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을 다 팔아
2023년 11월 19일 마 13:44
1. 행복론
(1) 복권 연구
누군가 마음씨 좋은 부자가 있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큼 돈을 준다고 하면 여러분은 얼마를 달라고 하시겠습니까? 지금 얼마가 필요하신가요? 얼마쯤 있으면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은행 대출금 갚을 정도? 일 안하고 노후까지 쉬면서 살 수 있을 정도? 가능하면 나도 주변에 좀 베풀고 살게 좀 넉넉한 정도? 머릿속 계산기가 막 돌아가지요? 돈이 얼마 정도 있으면 행복할까요?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조금 슬픈 연구 결과를 소개해드립니다. 돈과 행복에 관한 가장 유명한 연구는 1978년도에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이루어졌습니다. Brickman, Coates, & Janoff-Bulman은 지금 우리 돈으로 약 100억 원의 당첨금을 탔던 복권 당첨자들 21명을 추적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복권 당첨 1년 뒤, 21명의 당첨자들과 주변 이웃들의 행복도를 비교했는데, 그 둘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우리 생각에는 100억 원 정도 생겼으면 인생이 걱정 없이 끝날 것 같은데, 1년만 지나도 동네 사람들과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래야 한답니다. 감정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수그러들어야 한답니다. 감정이 같은 정도로 지속되면 사람은 견딜 수 없답니다. 100억 로또에 당첨된 그 순간의 감정이 계속 유지되면 사람은 살 수 없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은 수그러든답니다. 이것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오랜 세월 동안 체득한 생존의 본능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사람의 감정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수그러듭니다. 기쁜 감정도 그렇고, 슬픈 감정도 똑 같습니다.
(2) 행복
그래서 심리학자 서은국교수는 행복을 아이스크림이라고 빗대어 말합니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녹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녹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다란 행복거리를 찾는 것은 헛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아이스크림처럼 녹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작은 행복거리를 자주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서은국교수의 말처럼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이 중요합니다. 요컨대 기쁨은 강도(強度, intensity)가 아니라 빈도(頻度, frequency)입니다.
또 하나, 큰 기쁨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큰 기쁨은 작은 기쁨을 잘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100억 로또를 맞은 사람은 다달이 받는 250만원 월급의 기쁨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것은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복권 당첨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실패하고 파산합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큰 기쁨은 더 큰 기쁨을 요구하기에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리하다가 파산하곤 합니다. 이럴 때 로또 당첨이란 축복이 아니라 그야말로 저주지요. 너무 큰 복을 와장창 받는 것, 우리가 조심해야 합니다.
2. 마태복음 13:44
(1) 하늘나라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가르침을 요약하면, 그것은 바로 ‘하나님나라’입니다. 마가는 예수님의 많은 가르침을 한 구절로 요약했는데, 그것이 막1:15입니다. “때가 찼고 하나님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여기서 핵심 단어는 하나님나라입니다. 이 하나님나라를 전통적으로 하나님의 이름 부르기를 마다했던 유대적인 전통이 강한 마태복음에서는 ‘하늘나라’로 표현했습니다. 한자로는 천국(天國)이지요. 예수께서는 이 하늘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땅의 방식으로 살던 사람들은 이 하늘나라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하늘나라를 여러 가지의 비유를 들어 설명해주셨습니다. 오늘 본문 마13:44도 그 비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2)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놓은 보물과 같다.”
지금도 전쟁이 한창인 팔레스타인 지역에선 역사적으로도 전쟁과 약탈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험악한 시절에 귀한 물건을 그래도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은 바로 파묻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땅 속에 귀한 보물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이런 보물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겠지요. 그래서 법으로 이런 경우의 소유권을 규정하였습니다. 당시 법은 이렇게 땅에서 발견되는 물품의 소유권을 그 땅의 소유자에게 귀속시켰습니다. 이런 사정을 익히 알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예수께서는 하늘나라를 설명한 것입니다.
‘한 일꾼이 남의 밭에서 일하다 보물을 발견하였다. 그는 어떻게 할까? 기쁨에 겨워서 그 보물을 다시 그 자리에 파묻어 두고, 돌아와서 자기의 모든 재산을 처분한다. 그리고는 그 돈으로 그 밭을 산다. 그렇게 하여 그 보물을 손에 넣지 않겠는가? 하늘나라는 마치 이와 같은 것이다.’
(3) 핵심
그러나 이 말씀은 우리 상식으로는 좀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아니 누구라도, 양심적으로 그 보물을 원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말씀의 관심사가 좀 다릅니다. 여기서 말씀하고자 하는 바는, ‘분실물 발견 시 신앙인이 취할 바람직한 행동’이 아닙니다. 이 말씀의 핵심은, 하늘나라를 얻고자 하는 이의 자세입니다. 구원을 얻고자 하는 사람의 태도입니다. 본문에서는 보물을 발견한 이의 태도입니다. 이 사람은 어떤 태도를 보였습니까? 그는 그 보물을 얻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였습니다. 그는 그 보물을 제자리에 숨겨 두고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는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 밭을 삽니다. 너무도 당연한 노릇이지요. 그것을 안 산다면, 그것을 못 산다면 그건 바보지요.
3.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늘나라는 ‘가진 것을 다 파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야 하나요? 다 팔아야 합니다. 조금 남겨 두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가진 것을 다 판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우리 집, 텔레비전, 냉장고, 자동차 다 판다는 말도 되겠습니다만, 그보다는 우리의 전 생애를 건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얻고자 소망하는 하늘나라, 즉 우리의 구원이란 전 생애를 거는 문제란 말씀입니다. 수천 년에 걸친 신앙의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줍니까?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우리보다 먼저 하늘나라를 발견하였습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하늘나라이기에 그들은 모든 것을 바쳐서 그것을 붙들었습니다.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아무리 어려움이 닥쳐도, 때로는 심지어 육신의 죽음이 내 앞을 가로막을지라도 굴하지 않고 기꺼이 그것들을 다 감당하면서 하늘나라를 붙들었던 것입니다.
오산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우리 신앙의 선배 남강 이승훈 선생을 아실 줄 압니다. 이승훈 선생이 1919년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에 합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서 했다는 말씀은 참으로 우리를 숙연하게 합니다. 당시 55세이던 남강은 그 부탁을 받고서 매우 기뻐하면서, “이 이승훈이가 자리에 누워 죽을 줄 알았더니 이제야 죽을 자리를 제대로 찾았구나!” 하셨다는 거 아닙니까? 일제 강점기에 3・1운동의 민족대표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형수 명단에 이름을 적는 것과 같은 것인데, 이를 기꺼이, 흔쾌히 받아들인 거지요. 참으로 우리를 머리 숙이게 하고, 신앙인으로서 우리의 마음을 다잡게 하지 않습니까?
하나님나라는, 하늘나라는, 천국은, 구원은, 영생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얻는 것입니다. 가진 것을 다 파는 자의 몫입니다. 사랑하는 하늘샘교회 성도여러분, 가진 것을 다 파시기 바랍니다. 가진 것을 다 파시기 바랍니다. 남김없이 다 파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일생을 걸고서, 일생을 바쳐서 하나님나라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