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게임 1
그 무렵, 평양의 고위 수뇌부들은 남한에 대해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주변 정세가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지난 해(1971년) 4월에는 중공이 미국의 탁구 선수들을 초청하여 게임을 벌인 소위 핑퐁 외교를 전개하기 시작했고,
때맞춰 자유 중국(대만 정부)을 UN에서 탈퇴시키고 중공(중화 인민 공화국)이 그 자리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1971. 10. 27).
더구나 국교 정상화를 이루지도 않은 상태에서 평양은 일본 정계. 재계 인물들과 교류의 물꼬를 텄다.
일 . 조 우호 촉진 연맹까지 결성한 것이다.
경제적인 면이나 정치적인 면에서 한국을 압도하겠다는 북한의 수뇌부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6 . 25의 1등 공신들인 군 수뇌부들을 대거 숙청(1969.1. 6)한 뒤여서,
김일성의 운신의 폭은 훨씬 넓어진 상태였다.
숙청은 전 해인 1968년 1 . 21 사태, 즉 김신조를 비롯한 무장공비 남침 사건의 실패를 이유로 실시된 것으로서,
숙청된 인물들은 김창봉(민족 보위상), 최광(총참모장), 허봉학(대남 공작 총책) 등 그들의 후임으로 김일성은
허담을 대남 정책의 간판 스타로 내놓다.
백수웅과 노옥진이 극적으로 만나 사랑을 불태우던 시간, 김일성 주석, 김영주, 허담, 박성철은
일본의 한 국회 의원과 만나 남북 회담에 대한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972년 5월 1일. 이 날 평양으로 극비에 날아온 두 명의 인사가 있었다. 한 명은 남한의 정보부장 이후락이었고,
또 한 명은 일 . 조 우호 연맹의 산파역을 맡았던 요네조오 의원이었다.
이후락 부장은 월말로 닥쳐 온 남북 회담의 최종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고,
요네조오 의원은 박성철 제2 부수상에게 모종의 극비 사항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그 요네조오 의원이 북한의 밀담 회의에 참가한 것이다.
먼저 박성철 제2 부수상이 김일성 주석에게, 이후락과 결정한 사항을 보고했다.
"주석 동지, 북남 조선의 최초 회담은 서울에서,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4일간 개최하기로 최종 합의를 마쳤습니다."
"서울? 장소는?"
"영빈관이라는 곳으로, 남조선 당국에서 운영하는 호텔 형식의 접대소라고 합니다."
"회담 내용은 검토한 사항에서 가감된 것이 없겠지?"
"네, 주석 동지."
"이후락은 지금 어디 있나?"
"모란봉 초대소에서 휴식 중입니다. 모레 오후 2시 주석님을 뵙는 일정이 짜여져 있습니다."
김일성이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야. 두 번씩이나 평양을 찾아오다니. 그런 심복을 둔 박정희가 부럽구만."
회담 일정이 잡히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지, 이들은 호쾌하게 웃으며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었다.
끝 자리에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요네조오 의원이 입을 열었다.
요네조오. 이번 남북 회담 개최도 그가 산파역을 해냈다.
그는 남한과 북한을 상대로 지금까지 더블 게임을 벌여 왔던 것이다.
그가 머리를 돌려, 방금 이후락과 헤어져 돌아온 박성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후락 정보부장이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던가요? 회담 이외의 문제 "
"아니오."
박성철이 의아한 표정으로 요네조오를 바라보았다.
"흠! 그런 걸 말할 인물이 아니지."
"왜요? 무슨 특별한 기밀 사항이라도 입수하셨나요?"
"글쎄 그게"
그는 입을 다문 채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박성철 동지, 주석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릴 수 있겠죠?"
뜻밖의 발언에 모두들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이후락은 박정희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무릅쓰고요. 물론 박성철 부수상께서도 그러리라 믿습니다만
지금 서울에 미친 놈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백수웅이라는 젊은 아이인데,
그 자는 이후락, 박성철 모두를 테러로 없애겠다는 겁니다."
"양쪽 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친 놈이라는 겁니다. 물론 남쪽에서는 그 녀석을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만, 그리 여의치는 못 한 모양입니다."
"이해가 안 가는군요. 양쪽 다 살해하겠다니, 목적이 뭐요?"
"남북한 정치가들을 다 싫어하는 미치광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녀석의 체포나 사살에 실패한다면,
박 부수상께서는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죠."
서울 영빈관에서의 남북 회담. 그 회담장이 테러당한다면 죽는것은 박성철뿐 아니라 회담 주최자인
이후락도 마찬가지로 희생된다. 그렇다고, 남쪽에 테러리스트가 출몰해 회담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들 망연히 앉아 있었다.
"이 정보를 입수한 이후, 저는 지금 이 시간까지 그 생각에만 골몰해 왔습니다.
박성철 부수상께 목숨을 희생당할 각오를 할 수 있느냐고 여쭈어 본 것도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죠?"
박성철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만일, 남한 당국이 테러리스트를 체포하여 테러를 저지시킨다면 회담을 그대로 끌고 나가면 되죠. 허나 만일,
테러를 저지못 해 이 후락 부장이나 박성철 부수상께서 희생당하실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가 문제인 겁니다."
"테러의 성공"
허담과 김영주가 심각한 얼굴로 김일성을 바라보았다.
"물론 남조선 당국이 최선을 다해 저지하겠죠.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구멍이 생긴다면 "
요네조오 의원은 테이블 위의 인삼주를 따라 한 잔 마셨다. 그리고는 입을 다물고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 내가 할 이야기는 없지. 머리 좋은 박성철이 알아서 대답 할 테니까.'
박성철. 4주 후 판문점을 통하여 서울로 갈 당사자이다.
그는 조금 전 김 일성 주석의 말을 떠올렸다. 이후락을 가진 박정희가 부럽다는...
"허허허"
그가 갑자기 너털웃음을 웃어 댔다.
"잘 됐지 뭡니까."
"잘 되다니?"
김 주석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후락은 평양이라는 호랑이 굴로 두 번이나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테러리스트까지 출현한 서울로 갑니다. 한 수 높은 용기로 보여지겠죠. 또 만일"
" "
꿀꺽, 요네조오가 침을 삼켰다. 박성철은 요네조오의 심중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만일 남조선 당국에서 테러 저지에 실패하여 내가 다치거나 죽게 되면, 우리 위대한 북조선 인민군들은
남조선을 쓸어 버릴 겁니다. 주석 동지, 저는 갑니다. 기필코 가서 회담장 의자에 앉아 있겠습니다.
테러가 실패하면 우리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것이고, 만일 테러가 성공한다면 6 . 25의 실패를
만회할 절호의 찬스를 만나게 되는 겁니다. 서울로 진격한다고 해도 명분이 서는 전쟁입니다."
김일성과 요네조오 의원이 눈을 감고 머리를 끄덕였다. 요네조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마치 나와 약속이나 한 듯하군. 그래, 내가 노린 게 바로 그거였어.'
"제 목숨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회담에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우리는 두 번 다시 얻기힘든 전리품을 얻게 될 겁니다. 친애하는 주석 동지, 모든 것을 제게 맡겨 주십시오."
박성철의 두 눈은 결의에 불타고 있었다.
서울에 가서 목숨을 잃어도 아까울 게 없다며 포효하는 박성철의 손을 김일성 주석이 움켜잡았다.
'박정희에게 이후락이 있다는 것이 결코 부러운 일은 아니구만. 그럼 준비 단단히 하고 가도록 해."
이후락, 그리고 박성철.
당대의 두 정치 권력가들은 모두들 자신이 추종하는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롤 하고 있었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이번에도 만일의 사태를 위해 주머니 깊숙이 청산가리를 휴대한 인물이었다.
김일성이 허담과 김영주에게 최종 명령을 하달했다.
"나도 극한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만일 불의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런 기회 또한 놓치지 않겠다.
내일 아침 지휘관 회의를 개최한다. 즉시 통보해서 빠지는 동무가 없도록 하라. 5월 3일 이후락을 만날 때
나는 이 문제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하겠다."
그 시간, 모란봉 초대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후락 정보부장은 이번 남북 회담의 성공을 하늘에 빌고 또 빌었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확고한 의지로 경제 부흥과 국방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소의 독재는 국가를 위해
보약이 될 것이다. 만일 야당 인사든 여당 중진이든, 누구든 각하의 의도에 반기를 든다면 무자비하게 짓밟을 것이다.
그것도 여의치 못하면 국회를 해산시켜 버리고 새 헌법을 만들어 통치해 나갈 것이다(후에 '유신 헌법'으로 명칭이 붙여짐.)
그는 주머니 속의 청산가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만일 회담 약속이 깨지거나 그들이 나를 연금시키고 국가 기밀을 빼내려 든다면 나는 자살해 버릴 것이다.
이것은 휴전선을 넘어 갈 때 판문점애서 버리게 될 것이다.'
다음 날, 요네조오는 박성철에게 자신의 평양 방문을 비밀에 부쳐 줄 것을 부탁한 후 도쿄로 출발했다.
요네조오는, 5월 3일인 내일은 도쿄에서 기사키 하쓰요로부터 서울 분위기에 대한 보고를 받고,
5월 5일 서울로 날아가 노범호, 김 종필 국무 총리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5월 6일은 평양에서 돌아오는
이후락 부장과 회담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로 스케줄이 짜여져 있었다.
1972년 5월 3일.
도쿄 신주쿠 구 스미요시쵸(東京 新宿區 住吉町) 3의 117 '열해(熱海) 사우나'앞에 한 대의 택시가 멈추어 섰고,
평범한 양복차림의 약간은 뚱뚱해 보이는 60대 남자 하나가 내려 섰다.
얼굴에 커다란 검은 알의 안경을 쓰고 있어 얼굴 윤곽이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그 남자는 두어 번 주위를 살펴본 후 사우나탕으로 들어섰다.
목욕옷으로 갈아 입고, 땀을 빼고, 마지막 코스인 안마실로 들어 갔다.
그가 마사지 침대에 엎드리자, 한 여자가 얇은 마사지복 하나를 걸친 채 화장품 케이스를 들고 들어왔다.
키는 약간 작아 보이고, 살결은 검은 편이었다.
그녀는 엎드린 사내의 등을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특실이어서 이들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둘만의 공간을 확보했다.
"그래, 서울 일은 잘 되었나?"
"네, 의원님. 완벽하게 진행 중입니다."
열해 사우나 마사지걸. 그녀는 서울에서 잠시 돌아온 기사키 하쓰요였고, 60대의 남자는 평양에서 돌아온 요네조오였다.
요네조오는 기자들과 동료 정객들의 눈을 피해 들어왔다. 그는 기사키 하쓰요의 '완벽한 진행' 보고를 받으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키 하쓰요는 상황 판단이 정확하고 위기 관리에 뛰어나며,
지시한 정책을 앞서 찾아가는 뛰어난 요원이다.
특히 남북한을 상대로 키워 놓은 인재여서, 뛰어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이번 작전에 투입시킨
이유가 되었다. 그런 그녀가 완벽하게 진행시키고 있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 모두들 속아넘어가던가?"
"속을 수밖에 없죠."
그녀가 웃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노범호에게는, 가장 적절히 타이밍을 맞춰 허열로 하여금 직접 백수웅을 제거토록 할 테니
믿고 맡겨 달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거액의 테러 자금까지 받아 냈습니다."
"돈은?"
"백수웅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허열은?"
"이 기사키 하쓰요는 백수웅 체포의 일본 최고 전문가이니,
백수웅 체포나 제거에 절 도와 달라고 거꾸로 부탁했고, 그는 실제 절 돕기 시작했습니다."
"백수웅은?"
"물론 속고 있습니다. 제일 크게 속고 있는 게 바로 그 자입니다.
직접 만나 하룻밤을 같이 보내며 속이고 설득했습니다."
"허허허 그래?"
백수웅은 속고 있었다. 그는 그 자신이 어디서부터 속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기사키 하쓰요는
브라운 CIA 대령도 매수당한 가미카제의 프락치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거짓말이었고, 백수웅이 잠적하여
빠찡꼬를 털고 대마도에서 탈출하여 서울로 잠입한 과정도 결사대 조직에서 알고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것도 거짓말이었다. 실제 백수웅이 요네조오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자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긴자의 요정 송죽의 히데코를 사귈무렵부터 이다.
만일 노범호로부터 백수웅이 서울에 나타났다는 연락만 받지않았다면, 요네조오는 영원히 백수웅을 놓칠 뻔했다.
백수웅이 남북 회담장을 테러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요네조오는 무서운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백수웅을 이용하자. 테러가 성공해도 좋고 실패해도 좋다. 남북 양쪽으로부터 최대의 실리를 얻어 내자.'
이렇게 생각한 그는 남북한 양쪽을 상대로 더블 플레이를 시작했고, 서울로 파견한 기사키 하쓰요는
또 허열과 백수웅 사이를 오가며 더블 게임을 화려하게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잘 됐어. 그 녀석이 서울로 튄 게 전화위복이 된 거야."
"저는 내일 아침 비행기로 건너갑니다."
"그래? 나는 모레(5월 5일) 간다. 노범호와 이후락을 만난 후에 백수웅을 만나고 싶으니 그렇게 주선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지시와 보고가 끝난 뒤, 기사키 하쓰요는 자신이 경영하는 열해 사우나 사장실로 돌아왔고,
요네조오는 그녀가 엄선하여 들여보낸 한 여인과 쾌락의 시간을 즐겼다.
자민당은 일본을 이끌어 가는 권력의 핵이다.
그리고 자민당을 이끌어 가는 실질적인 권력의 핵은 일본 천황을 중심으로 뭉쳐진 몇몇 전문 관료 집단과
대기업의 경영자들,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노동 조합의 리더들이다.
신임 총리나 장관들이 언론이나 일부 의식 있는 지식층으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아 가면서도
취임 후 신사 참배를 하는 것도 이 세력을 등지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규슈의 이름도 없는 한 섬을 사들여 가미카제 결사대를 조직,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며,
전국 요소요소에 극우파 핵심 인물들을 배치시켜 놓고 필요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것도 이들이다.
이들은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으며, 천황 일본 제국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대다수 보수파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군국주의의 부활을 꾀하는 데는 명분이 있어야 했다.
제2 차 세계 대전 패망 후 미국이 자위대 이상의 군사 조직을 허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6 . 25 전쟁이 터져 절호의 기회가 오기는 했지만, 그때는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힘이 약해,
군대를 일으키는 데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6 . 25 전쟁은 이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남겨 주었다.
경제력이 축적되자, 이들은 세계최강의 경제 대국을 꿈꾸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들처럼 국방에 소요되는 돈이 필요 없어, 이들은 오직 '돈' 하나에 모든 국운을 걸었다.
1970년대에는 이미 미국의 뒤를 바짝 뒤쫓을 만큼 엄청난 경제 대국이 되었고, 뒤로는 자위대를 육성,
군사 제1국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힘이 쌓여졌다. 힘이 넘치면 그 넘치는 힘을 써 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일본의 일부 전략가들은
월남전을 계기로 군사 파견을 신중히 검토해 보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전쟁 물자판매가 더 급해 포기하고 말았다.
이제 기대할 것은 한국의 남북 전쟁뿐이었다. 그러나 금방 터질것 같던 전쟁은 불발로 그치곤 했다.
1 . 21 사태나 프에블로호 납치 사건 때만 해도 남북 전면 전쟁은 초읽기에 돌입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 불발로 끝났다.
"차라리 남북에 양다리를 걸쳐 경제 이익이나 보자."
그래서 남북 화해를 시도하기 시작했고, 마침 남북의 정세와 맞물려 극비에 평양. 서울 최고위층 정치 거물의
상호 방문을 성사케 했던 것이다. 이 회담의 산파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오다카라 요네조오였다.
남북 회담이 성공하여 피차 전쟁 위험이 없어지면, 양쪽은 일본에 의지하여 경제 부홍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일본은 북한을 바탕으로 하여 중국 본토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할 계획이었다.
이 때 나타난 것이 회담장을 테러하겠다며 서울로 도망쳐 버린 백수웅이었다.
요네조오로서는 백수웅의 테러가 성공해도 좋고 실패해도 좋았다.
테러의 핵으로 떠오른 미치광이 백수웅은 이미 기사키 하쓰요. 자신이 파견한 정보원이 장악해 놓고 있다.
한국의 운명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 있는 것이다.
1972년 5월 4일 목요일.
도쿄 새 국제 공항 나리타의 활주로를 박차고 한 대의 여객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JAL 154편. 여객기 일반석에 앉아 있는 기사키 하쓰요는 잔뜩 찌푸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흐린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무척 밝아 있었다. 입가에는 승리의 미소까지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떠나기 직전 요네조오로부터 마지막 지령을 받았고, 대단한 칭찬을 들었던 것이다.
'정말 고생 많았다. 우리는 너의 무공을 잊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지령을 내린다. 백수웅 문제는 전적으로 네게 맡긴다.
그러나 그가 테러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회담이 끝나는 즉시 제거해라. 앞으로는 그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라.
그가 의심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 서울에서 남북 회담이 끝나면 엄청난 포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 날 귀국을 백수웅은 알고 있다.
한 시간의 여행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비행기가 김포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도쿄에서와 달리
봄비가 추적이며 내리고 있었다. 신문 들은 두 달간의 가뭄을 해소한 봄비라며 법석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여행객들에 묻혀 공항을 빠져나왔고, 서울을 떠난 지 3일만에 택시를 이용해 자신의 숙소인
아스토리아 호텔로 돌아왔다. 지방 여행 나들이로만 알고 있는 프런트 직원이 반가이 맞아주었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덕분에요. 자, 선물."
그녀는 비닐 백에서 일제 마일드세븐 담배 두 보루를 꺼내 주었다.
떠나기 전 그녀는 자신에게 오는 모든 연락을 잘 받아 달라는 부탁을 해 두었었다.
"연락온 건 없었나요?"
"아참, 어떤 분이 꼭 전해 드리라며"
그가 서랍을 열어 두툼한 비망록 하나를 꺼내 들었다.
"오늘이군요, 5월 4일 오후 8시 광장동 한강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구마모토 대학 후배가 만나고 싶다더군요.
한강 호텔 201호실에서, 저녁 8시에"
구마모토 대학 후배. 그 말을 들으며 기사키 하쓰요는 입에 미소를 떠올렸다. 백수웅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고마워요."
그녀는 인사를 남기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오후 8시라면 아직도 6시간이나 남아 있다.
그 동안 휴식을 취하며 앞일을 생각 할 것이다.
당일 오후 2시, 기사키 하쓰요가 엘리베이터를 탄 시간. 백수웅은 자신의 숙소인 허열의 집 맞은편
구멍가게 뒷방에서 이 날밤 다시 만나게 될 기사키 하쓰요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고,
노옥진은 남편의 방으로 들어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뒤지고 있었다. 책상 서랍과 캐비닛을 뒤져 가던
노옥진의 손이 문득 한 곳에서 멈추어졌다. 언젠가 백수웅이 그린파크에 나타났을 때 움켜쥐고 뛰쳐나갔던
호신용 권총이 손에 잡혔던 것이다. 권총을 쏘아 본 일은 없지만, 시간만 나면 손질하고 매만지는 남편을
수도 없이 보아 왔기 때문에, 기초 실력을 어깨 너머로 배울 수 있었다.
그녀는 총에 탄환 케이스를 삽입시킨 후 핸드백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리고 소파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이 탄환이 남편 허열에게로 날아가게 될지, 아니면 백수웅의 심장을 관통하게 될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관자놀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게 될지, 그녀 자신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너지듯 앉아 있던 노옥진이 힘없이 백수웅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백수웅! 안 돼요. 일본으로 조용히 떠나 주세요."
그녀는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백수웅을 위해 그를 배신했고,
지난 밤에는 남편 허열을 배신하고 다시 백수웅과 사랑을 나누었다. 아직도 그녀의 몸에는
백수웅의 따뜻하고 포근한 체온이 남아 있었다.
'아-아.'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죄책감도 그녀에게는 그리 큰 고통이 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백수웅이 미라의 목숨을 볼모로 잡겠다니,만일 그런 비극적인 일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기꺼이
백수웅의 심장을 쏘아 버릴 것이다. 그리고 만일 미라의 출생 비밀을 남편 허열이 알아 버린다면,
그때는 허열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미라.
'불행하게 태어난 아기. 그래, 언젠가 네게 말했지. 미라야, 정말이다. 멀고 먼 훗날, 네가 세상살이에 익숙해지고
삶이나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깨우칠 무렵이면, 나는, 이 엄마는 지금까지 걸어온 고통스러웠던 나날들을
네게 모두 얘기해 줄 작정이란다. 그런데 너는 네 아픔을 이겨 나가야 할 거야. 네게 생명을 준 네 아빠는
비굴하지 않고 용감한 사람이란다. 또 너를 키워 준 지금의 아빠도 네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이지.
모든 건 내 책임이란다. 엄마를 욕하고 비난해라.' 하염없는 슬픔과 상념에 빠져 있던 노옥진이
소스라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미라의 모습이 사라진 지 두 시간이나 지났다.
"그 사이 백수웅이?"
2층 미라의 방으로 뛰쳐올라가 보았고, 욕실, 부엌까지 가 보았지만, 미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정부와 집 관리인도 미라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미친 듯 뛰어다녔다.
어느 새 백수웅이 낚아채 가 버린것이 분명했다.
"안 돼 ! 안 돼 !"
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미라가 거기 서 있었다. 손에 과자가 한 봉지 들려 있었다.
철썩! 노옥진은 미라의 뺨을 힘껏 갈겼다. 그러나 미라는 울지 않았다.
과자 봉지를 움켜쥔 채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과자는 가게의 새 아저씨가 준 것이다.
허열의 딸 미라가 가게로 찾아와 한동안 놀고 갔다. 아이는, 뒤채에 있는 백수웅의 방으로 찾아와,
요즈음 공부하고 있는 한글이며 피아노 교습을 자랑했다. 백수웅의 무릎에 올라앉기도 하고,
얘기를 들려 달라며 칭얼대기도 했다.
"무척 따르네. 저런 일이 없는 아이였는데"
주인 여자가 희한한 듯 들여다보며 과자 봉지를 넣어 주었다. 백수웅은 정성을 다해 미라와 놀아 주었다.
아이가 따라 주는 것이 여간 고맙지가 않았다. 이렇게 정을 들여 놓으면 필요할 때 불러 내기 좋고,
납치하여 도주할 때도 자연스러워 좋을 것이다. 백설 공주 이야기며 신데렐라, 피터 팬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이가 집에 돌아갈 때는 과자 한 봉지를 더 안겨 주기도 했다.
미라가 돌아갔다.
백수웅은 갑자기 쓸쓸해지는 자신의 모습에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은 순전히 빗소리 때문일 거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아이에게 정을 주어서는 안 된다. 미라는 단지 정보를 얻기 위한 소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이가 남겨 준 뽀뽀의 달콤한 맛을 쉽사리 잊을 수 없었다.
이윽고 저녁 6시가 되었다. 두 시간 뒤에는 광장동 한강 호텔에서 기사키 하쓰요와 만나기로 되어 있다.
그녀는 오늘 일본에서 돌아오고, 저녁 8시 호텔 201호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남겨 두었다.
백수웅을 태운 택시는 물을 튀기며 달려갔다. 벌써 날이 어두워 지기 시작해,
자동차는 두 줄기 불빛을 번뜩이며 3 . 1 고가 도로를 헤집고 나갔다.
호텔에 도착한 것은 정확히 오후 6시 50분이었다. 그는 로비 구석 의자에 앉아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기사키 하쓰요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201호를 예약해 두었고,
자신을 찾는 일본 여인이 있으면 키를 넘겨 주어도 좋다고 말해 두었다.
백수웅은 아직도 기사키 하쓰요를 1백 퍼센트 신용하지 않고 있었다.1시간 10분이나 흘렀지만,
그는 로비 구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도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각 8시. 마침내 도어가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서고 있었다. 얇은 회색 봄 바바리를 한 손에 걸쳐 든
기사키 하쓰요였다. 그녀는 프런트에서 잠시 머문 후 키를 받아 들고 층계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녀를 뒤따르는 인물은 없었다.
20분 동안 호텔 분위기를 살펴본 후에야 백수웅은 201호실 문앞으로 가서 섰다.
길게 숨을 들이켠 후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문은 열려 있었다.
그가 들어서자, 앉아 있던 기사키 하쓰요가 벌떡 일어났다.
"20분이나 기다렸소. 도대체 언제쯤이나 내게서 의심을 거둘거요?"
기사키 하쓰요와 백수웅은 객실의 라운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줄담배를 피워 대는 그녀가 담배를 입에 물고 성냥불을 그어 댔다.
"마지막 충고요. 날 의심하지 말아요."
"좋소. 그러나 내가 당신을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오.
나는 목숨을 걸고 이 일에 뛰어든 사람이오. 함부로 사람을 믿을 수는 없지 않소?"
"돈을 주지 않았소!"
'돈? 그 정도 돈은 나도 만들 수 있소. 당신의 배후 세력인 요네조 노우란 인물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고
기사키 하쓰요,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이 나를 묶어 놓았다가 적당한 찬스에 허열에게 넘긴다는
추리가 가능하지 않소? 당신은 이미 그들과 손잡지 않았소?"
"하하하 아하하"
그녀가 갑자기 허공을 쳐다보며 너털웃음을 웃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사람, 규슈에서 그것밖에 배우지 못했소? 만일 내가 당신의 목을 원했다면 옛날에 가져갔을 거요."
갈증이 나는지, 그녀는 테이블 위의 물을 벌컥이며 마시기 시작했다.
컵의 물을 들이켜던 그녀의 손이 우뚝 멈추어졌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리며 백수웅을 노려보았다.
"이게 무슨 냄새요? 물에서"
"으하하 이제 알았나? 기사키 하쓰요, 거기에 약을 들이 부었지.
이제 너는 두 시간 동안 온몸이 마비되는 경험을 치를거야."
그녀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네 네가 너를 도우려는 이 기사키 하쓰요를"
"떠들지 마. 힘을 주면 더 빨리 약물이 퍼져 나가니까."
"바보 같은 녀석 난 정말 널 도우려 했는데 내게 약을 먹이다니"
백수웅은 의자에 앉아, 허둥대며 날뛰는 기사키 하쓰요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컵을 집어 들어 남은 물을벌컥이며 마셔 버렸다.
"마비약이 아니니 걱정 마시오. 당신을 테스트한 거요. 이 약은 소다라는 약이죠.
어렸을 때 배가 아프면 어머니가 내게 먹여 주던 그런 거요."
"휴-우."
얼마나 놀랐는지, 그녀는 이마가 진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이로써 당신에 대한 의심은 끝내기로 했소. 미안하오."
"좋소, 사과는 받아들이죠, 지난 일은 모두 잊어버립시다. 시간이 없어요."
그녀는 자신의 핸드백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그 뭉치를 잠시 들여다본 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원하는 테러는 결코 장난이 아니오. 당신은 집념만 있지 계획이 없었소. 잘 들으시오."
"말하시오."
"불행히도 회담 장소와 일자는 알아 내지 못했소. 그건 당신 힘으로 알아 내시오.
단, 이 달 하순인 5월 25일부터 6월 5일 사이에 서울 모 지점에서 남북 회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오."
백수웅의 입술이 말라 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테러 준비에 돌입하는 순간이었다.
기사키 하쓰요는 핸드백에서 꺼낸 종이 뭉치를 풀었다.
"이건 당신의 일본 신분증, 즉 일본 정부에서 발행한 여권이오. 당신 사진까지 완벽하게 붙어 있으니 잘 가지고 계시오.
그리고 이것은 위조된 것이오. 육군 소령, 첩보대 신분증이오. 탈출할 때 이용하시오. 일본의 최고 기술을 가진
인쇄소에서 만든 것이니, 쉽사리 위조임을 밝히지는 못할 것이오."
"대사관을 통해 출국하는 것이 아니오?"
"그렇게 할 수는 없소. 일본이 개입된 걸 알리게 되는 셈이니까. 그 대신 당신의 탈출을 완벽하게 준비해 놓았소.
첫째, 내일 아침 당신은 일제 최고 오토바이 한 대를 선물받게 될 거요."
"오토바이?"
"그렇소. 이 호텔 광장에 누군가가 갖다 놓을 거요, 자, 키는 여기 있소."
그녀는 종이 뭉치 속에서 작은 키 하나를 꺼내 넘겨 주었다.
"오토바이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고 있소. 탈출에 성공하시오. 회담 현장의 테러가 끝나면
즉시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부산으로 내려가시오."
"부산으로 가라구요?"
"그렇소. 부산 광복동 제일 백화점 입구에 꽃 가게가 있소. 주인에게 이걸 보여 주시오."
그녀는 이번에는 찢어진 반쪽 5천 원권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주인에게 이걸 보여 주면 당신이
탈출할 배로 안내해 줄 거요. 테러 당일 부산으로 직행해서 찾아가시오.
규슈에서 열심히 훈련받았다면 충분히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요."
"고맙소. 그 후엔?"
"당신이 일본에 도착하기만 하면 요네조오 의원이 모든 뒷바라지를 해 줄 거요. 아무 걱정 마시오.
만일 부산에서 누군가가 돈을 요구하면 5천 달러를 주시오. 잊지 마시오. 정확히 5천달러요.
아마 당신을 태울 뱃놈이 요구할 거요. 만일 그 이상이나 이하를 지불하면 당신은 피살당할 거요.
5천 달러는 당신이 백수웅임을 증명하는 액수이니까."
"고맙소."
"마지막 한 가지 더 지시 사항이 있소. 내일 오후 7시 이 곳에서 다시 만납시다.
당신에게 약속했던 요네조오 의원님의 접견이오. 그를 만나면 당신은 당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될거요.
나는 9시 30분에 다른 약속이 있어 먼저 가겠소."
테러 후의 탈출 계획을 설명한 기사키 하쓰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가지만 더 묻겠소. 이젠 나를 의심치 않으리라 생각하고 묻는 거요. 당신의 현재 은신처는 어디요?
내가 급히 필요할 때 찾아 낼 수 있는 당신의 은신처"
"나의 은신처?"
"그렇소."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소. 이 곳 한강 호텔 201호, 바로 여기에 일 주일간의
장기 투숙을 예약해 놓았지만, 이 곳은 위험하오."
"그렇소. 호텔은 위험하니 떠나시오. 내일 저녁 요네조오 의원님을 만나 본 후 새로운 은신처로 옮기시오,
그리고 내게 알려주시오."
그녀는 말을 마치고 객실을 빠져나갔다.
첫댓글 잼잇게 잘 보앗습니다
백수웅이 정말 일본여자의 잔꾀를 모르고 있는것 같은데...앞으로 어찌될까 걱정이다
전쟁을 일으켜서 폐허가 된 이땅에 유토피아를 세우겠다는 발상이... ㅉㅉ
백수웅은 또 한번 정치에 놀이게가 되는것 아닐까?...................
즐감요 ~~~
잘 읽고갑니다~~
감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늘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