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탈출
갑자기 예정에 없이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부부와 함께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꽃동네에 도착했다. 어저께 내린 폭설로 지리산의 장엄하고 거대한 산 봉오리에는 히말리야 산맥의 만년설을 실감하듯 하얀 눈의 설경이 하얗게 펼쳐져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반면에 산기슭 아래 꽃동네에는 화창하고 포근한 따사로운 날씨로 나무위에 지붕위에 땅위에 눈들이 녹아내려 온통 물로 질퍽해 신발이 젖어들었다.
덜 녹은 눈 사이로 봄풀들이 싱그럽게 파릇파릇 돋아나있고 노란 꽃 냉이와 이름 모를 보라색의 아주 작은 꽃을 피운 들꽃이 봄을 수놓았다. 추위 속에서도 계절은 어김없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시기를 맞춘다. 때가 일러 아직 살짝 피기 시작한 노오란 산수유 꽃이 지천이며 비록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예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아한 색깔인 힌색의 매실 나무 꽃도 아직은 봉오리가 더 많아 조금은 아쉬웠다.
눈이 녹아 물이 많이 불어난 탓인지 산에서 동네 가운데로 내려오는 냇물소리가 바위에 부딪히며 요란히 힘차게 흘러내렸고. 한편에 서있는 버들강아지가 가득 물이 오른 모습으로 잿빛 강아지 솜털을 피웠다. 아직도 서성이는 겨울과 봄 사이에서 자연은 공존하며 더욱 아름다운 춘설의 풍경을 선사 했다.얼마 후 동내를 내려와 다음 예정지에 도착한곳은 지리산 자락의 피아골 계곡이다.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산이라는데 지금은 마른 나뭇잎 바람 스치는 소리와 깊고 맑은 계곡에 물소리만이 세월을 재촉하듯 쉼 없이 세차게 흘러내렸다. 숲 사이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이 구름도 없이 청명했다. 피아골은 예전에 한국동란이 있은 후 빨치산과 토벌군과의 싸움이 있었던 격전지로 알려져 있다. 유래만큼이나 가을 단풍이 핏 빗처럼 붉다하여 피아골 이라한다.
역사의 한을 품은 곳이기도 하다.
제철에 한 번 더 오고 싶은 생각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지리산 산맥의 거대한 위용을 감상하며 섬진강변을 따라 한참을 달려 경남 하동 토지면 평사리 최 참판 댁 드라마 촬영 셋트장 에 도착했다. 옛 어릴 적 고향에서 보아온 익숙한 초가집들과 그중에 양반집으로 불리던 참판 댁 한옥기와집만이 우뚝 웅장해 보이고 규모가 꽤 커보였다.
집주위에 대나무 밭이 시원하고 운치 있게 조경되어있고 하루나 밭이 여기저기 조성되어 인상적이었다. 한옥 안으로는 별당 사당 안채 뒷채 등이 있는데 노비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따로 대문 첫 번째에 지어져 있어 구조가 흥미로웠다.
그 외 별도로 지어진 토지 박물관과 문학관등 집필하는 곳이 있는데 깨끗한 외형으로 보아 건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를 드라마로 촬영한 이곳은 명소로 이미 소문이 난 곳 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십 수 년 전에 보았던 토지 드라마 영상들이 순간 떠올랐다.
부와 권력 다툼으로 얼룩진 소설의 내용처럼 예나 지금이나 부귀영화를 꿈꾸는 인간들의 탐욕은 똑같은 것 같다.
결국은 사필귀정으로 결말이 날것을 한치 앞도 모르는 인간의 이기가 화를 부른다.
최 참판 댁 가옥은 최고의 요지를 자랑한다. 풍수지리설을 바탕으로 지어진 것이 분명한 것 인만큼
풍광 좋은 남향으로 마당 앞으로 사방은 지리산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서있고 앞으로는 광활한 대지
위에 들녘이 꿈꾸듯 누워있다. 참판 댁 대청마루위에 양반들의 위엄과 호령이 들리는 듯하였다.
한옥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고 고요했다. 여러 곳을 둘러보고 조상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동안 어느덧 어스름 저녁이 되어 시간이 6시가 되었다.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가 넘었다.
여행은 심신의 피로를 달래주는 명약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값진 선물을 안겨주므로
힘들지만 시간을 내어 여행을 즐긴다면 그보다 좋은 보약은 없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으시며 행복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2010 년 3월 11일 다녀옴
첫댓글 부부가 함께 여행을 했다는것이 너무 좋아보입니다 너무 분주한 현대인들의 삶속에 가족은 각기제길로 집은 또다른 성벽으로 단절되어가는데 봄의 전령인 산수유를 함께 바라보는 그모습이 행복의 모델같습니다 좋은글 감동입니다
감성이 누구나 같을수는 없으나 글을 읽으시고 행복하셨다니 이심전심 공유할수있는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말로만 듣던 전남 구례 산수유 마을 스케치를 실감나게 잘 하셨네요,저도 덩달아 여행을 한듯 합니다.봄이 오는 길목에서 아름다운 여행을 하셨네요,항상 행복하시길,,,
산수유꽃 축제가 방송에 13일 부터라고 했는데 날씨변화로 18일로 변경됬다네요. 저도 말로만 듣다가 처음였는데 정말 보람있었어요. 한번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쁨님 .이제야 들어와서 글을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