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단체가 공사 막아, 장병들 4년째 컨테이너 생활
원선우 기자
입력 2021.03.26 03:00 | 수정 2021.03.26 03:00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 17~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은 한국에 ‘동맹'으로서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사드 장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 것은 2017년 4월이다. 하지만 이후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발로 장병들이 생활해야 할 막사 공사가 4년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우리 정부가 사드에 민감해하는 중국을 의식해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지난 1월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공사 장비·자재를 실은 군 차량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군 차량과 충돌하는 사태 등을 막기 위해 경찰들이 출동, 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군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성주 기지엔 한·미 장병 400명가량이 주둔하고 있다. 미군은 옛 성주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한국군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건물이 낡은 데다, 전기나 상·하수도 등 생활 기반 시설이 완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장병들은 지난 겨울에도 온수·난방이 잘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미군 장병들은 클럽하우스 복도나 창고에서 야전 침대를 깔고 자기도 했다.
군 관계자들은 “장병들은 화장실·세면시설 이용이나 쓰레기 배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특히 기본 생활 시설은 물론, 휴식·오락 시설까지 완비해야 제대로 된 ‘주둔지’라고 여기는 주한 미군들의 불만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한·미 당국은 2017년부터 성주 기지에 공사 장비와 자재 반입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그러나 주민과 시민 단체 반대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지난달 25일에도 자재·장비 반입 과정에서 대규모 충돌이 일어났다. 군 관계자는 “천장에서 비가 새거나 곰팡이가 슬면 바로바로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반입이 늦어지니 생활 여건 개선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최근엔 장병들의 부식 수송 트럭은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018년엔 진입로 ‘원천 봉쇄’ 시위로 식량 반입이 어려워 장병들이 전투 식량으로 대부분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현재도 사드 기지 진입로는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설치한 ‘상황실’에서 실시간 감시 중이다. 이런 탓에 주한미군은 사드 포대 운용을 위한 발전기 연료 등 필수 물자는 헬기로 공중 수송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장병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주민과 상생할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물자 반입 등을 강행하면 불미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군 안팎에선 ‘애꿎은 장병들만 고생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논란거리였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가 비공개로 추가 반입돼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같은 해 6월엔 사드 부지에 대한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후 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사드를 최종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드 운용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가 주민과 시민단체 반발, 환경영향평가 등을 핑계로 사드 기지 개선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 미국 MD(미사일방어)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미참여 등 ‘3불’을 언급했던 상황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원선우 기자
정치부 국방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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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東馥
2021.03.26 06:21:26
해결책은 간단합니다...김 돼지 수석대변인이자 삶은소대가리를 제거하면 됩니다...갑자기...월남의 고딘 디엠이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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