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동춘동 봉재산에 있던 나이키미사일 발사대가 송도국제도시 개발을 위해 영종도로 이전하면서 미사일 지휘통제소도 함께 이전할 것을 예상했었기에 시민사회의 반응은 첨예하다.
더욱이 문학산 정상에는 백제 미추왕 때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기념물 1호인 문학산성(길이 577m, 높이 5m)이 있어 문화재 보호가치가 높을 뿐더러 그것도 도시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시민들은 이번 기회에 50년만에 문학산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풀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길 학수고대해 왔다.
그러나 국방부의 계획이 기정사실화될 경우 50년간 눌려온 시민의 염원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된다.
특히 인천시는 6년에 걸쳐 계속된 영종도 주민들의 저항을 지난해야 비로소 설득, 봉재산 미사일 기지를 영종도로 옮기게 했으나 결국 그 자리에 또 다른 미사일 기지를 안게 됨에 따라 시민사회의 저항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 및 진보정당은 연일 문학산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철회 집회와 성명서를 내고 있어 시민사회 전체로 저항운동이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인천시의 봉재산 및 문학산 미사일 기지와 지휘통제소 이전사업 추진과정과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 배치 계획의 진위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송도 미사일기지 이전사업 ‘6년의 기록’
인천시가 송도국제도시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동춘동의 나이키 미사일 기지 이전과 관련, 국방부와 본격적인 협의에 착수한 것은 지난 1999년.
이듬해인 2000년 6월 시는 이전후보지로 영종도를 선정해 놓고 국방부와 협의까지 마쳤으나 영종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2년 간 공식적인 이전후보지 발표를 미뤘다.
설상가상으로 2002년 시장선거전에서 당시 안상수 후보가 ‘영종도를 배제한 제3의 후보지를 물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사업은 더욱 꼬이게 됐다. 이후 군당국과 재협의 과정에서 영종도 주변 도서 및 연안지역에 걸쳐 무려 14곳이 이전후보지로 거론되기도 했다.
격앙된 민심 수습책이었으나 시는 군사전략적으로 영종도가 필요하다는 군당국의 강력한 주장을 받아들여 끝내 ‘영종도 이전’이라는 원점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지난해 2월 최종 이전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영종주민이 자해소동까지 벌인 끝에 주민과 타협된 이전지가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영종도 금산과 예단포이다.
예단포에는 나이키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하고, 금산에는 지휘통제소를 둔다는 것이 군당국의 계획이었다. 최초 협의를 시작해 합의에 이르기까지 무려 6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시는 미사일 기지 이전을 받아야 들어야 하는 영종도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영종 남북도로 조기 완공 및 관광단지 조성 등 대형 SOC확충을 약속하면서 무려 800억원이 넘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인천시 무얼 협의했나
당시 군당국과 미사일 기지 이전협의를 벌였던 인천시 관계자는 23일 “군당국과 합의한 것은 봉재산 발사대만 영종도 예단포로 이전하고, 인근 영종도 금산에는 지휘통제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문학산 지휘통제소를 금산으로 이전하고, 문학산 군시설 보호구역은 해제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내용은 아예 협의 대상에서 빠져있던 셈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군당국은 문학산이 수도권 방위측면에서 전략 요충지여서 군부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워낙 강경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시는 기존 문학산 미사일 지휘통제소 기능만 폐쇄될 뿐 시설만 금산으로 옮겨가고 부지는 종전과 같이 군부대 시설로 활용된다는 내용을 공표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문학산에 신형 무기가 배치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군부대 관계자도 “문학산은 수도권 관문으로 전략적 요충지”라며 “군 전략 계획에 따라 신무기가 배치될 계획이나 언제 배치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이 점을 시민사회도 간과했다. 미사일 기지와 지휘통제소가 영종도에 각각 설치되는 만큼 봉재산 기지와 같이 문학산 통제소도 시민들에게 개방될 줄 알았던 것이다.
▲봉재산과 문학산 개발계획은
시는 올 하반기 연수구 동춘동 미사일 발사대 이전이 끝나면 연수구청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 곳을 과학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상부지는 발사대가 있던 봉재산 3만9천400평이다.
2009년까지 들어설 과학공원에는 회전전망대와 천문대, 입체 영상관을 갖춘 미래 과학관, 다목적 공연장과 전시실이 들어설 문화회관 등을 신축하고, 야외에는 축구장과 골프연습장 등의 체육시설도 조성할 계획이다.
연수구는 현재 자연녹지인 이 지역을 문화체육부지로 바꾸기 위한 도시계획변경안을 시에 건의한 상태다.
한편 문학산은 군부대가 이전하게 되면 등산로 조성과 함께 군부대가 주둔한 정상부 1만5천여평은 문학산성 복원을 통해 유적지로 개발한다는 것이 남구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박우섭 남구청장은 서너 차례 군부대를 방문, “문학산을 등산로로 개방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문학산 패트리어트 배치 가능한가
국회 국방위 소속의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측은 “문학산은 군부대가 전략적 요충지로 지목하고 있어 추후 신무기가 배치될 공산이 크다”며 “이 경우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직 군당국에서 신형무기 배치계획이 추진되지 않고 있는 만큼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패트리어트 배치계획은 군당국이 군전력 증강사업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SAM-X사업의 핵심 사업이나 지난해 관련 예산 387억원이 기획예산처와 국회에서 잇달아 삭감됐다. SAM-X사업에는 총 2조5천억원이 투입된다.
문학산 신형 미사일 배치계획은 지난해 광주 제1전투비행단에 16기가 배치된 신형 패트리어트(PAC-3)가 아닌 독일에 설치된 패트리어트(PAC-2) 미사일로 알려졌다.
신형 패트리어트(PAC-3) 미사일은 같은 해 미군부대가 주둔한 오산과 수원 평택 등지의 수도권에도 48기가 지난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군사전문가는 “50년전의 낡은 기술에 기초해 설치된 나이키 미사일 체계의 방공무기를 패트리어트 등 신형무기로 교체해야 하나 기동성이 무기인 패트리어트를 해발 230m가 넘는 고지에 설치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일 시청사 앞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집회와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성명을 내고 “인천도심에 미사일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인천시는 그동안 국방부와의 미사일기지 이전 협의과정을 모두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시청사 앞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철회 퍼포먼스를 벌였다.
민주노동당 인천시당도 같은 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는 평화도시 만들기 및 개성공단과의 교류 활성화에도 결정적 장애가 될 것”이라며 철회를 강력 촉구했다./박주성기자 blog.itimes.co.kr /j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