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도 비가 와싸서 한가위 달구경이나 할 수 있을지 모리겄다.
작년 추석땐 매미땜시 난리가 났었는데 올해엔 개미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길 기대해 본다. 풍년이 되어야 명절도 맴이 편하지 그렇잖음 부모님의 들이쉬고
내쉬는 한숨소리에 눈치 보느라 괜히 입맛도 없어지고, 행여나 농협 융자금이라도
갚으라 할까봐 덩달아 내 한숨소리도 커지곤 했는데...올해는 제발 즐거운 추석이
되었음 좋겠다.
7,8년전인가 콩쿨대회가 있다고 하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동세에 갔더니 심사위원석에
수종이와 성종이가 나란히 앉아 있더라구. 정선이와 둘이서 얼마나 웃었는지.....
언제 저렇게 나이가 들어 심사씩이나 하나 싶어 세월앞에 씁쓸하기도 했고, 심사할
정도의 실력이나 될려구 하는 마음에 가소롭기도 했다.(그땐 니네들이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르는 줄 모를때이니 이해바란다. 특히 성종이 노래 솜씨는 가수 수준이더마는)
매년 추석이 되면 동네마다 낮에는 체육대회로 이웃간의 정을 돈독히 쌓았고
밤에는 콩쿨대회로 흥겨운 어울림 한마당이 펼쳐졌었지. 이면에는 객지에서 온
자식들의 찬조금이라는 명목하에 동네기금을 마련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었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고,다들 흔쾌히 지갑을 열어 부모님들의 기를
살려 드렸다. 작게는 1,2만원부터 많게는 10만여원까지.
무대엔 천연조명인 달빛이 환하게 비춰주고, 이장,개발위원등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들은
기준을 어디에 두고 하는지는 몰라도 열심히 점수를 매기고,우린 사회자를 보는 척 하면서
앞줄에 놓여진 주전자,다라이,냄비,쌀통등에 사파리 눈을 해가며 눈독을 들였고, 언니들은
이참에 살림장만 할 요랑으로 어색한 춤까지 동원하며 열심히들 불렀었지.
드디어 등수가 매겨지고 서로 자기 자식이 1등 할거라고 은근히 기대했던 부모님들은
다소 심기가 불편해도 겉으로는 축하를 아끼지 않았고, 돌아오는 길엔 찬조금을 많이
내어서 1등을 했다는 등의 성토대회도 가지면서 모처럼 집안 단합대회를 가졌었다.
무대천막 바로 밑에는 찬조금 명단과 금액을 쓴 참종이를 달았었는데 참말로 머리도 좋제.
그래야 사람들이 야꼬가 죽기 싫어 땡빚을 내서라도 기부를 할거니깐...다른 동네도
그랬것제? 뒷날은 공설운동장에서 군민 콩쿨대회가 열리고 가수지망생들의 노래소리에
뿅 가기도 했지. 특히 유림동에 사는 어떤 오빠가 인기짱이 였는데 1등도 얼마나 많이
했다꼬. 우리앞집 언니도 "선생님" 이나 "기러기 아빠"를 불러 3등안에 꼭 들었걸랑.
이제 추석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네. 고향갈 준비로 마음이 들뜬 친구도 있을테고,
주머니 사정으로 못가는 친구들도 있을테지만 어지간 하면 다녀 오는게 안 좋겄나.
부모님들은 말로는 오지 말라고 하시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거든. 혹시나 싶어
아들 즐기는 음식 해 놓고 하루종일 기다리시다 밤이 되면 눈가에 이슬이 맺히시지.
세상따라 명절이 되면 부모님들이 자식집으로 옮겨가는 역귀성이 늘어나는 관계로
고향방문은 해마다 줄어들고, 이런 콩쿨대회도 아득한 먼 추억으로 돌려야 됨이 못내
아쉽지만 우짜겄노, 세월이 변하니 풍습도 변해야제..... 우리 대뫼 이장님은 혹여
기금조성이 필요해서 추석날 콩쿨대회를 준비하고 있지나 않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네.
전화라도 걸어볼까나.......모두들 골치아픈 세상사 다 잊고 즐거운 몸과 마음으로
추석 잘 보내고 오길 바랜다.
첫댓글 추석행사를 자세히 기억하는구나. 감회가 새롭다. 우리동네서는 석사대회를 했는데 ,,,막대기 세워놓고 돌 던지기,,,,맞히면 꽹과리치고,,,,,지금도 그 꽹과리 여운이 들려오는 듯하다.
죽산이장이 아마 수종일껄, 추석날 술 안치이모 다행이다...
정말 가물거리는 추석 추억마당이네...마냥 기다려지던 추석날이 자꾸만 멀어질까???
중추절이란 참 조타 목감도허고 만나서 얘기도 허고 칭구도 만나고 밤엔 스톱도허고 오락의 즐거움 뒤에 숨겨져 있는 이면응 아시는지요
추석기분은 옥매덕분에 다냈다 오랫만에 들어보는 "참종이"기억력은 참말로대단하다 맨날 추억만먹고사나?.......
참말로 그 때 그 장면을 다시 보는 듯하다. 동새 바로 밑에서 시끄럽기도 했지만 살짝살짝 가서 보기도 좋았었지. 참 재미나고 즐거운 추억이다. 이번 한가위에는 모두 다 따뜻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그때 그 동새 마당에 모였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우리 곁을 떠나고....., 옥매야 이번 추석에 콩쿨대회하면 아마 낯선 사람들이 더 많을 거야.
대뫼친구들이 움직여야 카페가 살아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