通靑 인문학 아카데미 1 Tongchung Humanities Academy | 546회 | 주 제 | 강 사 |
장자 해설 (7) | 이 태 호 (통청원장/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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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고야산(藐姑射山)에 살고 있는 신인(神人)이야기
장자 내편(莊子 內篇), 제1장 소요유(逍遙遊)
[8절]
견오(肩吾)가 연숙(連叔)에게 물었다. “나는 접여(接輿)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하도 커서 끝이 없고 나가기만 하고 돌아올 줄은 모릅니다. 나는 그의 말은 놀라서 두려워지고, 그것이 은하(銀河)처럼 끝없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너무 크고 엄청나게 상식에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연숙이 말하였다. “그가 한 말은 대체 어떤 것이었소?” “막고야산(藐姑射山)에 신인(神人)이 살고 있었답니다. 살갗은 얼음이나 나긋나긋하기가 처녀와 같았는데, 오곡(五穀)을 먹지 않고 바람과 이슬을 마셨으며, 구름을 타고 나는 용을 몰면서 이 세상 밖에 노닐었다 합니다. 그의 신기(神氣)가 한데 엉기게 되면 만물이 상하거나 병드는 일이 없고 곡식들도 잘 여문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래서 허황하다고 여기고 믿지 않았습니다.”
연숙이 말했다. “그렇겠소. 장님은 무늬의 아름다움과 상관이 없고, 귀머거리는 악기의 소리와 관계가 없는 것이오. 어찌 오직 형체에만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겠소? 지능에도 역시 그것이 있는 것이오. 이 말은 바로 당신 같은 사람에게 적용될 것이오. 그 신인의 그러한 덕은 만물과 함께 어울려 하나가 되는 것이오. 세상이 스스로 다스려지도록 되어 있다면 누가 수고로이 천하를 위해 일하겠소? 그 신인은 어떤 물건도 그를 손상시킬 수가 없소. 큰 장마물이 하늘에 닿게 된다 해도 물에 빠지지 않으며, 큰 가뭄에 쇠와 돌이 녹아 흐르고, 흙과 산이 탄다해도 뜨거움을 느끼지 않소. 그는 티끌이나 때 또는 곡식의 쭉정이와 겨 같은 것으로도 요임금이나 순임금을 만들어낼 만한데, 어찌 물건을 위하여 어떤 일을 하려 들겠소?”
[9절]
송(宋)나라 사람이 장보관(章甫冠)을 사 가지고 월(越)나라로 팔러 간 이가 있었다.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문신(文身)을 하고 지내므로 관이 소용 없었다. 요임금이 천하의 백성들을 다스려 세상의 정치를 평화롭게 하였지만 분수(汾水)의 북쪽 막고야산으로 가서 네 분의 신인(神人)을 만나 보았더라면 까마득히 천하를 잊어버렸을 것이다.
노자 도덕경 10장
혼비백산(魂飛魄散)할 상황에 놓여도 혼(魂)에 백(魄)을 싣고 하나를 껴안아서 분리되지 않게 할 수 있겠는가? 정기(精氣)를 모아 다스려서 부드러움에 이르게 하는데 젖먹이처럼 할 수 있겠는가? 거울에 묻은 흠을 씻어 제거하는데 완전히 흠이 없도록 할 수 있겠는가?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리는데 지식 없이도 가능하겠는가? 하늘의 문을 열고 닫는데 암컷 없이 가능하겠는가? 밝게 사통팔달이 되도록 하는데 억지가 없음으로 가능하겠는가?
자연은 만물을 생기게 하고 기른다. 그렇지만 낳아도 소유하지 않고, 해내지만 자부하지 않고, 이끌지만 주관하지 않는다. 사람이 자연처럼 하는 행위, 이것을 일러 깊은 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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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장자』 1장인 소요유(逍遙遊)의 [8절]은 신(神)의 경지에 이른 신인(神人)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때의 신인은 만물과 함께 어울려 하나가 되기 때문에 어떤 물건으로부터도 손상되지 않으며, 인간 세상밖에 노닌다. [9절]은 월(越)나라 사람들이 머리를 짧게 깎고 문신을 하기 때문에 송(宋)나라 장사꾼이 팔러간 장보관(章甫冠)이 필요없듯이, 요임금이 막고야산에서 신인을 만나 보았더라면 천하를 잊어버렸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8절]에서 보통의 인간이 하기에 불가능한 일을 신인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살갗은 얼음이나 처녀와 같음. 오곡을 먹지 않고 바람과 이슬을 마심. 구름을 타고 용을 몰면서 세상 밖에 노님. 신기(神氣)를 모아서 만물을 상하지 않게 함. 장마물이 하늘에 닿아도 물에 빠지지 않음. 큰 가뭄에 쇠와 돌이 녹고, 흙과 산이 타도 뜨거움을 느끼지 않음. 티끌, 때, 곡식의 쭉정이, 겨 같은 것으로도 요임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이다.
견오(肩吾)는 연숙(連叔)에게 위와 같이 불가능한 것을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접여(接輿)를 당신 같으면 믿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연숙은 시각장애인에게는 색깔이 관계없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소리가 관계없듯이, 지능장애인에게는 신인의 능력을 언급하는 접여의 말이 관계없다고 말한다. 연숙은 신인의 덕을 의심하는 견오를 나무란다.
그리고 도덕경 10장에서 인간이 하기에 불가능한 여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죽어가는 자를 살리는 것. 둘째, 몸이 굳어져 가는 어른을 어린아이처럼 부드럽게 하는 것. 오래된 거울을 새것처럼 깨끗하게 만드는 것. 지식없이 백성을 다스리는 것. 암컷 없이 수컷만으로 만물을 낳는 것. 모든 것을 소통시키는데 무위(無爲)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인간들이 해낼 수 없는 일을 신인은 해낸다. 도덕경 10장에서는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을 제시하면서 그 일을 인간이 해낼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런 후 그런 일을 해내는 자는 만물을 낳아도 소유하지 않고, 기르면서도 자부하지 않고, 이끌지만 주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노자(老子)는 이 주관자를 자연(自然)이라고 했고, 장자(莊子)는 신인(神人)이라고 했다. 노자는 주관자의 덕을 현덕(玄德 ; 깊은 덕)이라고 하였고, 장자는 무공(神人無功 ; 공을 내세우지 않음)이라고 하였다.
〈이어지는 강의 예고〉
▪ 547회(2023.5.23.) : 어떻게 말할까?, 이경희(대구가톨릭대학교 연구교수) ▪ 548회(2023.5.30.) : 장자 해설(8), 이태호(통청원장/『노자가 묻는다』 저자) ▪ 549회(2023.6.13.)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17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 ▪ 550회(2023.6.20.)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18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