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큰 황당으로 왔다. 어느 날 늦은 오후 운전 중인데 갑자기 오른눈이 따가와 오면서 마구 시리기
시작하였다. 손으로 문질러 보았으나 여전히 더해갈 뿐으로 참 난감해 져 가고 있었다. 차선을 지키면
서 그대로 고속으로 유지는 하는데 아무래도 무엇에 붙잡힌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가씨미가 더욱 철렁
하게서리 왼눈마저 따갑시 시작. 이윽고 양안에서는 가느랗게 시작한 눈물이 아예 폭포를 이루고 눈 속
은 불난 집같이 뜨겁고 따갑고 그야말로 화탕지옥이 벌어지고 있었다. 갓길로 들려는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뒤에서 옆에서는 빵빵거리면서 야단이었다. 가까스로 차를 갓길로 빼어 눈물을 진정시켰다.
한 칠년 전의 그 일 이래로 오후 시간과 밤에는 운전할 것 생각하면 그 사이의 다양한 황당이 떠 올라 한
없이 기가 꺾인다. 그러는 동안 보다 못한 마눌이 출장에 동행하게 되었는데, 그게 부부여행(?)의 묘미
를 뜻밖에 선사해 주었다. 지나다 좋은 풍광 만나면 한 컷, 맛집 있으면 들르고, 일 끝나고 저물면 근처
명소에서 일박 등. 우리는 지방 곳곳을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은 시계방향, 다음은 반시계방향 하면서 싸
돌아 다녔다. 그러는 사이 순회공연의 수익도 꽤나 있었다. 와이프와 재미난 공연일정에 동참하게 된 것
이 내 안질이 갖다 준 유용의 첫째이다.
공연 장소에 도착하여 내가 열심히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사이, 차 안에서 머물거나 차에서 내려 근처 사
람들과 나물을 뜯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면서 시간을 떼우던 마눌이, 어느 날 제품설명하는 사무실에 같
이 가자고 졸라 대었다. 마침 명함은 항상 가지고 다니던 터라, 그라자고 선뜻 동의를 했는데, 내가 설명
을 하는 사이 우리 이 이사는 노트에 오고가는 말에다 화자의 순간 표정을 삽화로 넣어면서꺼정 하나하
나를 글로 묘사를 하는 것이었다. 복기를 하듯 그 노트를 보면 자잘구레한 마이너한 디테일꺼정 확인하
게되어 무척 귀중한 자료가 되어 주었다. 마눌이 나의 영업 조수가 되어 준 것. 이것이 내 안질이 준 두번
째 유용함이다.
그 뒤 어느 날, 전화를 마눌이 받는데, 아마 제품 문의였던 모양, 제품 설명을 근사하게 시작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평소 강조하는 영업 요점이 백프로 반영되고, 잘 모르는 부부은 엉터리지만 그럴듯하게 설
명이 되고 있었다. '아니 어쩌자고 영업전화를 하는 거요?'하니, '아, 그동안 따라 댕기믄서 들은 게 있는
데, 마아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해 봤는데, 할 만하네요. 머어 벨꺼 아이네요'. 참 기특 갸륵이었
다. 그때꺼정 그처럼 션하게 영업하는 우리 영업쟁이를 못 보았는데, 이 마눌이 나의 소원을 이뤄주는구나.
그 뒤 마눌이 전화 받은 곳에서 오더가 들어 오고 하여, 평소 남 앞에 말 한마디 잘못하던 삐리삐리 우리
마눌이 상대방들로브터 '배수전문가'로 대접받게 되었다. 물론 그냥 넘어갈 그녀의 남편은 못 되었으니.
'당신 참 남편복 대단하오. 남편 덕에 영업을 다 하게 되고. 천지가 놀랠놀짠 기라'면서 격려겸 놀려 먹고
있다. 이게 다 내 안질이 선사한 것이다.
그란듸, 위와같은 바람직한 긍정 현상에도 불구하고 나의 안질은 점점 더 심해졌다. 안구건조라 하여 자동
변색 다촛점 안경을 여러 개 맞추어 써 보고, 눈물샘 파기도 여러 차례, 눈에 좋다는 조약, 민방도 가지가
지로 해 보았으나 백방이 무효. 이 안질에 대해선 죽을 때꺼정 덱꼬가야하는 칭구로 하는 수밖에 없나 하
고 있었다.
이몸은 중학꺼정을 시골에서 하였다. 그 중학교 출신들이 하고 있는 카페에서 약 사십년 만에 초단기수학
지도선배를 만났다. 처음 마이너스 개념이 없는 아둔하기만 한 이몸에게 약 두 시간만에 수학 교과서 반이
상을 떼게 해 주신 은혜로우신 그 선배를 만난 것. yozm은 산도사 쨘거사로 애칭 당하믄서 열쉬미히 산에
오른다시는 그 분. 산타기를 을매나 좋아하는지 서울에서 있는 동기생 자녀 결혼에 참석하믄서도 고오새
에 근처 산을 오르자고 제안하셨다는데. 그 분이 글에서 평생동지로 덱꼬 댕기던 비염을 메칠간의 침으로
낫우었다는 얘기를 하셨고. 답글 단 어떤이 같은 침재이한테서 자신은 안질을 고쳤다꼬오 하는 게 아닌가.
동래온천장 덕원한의원이라믄서.
고돠꾜를 동래온천장에서 다니고 있을 때, 일욜마다 온천 가는 것 즈엉말 싫었다. 파평윤씨 할무이께선 그
황금같은 일욜 아침 일찌감치 나를 깨우신다, '야야 이일 나라. 이일 나아가 저 온천목간 하고 온나라. 머시
마가 목간 자주 안 가믄 내앰새가 안 좋응 기라'시며 수건과 비누를 안기시는 것. 일제때부터 있은 요정 사이
로 건장한 해송이 높다랗게 솟은 온천장을, 할 수 없이 간다. 물좋기로는 녹천탕, 금천탕. 그 물보다 더 좋다
는 공동온천목욕탕. 시골 머스마가 부산 성내 와서는 일주일에 한 번 목욕하는 문화인이 되어 갔다. 기왕 옆
으로 샌 김에 하나 더. 목욕간에 갈 땐 참 싫어도 나올 땐 어찌 그리 개운하던지. 남은 맑은 땀방울이 지나는
바람에 말라 가면서, 즉 기화열을 빼앗기면서, 그 부위가 어찌나 어찌나 션하던지.
가장 좋은 온천원맥이라는 녹천, 금천에선 지금 부속호텔을 하고 있다. 나는 외외가 상남박씨집안에서 이
룬 녹천호텔을 아내와 함께 멫뿐 갔다. 깨끗한 실내, 산뜻하고 고전적인 하부매입식 쎄라믹 욕조, 그 좋다
는 원맥온천수. 갈 때마다 우리부부는 환호한다. 그 앞엔 서부경남 정통의 미꾸라지국집이 아침 여섯 시부
터 문을 여니. 일박 후 다음날을 우리는 하늘 오르는 기분으로 시작한다.
그런 동래 온천장에 용한 침재이 할배가 계시다는 것 아닌가! 그라아고오 침치료 다음엔 창원에 찜질방이
있는데 거기가 안질 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또 그 선배가 일러 왔다. 창원에는 중요한 일로 가게 되어 있으
니 이 얼마나 좋은 콤비네이션인가 말이다. 진동쪽의 쪽빛 잔잔한 호수같은 바다 기슭엔 주요기밀미팅에는
최적의 집들이 어서 오라 하는 거기가 아닌가 말이다. yozm 동래온천과 창원 생각으로 이몸의 가씨미가 두
근두근이다.
이 모두 이몸에게 불청객으로 찾아 온 나의 안질로 부터 온 보람 즐거움 기쁨 들이다. 이번에 이 손님을 영
떼어 버릴 수도 있다니 서운함 마음이 벌써부터 온다. 이는 진정 복에 겨운 투정이 아니겠나
2010년 7월 23일
솔 보 리
삽입음악 : Love makes the world go around (사랑이 있어 세상이 돌아가고)
첫댓글 눈이 보배중 보배 아무것도 안보인다고 생각해봐 끔찍한 일이지 산도사님 덕분에 친구야 치료한번 해볼껴^^찜질방도 빠트리지 말고
눈병에 대해서고도 효험 봤다는 건 아마 그대의 글이었던 것 같소
삭제된 댓글 입니다.
원예고 옆에서 옆. 아마 온천2동이었나 하는데 확실치는 않고.
무슨 교회 뒷편의 뒷편.
단감이 굵었고 우물물은 정말 시원.
신심깊은 파평윤씨 동래할무이.
난 그녀의 외손자와 함께 아옹다옹 일하고 있다, 지금.
아이고나,
그 할무이는 우리 사촌동생의 외할매,
우리 어무이와는 같은 파평윤문이라고
정이 참 각별했지요.
소생에게는 사장어른이시구.
소생을 몹시나 끼셨지요.
파평외손이리시며.
ㅅㅂㅎ님의 상상력과 순발력
아아조오 빛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인연이 있었거나, 없었어도 (지금의 다음에는 맺어질지도 모르므로).
알음알이가 있든 없든 일체의 유정 무정에게
지 생겨난 대로 행복에 잠기기를 바랍니다.
그대의 母子를 꼭 그 할배한테 보여야겠다는 생각이오.
나는 못된 행동허다 벌바던겨 물속에서 왜 눈을 뜨냐고 구레도 그시절이 다시 온다면 또겨를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