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 아주 깊은 산속에 꼬리가 아홉개 달린 여우가 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옆 동네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나무꾼이 있었는데.
나무꾼이 사는 하늘 위에는 선녀들이 살고 있었고
선녀들은 일요일 밤 8시면 어김없이 땅으로 내려와 계곡에서 목욕을 했습니다.
그런 선녀를 훔쳐보는 지나가는 땅꾼-_-이 있었고
물 속에서 안전하게 선녀들을 훔쳐보는 산신령도 있었고.
나무꾼에게 매달 돼지고기를 상납 받는 호랑이 가족도 빠질세라 그 산 속에 살고 있었어요.
자~~ 이제 이야기에 나올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왔습니다-_-
지금부터는 정말 무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머니 나무하러 산에 갑니다. 부엌에 상 차려 놨으니 점심때 드세요."
나무꾼은 지게를 지고 산 속으로 들어가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나무를 한 나무꾼은
다른 때보다도 훨씬 많은 나뭇짐을 지고 산을 내려오던 중이었습니다.
고갯길을 한 구비 돌아 목을 축이는 작은 샘이 있는 곳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무꾼은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바위 위에 아가리가 시뻘건 호랑이 한 마리가
다리를 비비꼬고 앉아있는 갑니다.
발톱을 다듬던 호랑이는 나무꾼을 보고는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어서 와. 아우 그 동안 잘 지냈어?
요즘 사는 건 어때? 죽을 맛 이라구?
나무꾼:나야 뭐 잘 지냈지.
호랑이:나무를 많이 했네. 어째 산이 점점 황폐해 진다고 느끼고 있었지.
세금은 잘 내고 있지?
숲이 줄어들어서 큰일이야.
그래 뭐, 그건 그렇고 어머니는 아직 살아 계시나? 오래 사시네.
새끼를 세 마리나 키우다보니 요즘은 힘이 딸려서 이 짓도 해먹기가 힘들어.
돼지고기는 가져 왔겠지?
나무꾼:부탁한대로? OK.
호랑이:요즘 구제역이네 뭐네 해서 돼지고기 먹기가 영 찜찜해.
근데 이거 목살 맞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요즘 물가도 오르고 좀 늘렸으면 해서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앞으로는 12인분... 다 상부상조 아닌가.
고마워 역시 아우는 옛 이야기에 나오는대로 참 착한 나무꾼이야.
호랑이:자네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자네와 내가 형제라는 것을
지난 날 내가 사람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갈 뻔했으니.
대신 내가 좋은 정보하나 줄게. 매주 일요일 밤 8시에
저기 덕대골 폭포에 가면 아우에게 아주좋은 일이 생길 거야. 매주 일요일 밤 8시네."
그런데 나무꾼의 옆 동네에 살고 있는 구미호는 이제 지칠 대로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여자 나이 35에 아직도 독수공방 외로움은
이제 끝을몰라 긴긴 밤을 잘라내어 어서 아침이 오라고 재촉을 해도
이불 속에 묻어둔 밤은 대낮에도 마음을 시커멓게 물들이고 있었던 겁니다.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던 세월은 속을 새카맣게 태워버리고 말았지요.
오늘도 miss 구는 타오르는 정염을 식히러 우물가에서 찬물을 들이 붇고 있었습니다.
그때 miss 구는 우물에 하얀 천 같은 것이 너울너울 거리는 것을 봤습니다.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선녀들을 본 겁니다.
"저것들이 어딜 가는거지 어린것들이 팔자는 좋아서..."
그 날이 일요일 밤이었던가...
아마 8시경이었을겁니다.
나무꾼은 호랑이가 가르쳐준 대로 덕대골을 향해 부지런히 걷고 있었습니다.
(잠깐!! 여기서 나오는 덕대골이란 예전 TV드라마 전설의 타향?에서 내다리 내놔.내다리내놔!!라고.
탤런트 이광기가 내다리 내놓으라며 지룰했던 곳입니다-_-)
한참을 가는데 갑자기 왠 아낙네가 보자기에 무언가를 싸들고
허옇게 질린 얼굴을 하고 나무꾼 앞을 막아 섰습니다.
헉!!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아낙네가 들고 있는 보자기에는 시뻘건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귀 귀 귀신이면 물러가고 사람이면 용.. 용.. 용건을 말해라."
"사람인데요. 갈 길이 너무 멀어서 이만."
아낙네는 다시 옷 매무새를 고치고는 나무꾼에게 인사를 하고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약 30초쯤 흘렀나...
시커먼 그림자가 나무꾼 앞을 막더니 다짜고짜 멱살을 잡는 겁니다.
시폴로무거!!..덕대골 가다가 제명에 못 살겠네. 이 한적한 곳에 무슨 유동인구가 이리 많은 거야.
"내 다리 내놔라. 내 다리 내놔라."
"니 다리 없는데요."
"혹시 어떤 여자가 보자기 싸들고 지나가지 않았나?"
"갔는데요. 저쪽으로요. 방금 지나갔어요. 사기 당하셨어요?"
"사연이 길어. 네 이 년을 요절을 낼 테니..."
"잠깐만요 덕대골 가는 길이 이 길이 맞나요?
"예, 저 언덕 아래서 우회전요."
"그리고 지금 몇 시쯤 됐어요? 7시 53분요? 아이구 늦었네. 그럼 살펴가세요."
나무꾼은 걸음을 재촉해서 폭포 아래로 갔습니다.
거기에는 어여쁜 선녀 3명이 목욕을 하고 있는게 아니겠는가!
이게 웬 한 여름밤의 에로버전! 달빛은 은은하고 물결은 일렁이는데
나무꾼은 정신이 혼미해서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옷,.. 옷을 숨기라고 그랬지.
나무꾼은 벗어놓은 옷 중에서 가장 섹시 한 것을 골라서 얼른 숨겼습니다.
마른침을 삼켜가며 숨어 있던 나무꾼에게는 1분이 1년이었지요.
이제 돌아가야 제대로 되는 각본인데 세상사 맘 먹은 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이게 웬 때아닌 등장...
질투와 시기에 눈이 멀은 우리의 miss 구..
그 차가운 손으로 나무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한마디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년들 옷 제자리 갔다 놔."
구미호의 날카로운 손톱에 얼어버린 나무꾼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며 옷을 제자리로 갔다 놔야 했습니다.
그 바람에 선녀들은 나무꾼을 보게 되고 말았지요.
선녀들은 부리나케 옷을 입고 물 밖으로 나와서는 사태를 살피고 있었ㅅㅂ니다.
대강 돌아가는 모양새를 확인한 선녀들은 나무꾼과 구미호가 있는 곳으로 사뿐히 날아와서는
"구미호 아줌마? 왜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이에요?"
"얘는 진작부터 내가 찜 했었어.
니네들, 하늘에 남자들 놔두고 여기까지 와서 꼬리를 치고 그러는 거 아냐.
이건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야. 페어플레이도 몰라?"
"어머 별꼴이 이분의 일이네. 남이야...
이봐 나무꾼 당신은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 해. 아까 어디까지 했어."
"옷 훔쳐 놓고 바위 뒤에 숨어 있었어요."
"자 그럼 다시... 다 되어가고 있었는데 귀찮게 말이야."
선녀들은 옷을 벗어 나무꾼에게 주고 물 안으로 들어가
다시 깔깔거리며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불쌍한 나무꾼은 구미호의 눈치만 보며 머뭇거리고만 있었지요.
구미호는 구미호대로 자신을 무시하는 선녀들의 행동에 격분하여
품 속에 숨겨 가지고 있던 도끼를 꺼내 들고는 분노의 도끼 날리기를 했습니다.
허공을 가르는 바람소리 도끼는 선녀들을 향해 날았지만
선녀들은 하늘로 솟구치며 가볍게 피하고는 사뿐히 대나무 위에 앉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구미호도 뛰어올라 폭포주변 대나무 위에서는 달빛을 가르며
선녀와 구미호의 격투가 벌어지게 된겁니다.
아름다운 이 장면은 나무꾼의 일기에 남아 내려오다가
우연히 홍콩의 한 영화감독의 눈에 띄어 영화에 이용되었다는 말도 있습니다-_-.
아무튼 넋을 잃고 바라보던 나무꾼의 눈앞에 수염을 길게 기른 꼰대 한분이 나타나서.
점잖게 자신의 이마에 박힌 도끼를 가리키며
"이 도끼가 네 도끼냐?"
"아뇨. 구미호 건데요."
1대 3으로 싸우던 구미호는 점점 기력을 잃어가고 있었지요.
서럽고 서러운 구미호.. 어린 것들에게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시집도 못 가보고 죽어야 하다니.
"하느님 이 구미호가 불쌍하시면 굵은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안 불쌍하시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가재는 게 편이라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려 온건 썩은 동아줄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구미호는 한 많은 처녀귀신이 되어버린 겁니다.
구미호가 떨어진 곳은 마침 수수밭이었는데
그때 흘린 피가 아직도 수수를 까면 붉게 나온다고 하잖아요.
격전을 승리로 이끈 선녀는 휘리릭 나무꾼에게로 내려섰습니다.
피가 낭자한 손을 나무꾼에게 내밀며 행복한 웃음을 웃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된 나무꾼은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요.
그러나 나무꾼은 곧 알아버렸습니다.
일년이면 늘어만 가는 아이들,
어느새 자기보다 허리가 굵어진 아내,
나무만으로는 생계가 이어지지 않아 밀렵을 하게 되고
호랑이에게는 늘어만 가는 돼지고기 상납이 있었지요...
나무꾼은 점점 현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지친 걸음으로 나무를 하고 온 나무꾼에게 선녀가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이렇게 천년만년 살아요. 너무 행복해요. 당신도 그러쵸?"
나무꾼은 흔들리는 등잔 아래서 말하는 아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천천히 공포로 다가오며 나무꾼의 온 몸엔 소름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첫댓글 뭐야?? 아내 처녀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