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이 빠졌어요.
발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목련이라는 애칭도 있을 만큼 뽀얗고 작은 발에 발톱도 가지런해서 친구들이 부러워도 했습니다. 20년 가까이 매일 걷다 보니 엄지발톱이 파랗게 멍이 들었습니다. 엄지발톱이라서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산에도 자주 가고 걷는 것도 주변에서 독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참으로 열심히 걸었습니다. 전국을 여행 다닐 때도 주로 걷는 코스가 많아서 이렇게 발톱이 빠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무서웠습니다. 신발을 크게 신었는데도 발톱에 무리가 되었나 봅니다.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나왔습니다. 마사지도 해주고 나름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욕심이 컸나 싶기도 합니다.
힘든 시간에 무조건 걸었습니다. 정말 죽기 살기로 걸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도 얼마나 걸었는지 모릅니다. 부산으로 포항으로 경주로 울산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많이 걸었습니다. 마음은 치유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발에는 너무도 큰 고통을 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발톱 없이 어떻게 사냐고 남편에게 울며 말했습니다. 남편은 저절로 빠진 거니까 평상시처럼 지내라고 위로합니다. 나는 자꾸 빠진 발톱을 들여다보면서 허전한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고통이 컸을까 생각하니 정말 미안합니다. 새롭게 나오는 발톱은 더 아끼고 사랑해주려고 합니다. 신발도 더 크게 신고 이제는 적당히 운동도 하면서 천천히 살 겁니다.
양말을 신고 밴드를 붙이고 산책하러 나가 보았습니다. 작은 일에는 겁이 많습니다. 차라리 큰일에는 대범해지는데 소소한 일에는 엄살처럼 느껴질 만큼 소심한 편입니다. 걸어보니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평형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고 발에 힘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천천히 연못을 한 바퀴만 돌고 돌아왔습니다. 금계국이 상큼한 미소로 나를 위로해주었습니다.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모자를 벗어서 들고 걸었습니다, 연잎이 파릇하게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정자에서 잠시 쉬고 싶었는데 바람이 너무 부는 탓에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김밥 재료를 샀습니다. 오늘 저녁은 김밥입니다. 오랜만에 김밥에 컵라면을 먹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조금 우울했습니다. 발톱이 없어지니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발톱은 새롭게 자랄 테니 마음을 접고 잠을 청해봅니다. 그동안 힘들게 해서 미안하고 함께 고생해줘서 고마웠습니다, 내 분신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입니다. 내일은 많이 웃고 신나는 일이 생길 겁니다. 모두가 편안한 잠자리에 들기를 바라며 일기장을 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