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장(제물론) 22절
[원문]
“꿈 속에서 술을 마시며 즐기던 자가 아침이 되어 울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꿈 속에서 슬피 울던 자가 아침에는 즐거이 사냥을 나가기도 합니다. 막 꿈을 꾸고 있을 때에는 그것이 꿈인 줄을 알지 못합니다. 꿈 속에서 또 꿈을 점치기도 합니다. 꿈을 깬 뒤에야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큰 깨어남이 있어야만 비로소 이 삶이 큰 꿈임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깨어 있다고 생각하고 버젓이 아는 체를 하여 임금이니 목동이니 하지만, 고루한 일이지요. 나는 당신과 더불어 함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역시 꿈인 것입니다. 이러한 말을 사람들은 지극히 묘하다고 할 것입니다. 만년 뒤에 위대한 성인을 한 번 만나서 그 뜻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아침 저녁으로 만나는 것이나 같은 일입니다.”
[해설]
장오자(長梧子)가 꿈꾸는 상태와 깨어난 상태를 제물(齊物, 대등하게 봄)로 보는 이유에 대해 구작자(瞿鵲子)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첫째 문단에서 먼저 즐거운 꿈을 꾼 자가 깨고 나서 울 수가 있고, 괴로운 꿈을 꾼 자가 깨어나서 즐거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서 꿈을 꾸고 있을 때는 그것이 꿈인 줄 모르고, 꿈 속에서 그 꿈에 대해 점을 치기도 하다가 꿈을 깬 뒤에야 꿈인 줄 안다는 점을 말한다.
장오자는 둘째 문단에서 큰 깨어남이 있어야 지금까지의 삶이 모두 큰 꿈임을 안다고 말한다. 꿈 속에서 임금일 수도 있고 목동일 수도 있는데, 깬 상태로 여겨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것은 고루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장오자는 구작자와 함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며, 함께 꿈을 꾸고 있다고 지금 말하는 것도 꿈이라고 말한다.
장오자는 사람들이 이러한 말을 지극히 묘하다고 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만약에 만년 뒤에 사람들이 위대한 성인을 만나 그 뜻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아침 저녁으로 성인을 만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한다. 만년이라는 세월이 한나절(아침 저녁)과 다르지 않다는 말로 끝맺는다.
[해설 도움글]
1. 의식과 무의식 :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프로이트(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의 『꿈의 해석』은 꿈을 미신적인 해몽에서 벗어나 과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나온 책이다. 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의식 밑에 무의식이 있음을 밝혔다. 무의식의 탐구 중에 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잠은 의식에서 무의식으로의 진입이고, 깸은 무의식에서 의식에로의 출현이다. 그는 꿈꾸는 무의식의 영역을 의식의 영역과 대등하거나 더욱 중요한 것으로 여기게 하였다.
2. 문학에서의 꿈과 리얼리티 : 알랭 로브 그리에의 누보로망
알랭 로브그리예(Alain Robbe-Grillet, 1922년 8월 18일~2008년 2월 18일)는 프랑스의 소설가, 영화감독이다. 그는 누보로망(신소설)의 기수이다. 그의 작품을 읽어보면 리얼리티가 무엇인지 실감이 난다. 그의 작품인 『엿보는 자』를 보면, 서사양식인 시간적 순서가 파괴된다.
“의식이 지각하는 계기적 시간성에 대한 불신의 산물이었다. 그것은 의식과 세계 사이의 균열, 생각의 현재 속에서만 유효한 의식의 불연속성과 비일관성, 지속성을 띤 무의식적 시간과 의식의 단절을 재현하려는 새로운 리얼리즘의 실천이었다.(301~2쪽)” [출처 : https://blog.naver.com/mediamatrix/40164486323]
3. 불교의 유식론(唯識論)
불교에서는 존재론과 인식론을 합친 나(我)에 대한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나를 식(識) 중심으로 이해하는 유식론이 그것이다. 이때의 식(識)은 대상을 인식하는 정신의 주체(主體)이다.
전오식(前五識)은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이다. 이것들이 인식되기 위해서는 각각 안근(眼根), 이근(耳根), 비근(鼻根), 설근(舌根), 신근(身根)을 지니고 있다. 오근(五根)을 통해 들어온 데이터들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의식(意識)을 6식(六識)이라고 한다.
의식의 밑에 무의식에 속하는 제7식인 말라식(末那識)이 있다. 이것은 나와 나의 것을 항상 생각하고 헤아려서 아집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이것을 항심사량(恒審思量)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에고이즘을 벗어나기 어렵다. 무의식에는 말라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식론에서는 말라식 근저(根底)에 제8식인 아뢰야식(阿賴耶識) 있다고 한다. 아뢰야식은 심의식 활동의 모든 경험들을 보관하기 때문에 장식(藏識)이라 하고 근본식이라고도 한다. 아뢰야식은 무수한 경험들을 보관하는 종자들의 결합체이다. 이 종자들은 찰나생인 생성과 찰나멸인 소멸을 반복한다. 즉 양자론에서 미시세계가 입자와 파동을 반복하는 것처럼 불연속적 연속을 거듭한다.
유식론을 도가사상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 같다. 6식인 의식이 7식인 무의식으로 들어가면 잠에 떨어지는 것이고, 잠을 깨면 다시 6식으로 되돌아온다. 마찬기자로 7식이 8식으로 들어가면 죽음(入死)이고, 8식에서 7식으로 나오면 탄생(出生)이 된다. 이렇게 보면 결국 잠자는 것과 깨어 있는 것,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은 출입(出入)에 불과한 것이 된다.
〈이어지는 강의 예고〉
▪596회(2024.11.26) : 현玄의 시와 예술, 김상환(국문학박사/시인//대구시인협회상 수상) ▪597회(2024.12.03) : 나의 시, 나의 이유, 김상환(국문학박사/시인//대구시인협회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