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275
동봉
개산제에 즈음하여1
오는 10월 4일이면
우리절을 개산한 지 스무 돌.
어즈버! 스무 돌이나 되었습니다
우리절의 '우리'란 언어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즐겨쓰는 곳이 없습니다
어쩌면 제1인칭 '나'보다
제2인칭 '너'보다
제3인칭 '그'보다도
우리는 '우리'를 즐겨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우리집
우리 부모
우리 가족
우리 회사 등도 있습니다만
심지어는 도저히 붙일 수 없는 곳
아내와 남편에게도 붙입니다
우리 남편
우리 색시
우리 바깥 양반
우리 집사람etc.,
대개는 띄어 쓰기를 하되
우리나라 우리집처럼
그곳이 나와 너
그리고 그와 우리들 모두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곳일 때
붙여쓰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우리와 우리나라를
떼어 놓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와 우리집도 그렇습니다
서로 떼어 놓고 얘기할 수는 없지요
따라서 '우리절'도
우리절에 나오는 모든 분들이
나와 내가 나가는 우리절을
분리시켜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떤 저널리스트들은
신문에 글을 쓰면서
'우리절 우리 스님'이라 할 것을
'우리 절 우리 스님'이라 했더군요
일반인도 아니고
매일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들이
'우리절'을 '우리 절'로 띄어 썼다면
기자 명함을 내려놓아야겠지요
하기는 '먹을거리'를 줄여서
문법에 맞지 않는 '먹거리'로 쓰고
먹거리로 통용하고 있습니다
영향력 있는 기자들이
매스콤에서 자꾸 쓰다 보니
지금은 국어사전에조차
'먹거리'가 '먹을거리'와 함께
표준말로 버젓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입을거리'는
'입거리'로 줄여 쓰지 않더군요
그렇게 해서 생기는 신조어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입니다
그러나 바꿀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 우리집 우리절 등은
세월이 많이 흐른다 해도
띄어 쓰기가 안 되는 언어입니다
이 우리절을 개산한지
어언 스무 해가 흘렀습니다
스무 해가 그다지 긴 것은 아니지요
해인사는 1,200년 하고도
열세 해가 더 흘렀으니
그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 맞습니다
따라서 우리절 개산은
아직은 준비 단계입니다
창건創建이란 말도 있는데
왜 하필 개산開山이냐고 물으면
창건 개념은 포괄적이고
개산 개념은 국부적입니다
그럼 개원도 있지 않느냐고요
개원이 개산보다는 폭이 넓습니다
산도 들도 도시도 다 포함되니까요
개원開院이란 말은
일반적으로 병원이나 연구원 등
공공의 건물을 처음 열 때
쓰는 말이지요
아니면 산을 끼지 않은
시내의 포교당을 처음 열 때는
개원이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산을 끼고 있으니 개산입니다
산山은 곧 사찰과
동일한 개념일 때가 많습니다
개산만 그러한 게 아니라
주지의 취임식을 뭐라 하던가요
맞습니다
진산식晉山式이라 합니다
직역하면 산에 나아감이니
주지로서 부임한다는 뜻입니다
명산대찰일 경우는
산과 절을 구분짓기도 하지만서도
대개는 같이 쓰입니다
따라서 절에 들어가는 것을
입산출가라 하는데
순서로 보면 출가한 뒤
입산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보통은
입산출가라 하고 있습니다
산을 연다 해서
개산이란 말을 씁니다만
산은 열고 닫는 게 아닙니다
이미 늘 열려 있는데
어떻게 산을 또 열겠습니까
절이란 본디 건축물의 개념이 아닌
동산園 개념이었고
공원Public Garden 개념이었습니다
그래서 비하라Vihara라고 합니다
물론 이 비하라도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툭 트인 열린 공간이 아닌
안팎 공간이 가로막힌 건축물로서
자리바꿈을 하게 되지만
기원정사가 세워지기 전에는
보리수 나무가 곧 비하라였습니다
보리수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핍발라'라는 보리수 외에
망고나무도 보리수고
캐슈넛 나무도 보리수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망고 나무 아래서
또는 캐슈넛 나무 아래서
비구들에게 법을 설하시곤 하셨지요
개산, 산을 연다고요
절의 주춧돌 하나를 놓고
산을 열었다고 합니다
문 지두리 하나一柱門 세우고
산을 열었다고 합니다
본디 열려 있고 안팎이 없던 산에
사립문 하나 만들어 놓고
안팎의 경계를 지어버립니다
예로부터 문을 여닫는 시스템은
들어올리는 형식이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1950년대를 전후하여
강원도 오두막집 중에는
거적문을 단 집이 참 많았습니다
거적문이란 짚이나
또는 갈대로 엮은 발Blind이지요
따라서 거적문은
평소 내려놓은 상태에서
살짝 걷고 드나들며
오랫동안 열어 둘 경우에만
돌돌 말아 걷어올리는 문입니다
한문의 열개開자를 보면
예로부터 좀 큰 문은
두 쪽 짜리 문門을 달았습니다
큰 세간살이가 들어갈 집이라면
당연히 두 쪽 짜리 문을 달아
들였다 내었다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름이면 문을 들어올려
바람도 바람이려니와
바깥경치를 통째 받아들이려 했지요
문을 들어 올려 걸쇠에 거는데
들린 문이 균형幵을 이루어야지
만일 그렇지 않을 때는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개開자의 뜻은
문을 열 때 아주 활짝 열어
어떤 불편함도 주지 않음입니다
오두막에는 두 쪽 짜리가 없고
으레 한 쪽 짜리 문戶이었습니다
한 쪽 짜리 문은 돌쩌귀를 달아
밖으로 여닫는 문인데
이른바 지게문입니다
지게문戶 두 개가
양쪽으로 있는 것이 문門이고요
설사 지게문이라 해도
발로 된 거적문은 말아 올렸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제 개산할 때
개의 뜻을 아시겠습니까
어떤 걸리적거림도 없이
두 쪽 문門이든
한 쪽 문戶이든
활짝 열어 안팎이 소통케 하는 것
그것이 곧 엶의 뜻입니다
이는 창건創建의 창의 뜻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이 도구를 이용하고
사냥하고 떠돌아 다니던 생활에서
한 곳에 모여 농사를 짓고
정착하는 생활로 접어들게 되지요
이 때 사람人에게 필요한 게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문짝戶을 단 집이었습니다
문이 없으면 추위와 비바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동물이나 독충들로부터
가족들口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긴 게 곧 집倉이었습니다
당연히 호신용으로 칼刂도 필요했고요
집이란 건물만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 건물에 사는 사람人과
더불어 먹을 양식丶과
마실 물丶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가족口이 한 데 어우러짐이
이른바 건물倉이었습니다
따라서 건축물이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온 가족이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을
우리는 가정이라 합니다
가정은 글자 그대로
집家과 뜰庭이지요
거기엔 가족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창건이란 바로 그런 이유로
건축물을 중심으로 하여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게 되고
문호門戶가 있으니까
생명을 보호할 수 있고
재산을 지킬 수 있고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소위 가정이란
건축물을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창건이란 게 무엇일까요
자연에 생체기創를 냄입니다
창건이란 이름 아래
지반을 깎아 평평하게 다지고
듬직한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들보를 얹고
서까래에 지붕을 떡하니 잇습니다
아무리 건축물을 세운다 해도
가정이 이루어지고
회사가 설립되고
사찰이나 교회가 생기고 나면
거기 자연스레 사람이 깃들겠지요
그러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질서聿가 있어야 합니다
질서를 세우는 것이
다름 아닌 건축의 건建의 뜻입니다
그런데 왜 이동辶이 필요할까요
초기 유목민의 건축물이란
몽골의 이동식 주택 게르Ger처럼
상황에 따라 옮길 수 있어야했으니까요
그 때는 부동산이 아니었는데
상황에 따라 인간의 삶이 정착되면서
움직일 수 없는 부동산이 된 것입니다
아무리 건축물이 번듯하다 해도
그 건축물倉에 사는 사람들이
질서가 없고 예의범절이 없다면
사람人이 빠지고
가족들口이 모두 빠져버린
그냥 건물戶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절은 산문을 연 지
스무 해가 지나가긴 했지만
아직은 설계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건물 설계는 고사하고
기타태자가 나타나지 않아
기원정사를 세울 비하라
곧 부지가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절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타태자의 등장을 기다립니다
문을 열어젖히는 일은 쉽지만
들고 나는 자연의 세계는
녹녹치가 않습니다
때로 천둥과 먹구름이 밀려오고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고
거친 바람이 불기도 합니다
살을 에는 추위가 밀어닥치고
찌는 듯한 무더위에 숨이 막힙니다
산문을 연다는 것은
때로 이러한 모든 자연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첨단 기술의 총아 자동차는
잘 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정지가 필요할 때는 멈추고
방향을 틀 때는 조향이 필요하며
오르막을 오를 때는 파워가
거친 길을 달릴 때는 정숙함이
그냥 세워 놓았을 때조차
외관이 멋지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우리절은 시작입니다
이 태화산 자락에서
지금 서서히 문을 열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아들딸
소중한 불자 가족들의
굳센 원력으로 엶을 시작합니다
10/02/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언제 : 2015. 10. 4. 10:00~14:00
어디 : 곤지암 우리절 관음전
광주시 도척면 시어골길 166-30
전화 : 031-763-4674
초청법사 : 마가스님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봉큰스님!
내일 찬불가수 김무한님과 함께 합니다
?연꽃피어오르리
?무상초
?우리도 부처님같이
? 네^^백만송이장미 ?마음이란
?화
?바보처럼 살았군요
등등 축제 콘서트로 할 것입니다
YouTube에서 깜짝음악회(무상초).wmv' 보기 - http://durl.me/a3xdvk
P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