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이 싹 사라졌어요. 지금 남은 거라곤 저층이거나, 호가가 너무 뛰어 사기 부담스러운 것들밖에 없네요.”
서울 강서구 가양·등촌동 일대 아파트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주택 거래 열기에 힘입어 역세권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달아오른 데다, 올해 하반기 LG와 롯데 등 대기업 직원들이 입주하는 마곡지구와도 가까워 기대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8일 가양동과 등촌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매물을 찾는 문의가 눈에 띄게 늘면서, 한동안 시세보다 낮게 나온 매물들이 모조리 거래됐다. 등촌동 급행역8단지공인 이수엽 대표는 “연초부터 올해 4월까지는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였는데, 최근 2~3주 동안 저가매물이 대부분 거래되면서 평균 2000만~3000만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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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서구 등촌동 등촌주공 3단지. /이지원 인턴기자
가양동 H공인 관계자는 “주변에 있는 한 아파트 전용면적 49㎡의 경우 집주인들이 매물을 모두 회수하는 바람에 찾는 사람이 있어도 거래를 할 수가 없다”며 “매매 계약을 한 지 며칠 안 된 집주인들은 중개사들에게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계는 실수요자보다 투자자들이 매수에 적극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1억원 안팎이라 이를 이용한 ‘갭(gap)투자’가 성행했다. 최근 시세가 많이 올라 갭투자 부담이 커졌지만, 투자자들이 크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가양주공 6단지 전용 58㎡는 최근 4억5000만~4억8000만원을 호가하는 가운데 같은 면적의 전세는 2억7000만~2억9000만원 정도로, 2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등촌주공 3단지 전용 58㎡도 매도 호가는 4억6000만~5억원이지만, 전세는 2억9000만~3억원 정도로 갭투자에 나서기엔 부담되는 가격차다.
그래도 투자자들이 사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올해 하반기부터 인근 마곡지구에 대기업들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롯데화학 등 롯데 계열사 4곳이 입주를 시작하고, 마곡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구개발(R&D)센터인 ‘LG사이언스파크’에 LG전자와 LG화학 등 LG 계열사 8곳이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하반기에만 2만3000여명이 마곡지구에 유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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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가양주공 6단지. /김수현 기자
가양동 대상공인 최승원 공인중개사는 “지금은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꽤 있지만, 앞으로 마곡지구 입주가 시작되면 주변 전세∙매매가가 모두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강서구 일대 소형 아파트 강세 현상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역세권 소형 아파트는 원래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양·등촌동 지역은 마곡지구가 가까우면서도 마곡보다 집값이 낮아 매수 조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