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나누기
영도구종합사회복지관은 여름마다 삼계탕 나누기를 한다고 합니다.
아직은 동네 이웃들과 함께 진행하지는 못하고
복지관에서 준비하고 복지관에서 대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양원석 선생님이 제안하여 시작된 '+ONE 사업'이 김장김치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름에는 수박 한 통 나누기, 복날에는 삼계탕 나누기,
추석에 송편 한 나 나누기 등으로 무한 확대 재생산이 가능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업의 취지는 좋으나 그 방법에 있어 어르신을 대상으로 만들게 된다면
좋은 뜻으로 돕되 실제로 그 분을 돕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김향미 선생님과 이와 관련하여 나눴던 이야기를
다음 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다음과 같이 옮겨 메모했네요.
작년에 복지관에서 섬기던 어르신이 이사하신 집에 인사드리러 가는 길에
서울 임대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복지관 앞을 지나가다
후원 받은 옷을 나눠주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복지관 앞에는 옷상자가 높이 쌓여져 있고
길가에 물건을 받으려는 분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나눠드리시 시작하면서 큰 소리들이 오고가면서
줄은 무너지고 아수라장으로 변하더군요.
물건을 나눠주는 직원(사회복지사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은
반말 비슷하게, 이렇게 하면 모두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하지만 한 번 무너진 줄은 회복되지 못하고 옷들은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습니다.
옷 한 벌 없어 살기 힘든 요즘인가요?
실제로 그런 분도 계실지 모르나 대부분을 그렇지 않으실 것입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
자존심도 염치도 없는 이로 만드는 사업,
차라리 하지 않은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삼계탕 데이,
삼계탕 한 그릇 얻어먹겠다고 아귀다툼 벌이는 방식으로 사업 계획하고,
그 모습 지켜보며 어르신들은 어쩔 수 없다며 복지사끼리 수군대는 사업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법이 없다구요? 글쎄요..
자녀양육 어머니 모임
최근 진행하는 일 중 어린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녀양육을 어려워하는 어머님들이 한 두 분 주변에 계시면서
함께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고 지지가 되도록 주선한 것이 전부라 합니다.
모든 사업에 있어서 산타클로스처럼 '선물 주는 복지사'가 되지 않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으며
이 일 또한 그러한 생각과 이어져
자녀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께
복지사가 모든 답을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처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로
맺어주는 것을 복지사의 역할로 생각하고 그리하셨다고 합니다.
복지사가 모든 것을 감당하겠다?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합니다.
복지사의 역할은 알려주고 거드는 것일 뿐이라며
어머니 모임에서도 같이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보이지 않는 이로 존재하고 싶답니다.
지역 만나기
복지관에서 일한 지 이제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직도 동네를 잘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역팀에 있으면서도 정말 지역사회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시간이 나는 틈틈이 지역사회를 누비고 다닌다고 합니다.
잘 알지 못하고 행하면 실수할 수 있고,
방향이 잘못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역을 잘 아는 것을 우선했다고 합니다.
김향미 선생님이 지역사회를 잘 알기 위해
앞뒤 생각하지 않고 시도했던 일이 있었다며 들려주셨는데,
영도구 안을 순환하는 마을버스를 종종 하루 종일 타고 다니며
마을을 익히고 동네 사람들 얼굴을 익혔다고 합니다.
또 좋은 방법으로는 동네 목욕탕을 이용하는 것인데,
역시 목욕탕에서도 하루 종일 마루에 앉아
동네 사람들과 목욕하고 이야기 나눴다고 합니다.
동네 목욕탕이 특히 효과가 좋았는데,
여기서 동네 아주머니들 여럿을 사귀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 들으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이런 마음도 '걸언'이겠죠?
지역사회를 잘 알기 위해 노력했던 마음, 귀합니다.
김향미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
이 만남에서는 메모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아
기록하지 못해 기억을 되살려 옮겼습니다.
김향미 선생님, 재미난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마을버스 타고 돌아다니기, 목욕탕 마루에 앉아 수다 나누기. 마을을 알고, 사람을 만나는 참 좋은 구실이네요.. 나눠주셔 고맙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만남의 구실은 무궁무진, 참 다양합니다. 정수현 선생님은 입사할 것을 예상하고 복지관 앞 미용실에서 면접을 위한 머리손질도 하시고, 이태희 선생님은 점심식사 후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웃집에서 얻어 먹는 것을 구실로 만남을 가지려고 점심식사 후 돌아다니고.. 임병광 선생님이 이미용 봉사자님과 함께 가정방문하여 활동한 것도 그 분과 오가며 이야기 나누고 깊은 관계 맺기 위한 구실이었죠.
그렇군요.. 살아가며 행하는 모든 것이 구실이네요..^^
세진선생님_저도 카페에 가입했어요. 이렇게 소개까지 해 주실줄은 몰랐어요.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히히. 저희복지관 명칭요 영도구종합사회복지관이예욤_ 제가 이 카페를 통해 많이 배우고, 공부하고 앞으로 얻어가는 것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향미 선생님, 정보원 카페에서 만나니 더 반가워요~. 그러고보니 글 올렸다고 알리는 것 깜빡했네요. 고맙습니다~ / 복지관 이름 수정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