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고위층 모임 60%가 ‘제주 특1급호텔’
전국대학교 부총장협의회는 2010년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6차례의 정기총회를 제주도에 있는 특1급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진행했다. 지난 4월 총회에 참석한 각 대학 부총장들은 1인당 100만~120만원 가량을 냈다. 업무상 출장이었기 때문에 20만원가량의 비행기 왕복표와 2박3일 숙박비 60~80만원과 식비도 학교가 교비에서 냈다.
협의회가 명목상 제주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출석률이 높기 때문이다. 부총장협의회장인 강선보 고려대 교무부총장은 “제주도가 해외 같은 기분도 나고 더 설레지 않나. 수도권에서 하면 중간에 (자리를 뜨는) 이탈률도 높다.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은 교직원공제회가 운영해서 10만원 정도 할인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9일 대학교육연구소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2010~2012년 전국 대학 직능단체 현황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각 대학의 총장부터 부총장·처장·팀장 등이 모인 직능단체는 주로 제주도에서 행사를 연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행사 207번 가운데 58.5%(121번)에 이르렀다. 15%로 2위를 차지한 서울(31번)과는 차이가 컸다.
대학 직능단체 행사가 가장 많이 열린 호텔을 순위별로 보면, 제주도에 있는 특1급 호텔이 1∼3위를 차지했다. 라마다플라자(33번), 그랜드(23번), 칼(22번) 순서였다.
상위 1∼10위 모두 특1급 호텔이었다. 올해에도 ‘교직원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경주 힐튼호텔)부터 ‘전국대학교 사무·총무·관리·재무처(국)장협의회 하계 총회’(제주 라마다 호텔), ‘한국대학홍보협의회 동계 세미나·정기총회’(제주 그랜드 호텔) 등 수많은 행사들이 특1급 호텔에서 열렸다.
각 협의회 주최 쪽은 대학 고위직을 예우한다는 차원에서 특급호텔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2005년부터 매년 2차례 여는 총회를 대학 캠퍼스에서 열어왔다. 사립대총장협 간사 대학인 성균관대의 한석정 비서실장은 “대학 캠퍼스에서 행사를 열면 비용이 일인당 10만원 정도로 적게 들고, 타대학 총장들이 행사가 열리는 학교를 방문해 좋은 점을 배워갈 수 있다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 직능단체들이 호화로운 행사를 치르면 결국 부담은 학생에게 돌아간다. 전국 대학의 재정 수입 가운데 평균 60.2%(2011년 기준)가 학생 등록금에서 나온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어렵다고 하면서, 비싼 숙박료와 항공료를 내가며 제주도 특급호텔을 이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제 수준의 회의 시설과 게스트하우스를 갖춘 대학이 많기 때문에 이런 곳의 활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지훈