습니다. 해처럼 빛나는 예수님께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한 베드로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엉겁결의 고백에서 그의 독점욕과 집착이 환히 드러납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완전히 착각입니다. 물도 고이면 썩듯이 삶도 고이면 썩습니다. 하느님의 살아 있는 강같은 분들이 예수님이요 모세요 엘리야인데 이분들을 감옥같은 초막에 가둬둠은 어불성설입니다. 여기 요셉수도원 수도자들은 정주가 안주가 되지 않기 위해 날마다 하느님을 향한 내적여정의 흐름중에 있습니다. 그래야 늘 새 하늘과 새 땅의 새로움을 삽니다.
셋째. “들어라!”입니다.
보다 못한 하느님의 직접적 개입니다. 베드로의 말이 채 끝내기도 전에 빛나는 구름속에서 들려 오는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구절로 시공을 초월하여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미 예수님 세례때 말씀이 다시 반복되며 예수님의 신원을 다시 확인시킵니다. “들어라!” 평생 지니고 살 말씀입니다. 잘 듣기 위해 침묵이요 잘 들어야 겸손과 순종입니다. 인간의 본질이 말씀입니다. 말씀은 주님의 현존이자 생명이요 빛입니다. 우릴 위로하고 치유하는 말씀이요, 정화하고 성화하는, 살아 있고 힘이 있는 구원의 말씀입니다.
이래서 고백성사 보속으로 제가 즐겨 써드리는 <말씀처방전>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말씀의 경청입니다. 제자들의 배움의 여정에 필수 기본 조건이 귀기울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경청입니다.
넷째, “일어나라!”입니다.
앞서의 하느님 아버지에 이어 그의 아들 예수님께서 친히 두려움에 주눅들어 오그라진 제자들에게 손을 대시며 이르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가 두려움이나 불안에 사로잡혀 있을 때 주시는 말씀입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일어나 파스카의 주님과 함께 부활의 새생명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두려움과 불안에 포위되어 살 수는 없습니다. 수없이 강조하지만 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게 죄입니다.
넘어지면 즉시 두려움을 떨쳐내고 용기를 내어 일어나 새롭게 시작해야 영적탄력이나 영적감수성의 손상이 없습니다. 평생 현역의 주님의 전사들이라면 육신의 탄력은 떨어져도 결코 신망애의 영적탄력이 떨어져선 안 될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뒤에는 “나다. 나는 늘 너와 함께 있다” 말씀하시는 임마누엘 주님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다섯째, “버리고, 떠나, 따르라!”
막연히 버리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목표와 방향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 떠남의 빛나는 모범이 제1독서 창세기의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뿐 아니라 이 은총의 사순시기 주님을 따라 변모의 여정에 오른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세상의 모두가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떠나 주님을 따르는 내적여정, 변모의 여정에 오른, 또 하나의 아브라함인 우리 하나하나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으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날마다 안주의 울안에서 벗어나 부단히 버리고 떠나 주님을 따라 주님의 제자답게, 세상의 복이 되어, 세상의 소금이 되어, 세상의 빛이 되어, 세상의 누룩이 되어 살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변모의 여정에서 주님 부활의 영광을 누리기 까지 입조심 할 것을 단단히 당부하시는 주님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은총의 사순시기는 집중적 주님을 닮아가는 변모의 여정 시기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기도하라, 집착하지 마라, 들어라, 일어나라, 따르라” 핵심 사항의 준수를 명하십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날로 주님을 닮은 모습으로 우리를 변모시켜주십니다.
“주님, 우리가 당신께 바랐던 그대로
어여삐 여기심을 우리 위에 내리소서.”(시편33,22).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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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아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