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길다는 하지다. IL 내 씨앗야학에서 "감자 캐야죠...?" 지나가는 말로 농사를 몇 번 언급해서 별난 인사(?)를 듣는다.
농성장앞 아스팔트에 부딧치는 햇살은 유난히 눈부시다. "왜 이렇게 탔어요... 검다 못해 붉었다." "...그래요..." "썬크림 좀 발라요?"
지금은 즐거운 상상을 한다. 몇일 후면 장마가 오고... 갑자기 시간이 주어지면 하얀 피부(?)로 거듭나지 않을까...(착각은 가끔 미남을 꿈꾼다.)
"터널이 이쪽으로 나오는 거예요?" "예... 터널이 2곳이라 동탄 산단과 이곳 입니다." "공사하던데..." "거기는 필봉터널로 홈플러스 지하도와 연계되 동탄산단으로 가는 길이구요. 여기는 매홀고에서 약수터로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막고 있는 곳은 이곳이죠..." "그러면 그렇지... 이건 아니지..." 항의하러 온 것인지 커다란 썬글라스에 가려 눈을 볼 수 없으니 판단하기 어렵다. 단지 지방선거 기간 중에는 노인들이 물어왔고 지금은 잘 차려 입은(?) 아주머니들이 물어온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듣고 오는 발걸음 일것이다.
"언제 끝나요?" "글쎄요... 끝내려 들면 곧 될테지만, 아직은...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다. 계속 농성이 진행되는 것이 안탑깝다는 표정만이 전달된다.
"끝나도 끝나지 않는 싸움..." 마치 기억투쟁 같은 질긴면을 대입해 본다.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말아 주세요..." 1980년 피끓는 음성이 세월을 거쳐 이곳에서 메아리친다. "필봉산에 우리가 있다는걸 잊지마세요..."
"사귄다는 뜻이 뭐라고 보세요...?" "그냥 ...노는것 아닌가요..." "그럼 뭘하면서 놀죠?" "그러니 작업의 달인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회자되는 겁니다." "기껏해야 몇 일 함께 있다가 끝나는 기억을 위해 사귄다는 말은 허무하지 않을까요... 쿨함은 일방적인 정리만을 강요하는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남자는 총각때, 여자는 40대 후반부터 이런 꿈(?)을 이야기 합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사귄다는 것이 상품처럼 사고 팔수 있는... 존재의 가벼운 일시적 소유이기에 그래요." "엮이기 싫다는 것은 시대정신을 떠나 누구도 내 물건에 손대지 말라는 당위이기도 하고..."
"필봉산만 관심 갖고... 그것만 하면 끝이야..." "...??" "집안일을 해야지... 이게 뭐야..." 냉면하기 위해 물을 끓이고 있는데 불쑥 건내는 말에 기운이 빠진다. "뭐가 중한지...?"
일단은 수긍...해야 하니 숨고르기를 했다. 필봉산이 관심가져 달라고 한적 없다. 살아오면서 '자연보호'란 푯말조차 외면했었다. "그게 뭐라고..." 오늘까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좋아서 앉아있는 농성장이다. 아내의 말에 서운할 필요가 없는데도 감정이 따라온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바라는 것... 그것이 몰입이고, 길고 지루할 틈없는 시간이 연애라면 농성조차 그리 불려야 하나... 질투다. 그런데... 이게 말이되는 소린가?
순전히 타자의 욕망으로 부풀려진 시선으로 추궁받는 것... 필봉산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시키지 않았고... 원하지 않았는데...지금껏... 그렇게 하고선...왜 그러는데..." 따지고 싶을 것이다.
어찌보면 그래... 자신이 온전히 자신을 향한 열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했는가..." 아무도 대답없는 말에 의미를 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