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는 일론 머스크가 의도적으로 분쟁을 조장하는 '인터넷 트롤' 대응팀을
해산한 뒤 트위터에서 수많은 러시아·중국 국가 선전 계정이 활동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트위터에서 활개치는 러시아 트롤© Reuters
이 대응팀은 러시아·중국·이란 같은 국가가 여론을 움직이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펼치는 "정보 작전"에 맞서 싸워왔다. 그러나 전문가와 전직 트위터 직원들에 따르면, 해당 대응팀 대부분이 해고되거나 퇴사해 현재 트위터는 국가가 지휘하는 조직적 작전에 취약한 상태다. BBC는 이들 중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비밀유지계약과 온라인에서 받은 협박을 고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한 전직 고위급 직원은 BBC에 "사람의 모니터링은 전부 사라졌다. 트위터에는 자동화 모니터링 시스템만 남았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는 BBC 인터뷰에서 본인이 취임한 뒤 "[트위터에서] 잘못된 정보가 오히려 줄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활동 중인 '트롤 팜'과 그 대응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트위터에 의견을 요청했지만, '똥 이모지'만 돌아왔다. '트롤 팜'
지난 1월,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러시아 바그너 그룹이 펼치는 활동을 홍보하는 만화가 트위터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BBC 조직적으로 글이나 댓글을 올리는 집단을 '트롤 팜'이라고 부른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러시아 기자들이다. 당시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직원 약 300명으로 구성한 '트롤 팜'을 꾸렸는데, 이들을 지칭한 것이다. 이후 폴란드, 터키, 브라질, 멕시코 등 여러 국가에서 선거와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트롤 팜이 발견됐다. 트롤 팜은 민족 갈등과 전쟁의 선전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현재 트위터에서는 새로운 러시아 트롤 부대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조롱하며 BBC 러시아어 서비스를 비롯한 독립적인 러시아어 매체를 공격한다. 이런 트롤 계정 중 상당수는 활동이 정지됐지만, 여전히 수십 개 계정이 활동 중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클렘슨 대학의 대런 린빌 미디어포렌식허브 부교수에 따르면, 이 트롤 집단은 프리고진의 '트롤 팩토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린빌은 동료와 함께 유사한 러시아어 트롤 집단 2곳을 발견했지만, 이들은 반대 진영으로 보인다. 하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트윗을 올리고, 다른 하나는 푸틴을 비판하다가 투옥된 알렉세이 나발니를 비롯해 러시아의 전쟁 반대파를 옹호한다. 이 계정들은 트위터 사용자 아이디(핸들)가 무작위 문자열로 구성되고 조직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 트롤 계정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트위터 측에서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클렘슨 대학 연구팀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 중요한 이슈에 대해 중국어와 영어로 글을 올리는 친중 계정을 추적 중이다. 하지만 전직 트위터 직원들에 따르면, 트위터에는 정말 최소한의 직원만 남아 있어 이러한 해외 선전 공작을 신속하게 탐지·식별·삭제할 자원이 없다. 또한 트위터는 정보 작전을 감지한 연구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연구기관 학자들은 11월 이후 트위터로부터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일당백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소셜미디어에 미치는 영향력의 위험성을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2018년 미 연방수사국(FBI)은 실존하는 미국인을 사칭하는 가짜 계정이 2016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시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때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정보 작전" 전문가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브렉시트 논쟁과 미국 대선에 개입했던 일부 계정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이 오피스 빌딩에서 관리됐다.© BBC 한때 트위터에서 신뢰·안전 부문을 총괄했던 요엘 로스는 "위스콘신과 뉴욕에 거주 중인 실제 미국인이라던 "파멜라 무어", "크리스탈 존슨" 같은 이름의 계정들이 전화번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의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느꼈던 분노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트위터의 대응 가능 범위와 예산은 페이스북에 비해 아주 작지만, 트위터는 수년에 걸쳐 유능한 소수 정예 팀을 구축했다. 정보 작전 분야의 독립 전문가 리 포스터는 트위터가 경쟁사보다 자원이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보다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한다. 트위터는 사이버 보안, 저널리즘, 정부기관, NGO 경력을 가진 인재 가운데 러시아어·페르시아어·중국어·광둥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 등 다양한 언어 구사자를 채용했다. 트위터에서 조사를 담당했던 한 전직 직원은 "러시아가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 이 특정 작전을 수행하려는 러시아의 동기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의 팀이 머스크가 구축 중인 '트위터 2.0'과 잘 맞지 않아 퇴사했다. "우리 역할은 트위터를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할의 우선순위가 유지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적 선전 활동 대응
해당 팀은 허위정보 대응팀과 긴밀히 연계했지만 업무는 따로 진행했다. 국가가 지휘하는 조직적 작전에서는 가짜 뉴스와 사실을 모두 사용해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러시아 트롤은 경찰의 폭행 장면이 담긴 실제 영상을 사용해 미국 흑인 유권자를 겨냥했다. 2022년에는 한 집단이 아프리카 사헬 지역의 프랑스 파견단과 유엔(UN) 임무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때로는 정확한 뉴스를 조직적으로 퍼뜨렸다. 두 집단 모두 트위터가 계정을 중지시켰다. 2016년에는 미국 활동가로 위장한 러시아 트롤이 미국 내 인종 갈등을 악용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유사한 정보 작전이 수행됨에 따라, 트위터 직원들은 '메타'나 다른 플랫폼 직원들과 만나 정보를 교환했다. 하지만 이런 회의에 참석할 때면 트위터 조사팀은 그들의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새삼 상기하게 됐다. 한 조사 담당자는 "다른 플랫폼의 팀 규모가 우리 팀의 10배는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클렘슨 대학의 린빌은 조직적인 작전에 대응하는 전담 팀이 없다면 트위터의 "안전은 점점 약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추가 보도: 한나 겔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