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사의 멸종 / 한승태
왜 제목이 어떤 동사의 멸종일까 생각했다
아마도 어떤 움직임, 어떤 행위, 어떤
몰락을 시적으로 발효시킨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건 맞았다
실제로 새우잡이 배 선원, 양돈장,
콜센터, 배차직원 등등을 직접 해본
작가의 살아있는 동사들의 탈출들은
겨울의 눈보라만큼 서늘하고
쓰나미처럼 처참했다 그렇다고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준 높은
블랙유머가 긴장을 풀어주고
웃음을 만든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나침판처럼 적확하게 그 슬픔의
위치를 가리킨다
"여기서 오래 일하면 내 월급의 상당
부분이 정신과 의사들이 제주도
별장 구입하는데 들어가겠구나"
"전설에 따르면 고대 폰투스의 왕
미트리다테스 6세는 암살에 대비해
소량의 독극물을 주기적을로
먹었는데, 나 역시 독성물질에
면역력을 키운다는 심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우리의 교류는 산문적이라기
보다는 시적이었다"
"이일을 하다보면 어째서 평범한
사람들이 성자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지 이해 할 수있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삶의 허무함을 밀어내는
감각이 분명 우리가 하는 일에 녹아
있었다 다만 그 감각을 경험하기
위해선 거대한 원석에서 참깨만 한
다이아몬드를 추출할 때처럼
어마어마한 감정을 낭비해야 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밖에서 이 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견해와는
다르게 우리가 유한하게 보유한
에너지의 일부였다"
계란 노른자 / 한승태
군대가던날
부대앞 허름한 음식점에서
아버지와 나는 비빔밥 두 그릇을 시켰다
말없이 그릇을 내려다보는 아버지는
고혈압 때문이라며 노른자를 덜어
내게 주셨다
그순간이었다
사랑의 핵심같은 두 개의 태양이
밥그릇 위에서
밝게 빛나던 것은.
"작가의 역활은 고름이 질질 흐르는
환부가 되는 것이다."
<신연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